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8일 수요일 총회.
그곳에 다녀온 저는, 그날 이후 내내,
참으로 많은 반성이 들었습니다.

저는,
누군가에게는 의식 없다 여겨질,
누군가에게는 안이하다 여겨질,,
그리고 또 누군가에게는,
그저 흔하고 평범하다 여겨질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학교에서 나오는 여러 사항에 대한 평가지에는
혹여 내 아이가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싶어
마음보다는 좀 더 긍정적인 항목에 체크하기도 했던.

급식에 불평하는 아이에게는, 그저
그랬구나,, 라며 들어준 후엔 참으라 했던.

내 아이가 매일 먹는 급식이
정말 잘못되었던 거로구나,, 라고 느낀 것은
기존의 영양사 선생님의 휴직으로
기간제 영양사님이 오신 후부터입니다.

한참을 아이들로부터,

우리 학교 밥은 정말 맛이 없어요.
김치에서 흙 맛이 나요.
밥에서 하얀 벌레 알이 나왔어요.
영양사 선생님이 애들에게 짜증을 많이 내요. 라는 소리들을 들으면서도

어찌 다들 만족 하겠는가.
건너건너 말을 다 믿을 수 있겠는가.
급식 모니터제도 있으니 개선이 되겠지.. 라 여겼었고
급식 모니터 다녀오신 부모님들의 우려를 들으면서도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 들이지 않았었는데,,

머지않아 학부모들 사이에
작년 급식 예산 중 3500만원 가량을 사용하지 않고 반납했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영양사 선생님이
자리를 비운 일도 많다는 소식도 들렸지요.
그나마도 맛이 없어
담임 선생님도 음식을 버리라고 하셨던 일,
한달 내내, 심지어 스파게티랑도 김이 나오고,
한겨울에 천혜향 등 비싼 과일이 나온 것은,
덜 쓴 예산을 얼른 쓰기 위함이라는 일,
그럼에도 영양사 선생님은
양과 질에 아무 문제가 없다 주장한다는 일.
이전 학교에서도 문제가 있어 1년 만에 전근하신 일…
그랬던 영양사 선생님이 개인적인 상황 변화로
12월 예정이던 복직을 당겨 7월에 복직하려 한다는 등의 소식도 접할 수 있었지요.

게다가 학교는 이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분위기라는 소식도요.

그 소식에 저희 아이들은,,
아,,, 또 그 밥을 먹어야 되는 거야? 어휴.
우린 금방 졸업하니까 그나마 다행인데,,
어휴,, 1학년들은 정말 안됐다. 라고 하더군요.
여러 번 한숨을 내쉬면서요

그리고 결정된 학부모 총회.

장소에 도착하니 전교 700명 남짓 학교에서
언뜻 살펴보아도 300명 가량의 학부모님들이
모이신 것이 보이더군요.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적대적인 기운이 느껴지기에
저는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이 많은 사람의 적대감이 한 사람을 향한 이 상황을
영양사 선생님이 감당할 수 있을까….
혹여 나쁜 맘이라도 먹으면 어쩌나… 하는.

이것은, 기우였습니다.

영양사 선생님은,,,

양과 질에 대해 사과할 것은 없다.
개인적 병으로 예산을 다 쓰지 못했지만
그것 외엔 잘못이 없다!고 당당하시더군요.

음식이 맛이 없었다. 양이 적었다. 지저분했다.
예전 우리 학교 급식이 싫다. 는 다수 아이들의 의견은,

그 분께는 아예 고려 대상도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이 먹는, 아이들의 급식인데,
아이들의 의견은 아무 것도 아니었어요.

분노가 일었고, 집에 오는 내내 든 생각은,,,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입니다.

좀 더 깨어 있고, 좀 덜 참고,
좀 더 당연한 일을 제대로 요구했더라면
이 아이들이 그런 불합리한 상황에서
시달리지 않았을 텐데,,

300여명의 적대적 어른들 앞에서도
인정하지 않는 저 분이
우리 아이들을 그간 어찌 대했을 지가
너무 환히 보여서,,,

그리고, 연이어,
선생님들과 교장선생님께도 분노가 일었습니다.

아이들이 맛없다 하니 음식 버리는 것에 동의하셨던 선생님은,, 왜 행동하지 않으셨을까.
학부모들이 그 음식 드실만 했냐고 묻자
아니라 하신 교장 선생님은
1학년 아이들 음식 남기는 것에 대해
그렇게 혼내고 철저히 지도하시면서
영양사 선생님께는 왜 서면 경고 한 번 주지 않으셨을까.
급식 관련 일들 뿐 아니라
근무 기간에 대학원 수업 듣고,
인수인계도 제대로 하지 않은 태만에 대해서도,,,,

처음엔, 그 분이
우리 학교에 다시는 오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전혀 반성 없는 그 분의 태도를 보니,
그게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스스로의 일에 조금의 사명감도 없는 분이,
아이들에 대한 일말의 애정도 없는 분이,
교육 현장에 계시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간, 해야 할 말이 있을 때,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생각 뒤에 숨어 입 닫았던 저는
잘못 살아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만히 있어라] 하지 않아도
그저 알아서 가만히 있었던 제가
이런 불합리의 만연을 도운 격이라는 반성도 듭니다.

앞으로는,
다르게 살아야겠습니다. 다르게 살겠습니다.
덜 부끄럽도록, 덜 미안하도록.

관련된 지식이 없어 도움은 드리고 있지 못하지만
나서주시는 분들께 느끼는 감사함을 전하고 싶었어요.

감사합니다.

머릿수 필요한 일에는 반드시 동참하겠습니다.

표현하지 않는 분들도
같은 마음이실테니 힘 내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