경기도 파주지역 친환경 쌀 농가들이 학교급식용 친환경 쌀 수매가를 두고 파주시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파주시 통합RPC, 이하 파주쌀조공)과 갈등을 빚고 있다.

농민들 주장의 골자는 파주쌀조공이 친환경 추청벼와 친환경 일반미(삼광, 하이아미 등)에 등급별로 차등수매 해, 학교에는 등급에 관계없이 경기도의 학교급식 쌀 지원 세부계획에 따른 친환경 쌀 공급가격인 80kg 1가마당 26만원(6만5천원/20kg)으로 공급하고 있어 농민들에게 돌아갈 생산비를 가로챘다는 것.

이와 관련 파주시친환경농업인연합회 수도작분과 대책위 소속 작목반 회원들은 지난 5월 20일 오전 10시 파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주시농협쌀공동사업법인은 친환경농민에게 돌아갈 친환경쌀값을 친환경농민들에게 돌려달라”고 촉구했다.

▲ 파주시친환경농업인연합회 수도작분과 대책위 소속 작목반 회원들은 20일 오전 10시 파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주시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의 친환경 일반쌀 등급별 차등수매를 규탄하고 있다.(사진=파주친환경농업인연합회 제공)

“친환경 일반벼 등급차등 없이 수매해라”

이날 농민들은 “파주쌀조공은 지난해 수매과정에서 친환경 일반벼(삼광, 하이아미 등)를 수매하면서 등급과 등외를 주어 친환경벼값이 일반벼값보다 못하게 저가미로 사들였지만 학교로부터는 등급과 관계없이 20kg당 6만5천원의 똑같은 가격을 받아 이익을 봤다”며 “6만5천원은 농민들에게 실질적인 생산비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지만 농가들에게 돌아갈 생산비는 파주쌀조공(북파주농협을 포함한 8개농협)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이들은 “경기도 고삼, 가평, 여주, 안성, 양평, 평택, 부츤 등에서 친환경벼를 수매할 때 (친환경 추청벼와 친환경 일반미(삼광, 하이아미 등)) 품종에 차등을 두지 않고 동일 가격으로 수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농민들은 “친환경 벼값이 일반벼값 보다 못하다는 게 납득이 가지 않아서 바로 항의를 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제현율이 낮아서 등급을 나눴다는 것이었다”면서 “파주시에는 9개 친환경쌀 작목반 300농가가 약 900톤의 친환경 쌀을 생산하고 있지만 농약을 포기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아이들에게 먹이겠다는 처음의 생각과 달리 생산비가 엄청나게 들어가기 때문에 농가수가 150가구로 줄어들고 있다”고 덧붙여 하소연했다.

아울러 농민들은 “친환경쌀은 급식용으로 판매처가 확실하며 가격 또한 경기도와 시군에서 보조를 해주기 때문에 농민들이 억지를 쓰고 떼를 쓰는 비도덕적인 집단이아니라 오히려 친환경 농업을 살리려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민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파주쌀조공 측에 △친환경벼 수매가 근거자료 제시 △품종에 따른 차등가격 없는 수매 △파주시·광명시 학교급식 쌀 공급가 책정·계약시 생산자 참여 및 친환경벼값협의회 구성 △벼 품종·등급에 따른 도정율 근거자료 제시 및 공개 도정 등을 요구했다.

파주시는 지난해 4월 광명시와 ‘학교급식지원사업 친환경쌀 공급 협약’을 체결해 친환경 쌀을 공급하고 있다.

광명시 급식 관계부서에 확인한 결과, 광명시에 품종에 관계없이 공급가능하다는 농민 주장과는 달리 ‘파주시 무공해 친환경 쌀’을 학교급식에 공급받기로 했고 품종은 추청으로 명시돼 있었다. 다만 농민들 주장대로 파주시는 학교급식용 친환경쌀 품종을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않았다.

