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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은 왜 가족농의 해를 정했을까급식논단 /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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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5.29  17:2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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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2014년은 국제연합(UN)이 지정한 세계 가족농의 해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사실조차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으며, 대다수 국민들 역시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 2012년 UN이 정한 협동조합의 해 당시의 열풍과 비교할 때 극명한 차이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당시엔 일자리 창출이라는 정부의 관심이 적극 개입해 법제화의 성과가 있었고, 그 이후 사회적으로 협동조합 설립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가족농업의 해는 정부의 무관심 혹은 외면으로 인해 사회적 의제와 이슈로부터 소외되고 있는 상황이다.

UN은 왜 가족농의 해를 정했을까? 그리고 이 정부는 왜 가족농의 해에 대해 아무런 관심조차 없는 것일까?

UN산하 국제식량농업기구(FAO) 홈페이지를 보면 가족농의 해를 지정한 이유와 목적이 다음과 같이 매우 분명하게 명시돼 있다.

UN이 추구하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아·빈곤, 식량, 환경 등의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점과제인데, 이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 가족농 혹은 소농이기 때문에 가족농 및 소농의 중요성을 전파하고 가족농 및 소농이 처한 문제 해결 방안을 광범위한 논의와 협력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즉, 기아 및 빈곤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가족농의 기능과 역할을 되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세계 식량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가족농 및 소농이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며, 자원을 약탈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글로벌푸드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가족농 및 소농이 농업생산의 중심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과정 속에서 몰락하고 있는 가족농 및 소농의 기능과 역할을 되살리기 위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을 각국 정부와 지구촌 사회에 주문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농업·먹거리 정책은 UN이 밝힌 이러한 취지와 의미와는 정반대의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30여년 이상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을 일관되게 추진하면서 농업구조조정이라는 명목으로 소수의 정예농가를 집중 지원하는 반면 가족농 및 소농을 몰락시키는 것이 정책의 핵심기조였다. 그리고 이 농업구조조정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며, 한국의 기득권 동맹은 지금까지의 가족농 및 소농 몰락 정책을 앞으로도 계속 밀어붙이고자 한다.

자유무역협정(FTA) 및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과 같은 자유무역협정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면서 농산물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장치 마저 완전히 걷어내려 한다.

게다가 쌀마저도 내년부터 관세화로 전면 개방해 누구나 관세만 부담하면 자유롭게 쌀을 수입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전업농 보다 더욱 규모화되고 더욱 소수 정예화된 기업농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대신 대다수 중소 가족농은 소외되어 더욱 빠르게 몰락의 길을 가도록 떠밀고 있다.

지금 한국 정부의 농업·먹거리 정책은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UN조차 나서서 가족농 및 소농을 되살려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농업과 농민 그리고 농촌을 붕괴시키는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정부는 UN이 정한 가족농의 해를 외면하고 무시하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농업, 지속가능한 먹거리를 지향하는 세계사적 조류와 흐름에 역행하는 낡은 농업정책과 먹거리정책을 그대로 유지하는 한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의 밥상이 세월호처럼 침몰하는 참사가 발생할 것이다.

안전한 밥상, 건강한 밥상을 위해서는 우리의 농업과 먹거리가 지속가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민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 가족농이 사람답게 살면서 안심하고 농사지을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이것이 UN 가족농의 해 선정이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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