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진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바이오안전성의정서 당사국총회가 한 달 남았다. 짧게는 지난 1년 길게는 당사국총회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될 것이 결정된 이후 수년 동안 이 당사국총회기간을 통해 각각의 시민사회단체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관해 다양한 논의를 해왔다. 그리고 최종(이라는 단어가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적으로 나름의 총회기간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딱 한 가지,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에 관한 홍보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오늘은 지면을 이용하여 작정하고 홍보를 좀 해보고자 한다.

지난 7월부터 MOP7한국시민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는 소속단체들과 함께 그동안 유전자조작농산물(이하 GMO)이 유통과정에서 낙곡 등으로 인해 자생한 것으로 알려진 지역을 중심으로 현장조사를 실시해왔다. 이 결과는 9월 30일 오전 10시에 일본 식농넷의 일본 내의 자생지 조사결과와 함께 공동으로 발표된다. 이 발표를 통해 GMO가 재배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GMO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날 오후 6시에는 재작년부터 준비해온 GMO완전표시제를 위한 법개정운동의 일환으로 조사해온 표시제 실태조사의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이 실태조사는 지난 주 식약처에서의 발표가 현행 GMO에 대한 불완전한 표시제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음을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날인 10월 1일 오후2시에는 GMO에 대한 대안으로서 오랜 기간 진행해온 토종종자에 관한 활동을 중심으로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이 심포지엄은 이미 지난 1995년 식량주권을 선언하고 이 운동에 주력해 온 비아캄페시나와 함께 GMO 및 WTO에 저항하고 대안을 모색해온 세계 각국의 경험과 우리나라에서의 활동내용을 공유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10월 2일에는 오전 10시에 종자와 생태농업이라는 주제의 회의가 아시아의 참여단체들과 함께 진행된다. 오후 1시에는 이 주제에 관한 강연이 있을 예정이며 강연이 끝난 후에는 세계 곳곳에서 달려온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공동행동으로 행진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행진은 지난 당사국총회에서 전통이 된 대규모 행진을 계획하고 있다. 이 행진의 주된 구호는 GMO 완전표시제 실시, 토종종자를 지키기 위한 농민들의 권리(농부권) 및 먹거리안전의 보장 등이다.

당사국총회 마지막날인 10월3일에는 강원도 지역에서 토종종자 채종포 등을 중심으로 하는 생태투어가 진행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이 당사국총회가 끝난 후 2주동안 개최되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는 ‘자립하는 소농과 토종종자’라는 제목의 행사도 준비 중이다.

현안에 대한 다양한 고민을 담아야 하는 이 지면을 보도자료의 냄새가 나는 글에 굳이 할애한 이유는 이를 계기로 GMO에 관한 우리나라의 현안에 대해 국민들이 좀더 관심을 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사실 바이오안전성의정서와 생물다양성협약은 WTO 체제에서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는 자유무역이라는 원칙아닌 원칙에 의해 끊임없이 도전을 받아왔다. 환경과 생태라는 관점을 자유무역에 저항하는 한 수단쯤으로 폄하하기 일쑤인 WTO는 환경과 생태에 직·간접적으로 상호영향을 미쳐 온 농업 역시 상품무역의 일환으로 평가절하해왔다. 세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농업은 상품무역의 한 분야가 아니라 국민의 생존권임을 강조해왔으나 이런 주장은 쉽게 무시되어왔다. 더 나아가 환경과 생태와 조화를 이루고자 하는 유기농조차도 인증제라는 법제도의 틀에서 상품으로서의 가치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된다는 문제제기조차 힘든 게 현실이다.

따라서 이번 당사국총회를 계기로 GMO를 중심으로 몇 가지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을 찾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역시 크다. 먹거리 안전을 고민하는 국민들에게 지금의 GMO표시제가 어떻게 그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어 GMO표시제 개정을 위한 활발한 활동이 이어지길 바란다. 또한 GMO종자를 개발하고 이를 재배하고자 하는 모든 시도에 대한 대안으로 우리 스스로 우리의 종자를 가지기 위한 노력을 해온 농민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의 활동이 널리 알려지고 이를 통해 농부권 보장을 위한 법제도 개정문제 역시 관심의 대상이 되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사족을 하나 붙이자면 이 당사국총회가 개최되는 장소가 일반사람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외진 곳에서 진행된다는 사실 역시 이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3주간 계속될 두 개의 당사국총회는 9월 29일부터 10월 17일까지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좀 멀더라도, 쉽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이 문제들을 고민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