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애버딘대학 연구진이 2005년 미국 몇몇 주의 슈퍼마켓에서 팔리는 134가지의 쌀 샘플에서 비소 농도를 잰 결과 캘리포니아산 쌀의 평균농도는 160피피비(ppb, 10억분의 1), 중남부 지역 쌀은 270피피비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낮게 검출된 것은 캘리포니아산 유기농 쌀로 100피피비였고, 가장 높은 것은 루이지애나산으로 660피피비나 됐다.

여기에 더 주목해야 할 점은 캘리포니아산 미국 쌀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검출된 비소의 절반 정도가 사람에게 치명적인 ‘무기비소’ 형태라는 점이다. 하루에 300피피비의 비소가 든 미국 쌀을 100g을 먹는다면 30㎍의 비소를 섭취하는 셈이며, 무기비소의 섭취량은 그 절반인 약 15㎍ 정도가 된다. 이는 무기비소에 대한 음용수 기준인 리터 당 10㎍을 넘는 수치다.

비소는 주로 물이나 음식을 통해 인체로 들어와 몸속에 쌓인다. 특히 무기비소는 방광, 피부, 신장, 폐 등에 암을 일으키는 1급 발암물질이다. 무기비소는 또 수정 능력을 떨어뜨리고, 고혈압, 당뇨, 출생결함 등의 원인이며, 어린이들의 지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식품의약국(FDA)은 쌀이 물에서 재배되기 때문에 다른 작물보다 비소의 함량이 높다고 설명하고 있다. 과거 목화가 재배되던 지역에 쌀이 재배되면서 그동안 축적된 비소가 벼에 흡수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비소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로서 1910년 이래로 160만 톤을 사용해 왔다. 그 중 절반가량이 60년대 중반부터 사용된 양이다.

1980년대에 이르러서는 비소사용이 금지되었으나 이전에 수십 년간 사용된 비산납 살충제 잔여물이 농업용 토양에 아직 남아 있다. 비소가 많이 살포된 목화밭에는 벼농사도 잘되지 않았다. 그래서 미국농무부는 비소에 강한 품종을 개발하는데 투자하였다. 그러나 비소에 강한 품종은 비소를 많이 흡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연간 10만 톤가량의 미국 쌀을 수입해서 먹고 있다. 그리고 미국 쌀로 만든 이유식이 팔리고 있다. 그러나 현재 쌀에 대한 비소 기준은 설정돼 있지 않다. 미국에서는 이사 메디건 일리노이 주 검찰총장을 비롯하여 소비자 연맹이 미국 FDA에 비소 쌀의 허용기준을 정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인터넷 공간에서 미국 시민들의 서명운동도 추진되고 있다.

쌀을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쌀이 주식이고 수입국임에도 불구하고 비소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이것은 정부의 안전 불감증에 다름 아니다. 캘리포니아산 미국 쌀은 안전하다는 말을 되풀이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우리의 기준을 마련해야한다. 비소 쌀의 허용기준 마련을 촉구하는 시민운동이 필요하다. 우리 아이들의 건강에 대해 눈감고 있는 것은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또 다른 죄를 짓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