“등급별 차등 수매는 다른 지역도 한다”

이와 관련 파주쌀조공 측은 공식적인 대응은 하지 않고 있다. 파주쌀조공의 공식적인 입장은 “법인 내부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 친환경 일반쌀의 등급별 차등수매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5월 23일 파주쌀친조공 관리부 관계자는 “지난해 720톤 친환경 쌀 수매 중 친환경 추청만 놓고 보면 93%정도가 1등급이라 문제가 없는데, 일반(삼광, 하이아미)벼와 추청을 합치면 1등급 비율이 71.3%, 2등급 25.1%, 3등급 1.9%, 등외 2.6%가 나오기 때문에 농민들이 친환경 일반쌀을 문제 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계자는 “친환경벼라도 등급별 차등 수매는 경기도 어디든 하고 있다”고 설명해 농민들의 주장과 다소 차이를 보였다. 다만 관계자는 차등수매를 하는 지역은 추청, 고시히까리 등 단일 품종을 취급하는 경우도 있다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특히 관계자는 “농민들이 학교공급가격과 농가수매가 사이에 발생한 차익을 제시한 것에는 도정비와 유통비용 등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라며 “농민들이 협상 시 거론됐던 수탁수매 방식은 받아들이지 않고, 또 지난해 수매당시에는 문제제기 하지 않았는데 수매 후 지금에와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미질이 좋아 추청쌀을 선호하는데, 친환경 추청과 친환경 일반벼의 수매가를 똑같이 해주면 (미질은 좋지만 생산량이 삼광 등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추청쌀 재배가 없어질 것 같다”며 “그렇게 되면 미질이 떨어져 팔기 어렵기 때문에 파주RPC 운영에도 차질이 있을 것 같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파주시, “한쪽 편들 수 없어 난감…중재 나설 것”

파주시도 이렇다 할 해결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친환경쌀 수매가를 높고 이미 농민과 파주쌀조공과 충돌해 중재에 나선 적이 있다는 설명이다.

파주시농업기술센터 농업유통팀 관계자는 5월 23일 “조공측은 흑자가 나면 환원해달라고 한다면 적자가 날 때는 어떻게 할거냐는 문제제기를 하고 있고 농업군인 만큼 농민들의 입장도 있다”며 “시는 누구 편을 들 수도 없고 농민과 농협이 서로 자기 이야기만 첨예해 지켜보는 입장”이라며 난감한 기색을 내비쳤다.

이어 그는 “RPC가 망가지면 친환경 쌀농가뿐 아니라 관행 쌀농가들에게도 타격이 되고, RPC가 적자가 나면 시예산으로 매워야 한다”고 설명하는 한편 “친환경 농민들에게 학교급식이 중요하기 때문에 파주시는 학교급식 쌀은 품종에 상관없이 공급받고 있기도 하다”고 말해 양 측의 입장을 공히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 “시에서도 합의조정 노력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2012년산 쌀 가격 적자를 보정해 농민분들에게 7만5백원에서 7만2천5백원에 수매가를 하기도 했고 연차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하지만 지난해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농민분들이 수탁수매는 거부했고, 올해는 쌀은 비싸게 사달라고 하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 파주친농연 관계자는 “파주 친환경 쌀 중 추청이 대부분이고, 삼광·하이아미 등 일반 친환경의 비중이 많지 않은 것도, 등외 판정을 받은 농가가 극소수 인 것도 사실”이라면서 “추청만 심을 경우 연작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 친환경벼와 돌려심고 있기 때문에 친환경 일반벼도 차등없이 수매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올해 2월 일반벼 등급을 상향해 600만원 정도 금액을 돌려준다는 쌀조공의 중재안도 거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파주친농연 관계자는 “7만2천5백원으로 수매가를 올려줄 당시 경기도에는 친환경 쌀이 부족해 다른 지역에서 파주쌀을 7만5백원 보다 비싸게 수매하겠다는 제안이 들어왔었던 상황으로 파주쌀조공에서 먼저 올려주겠다고 한 것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유정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