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호 PDF 파일 지면 7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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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후 지난 60여년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우리사회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 중 하나가 밥상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꿈이 현모양처인 적도 있던 그 시절에는 거의 집집마다 엄마의 손으로 밥상이 차려졌고 아이들의 도시락이 준비됐다.
 
그러나 지금은 가정뿐만이 아니라 학교와 식당에서도 밥상이 차려진다. 밥상을 차리는 주체가 확대된 것이다. 주체의 확대에 따라 밥상재료도 변화했다. 무상급식이 보편화된 학교에서의 급식을 제외한 대부분 밥상재료는 기업이 만들어낸 냉동식품과 저장식품, 패스트푸드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값도 쌀 뿐만 아니라 기름만 두르면 반찬이 되고 봉지만 뜯으면 금방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입맛에도 맞다. 싼 가격, 짧은 조리시간, 달콤한 맛은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그에 따라 식품산업은 급속도로 확대돼 왔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이러한 먹거리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2012년 2월 영국 브리스톨 대학 연구팀은 감자 칩이나 피자,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를 주로 먹은 아이들은 채소와 과일 및 가정식으로 조리한 음식을 주로 먹은 아이보다 아이큐가 낮다고 밝혔다.
 
따라서 3살 전에는 채소와 과일로 조리하는 가정식으로 꼭 먹일 것을 강조하면서 3살 이후에는 식단을 건강하게 바꾸어도 낮아진 아이큐는 크게 바뀌지 않는다고 경고한 바 있다.

뇌 손상을 일으키는 패스트푸드는 비만병도 불렀다. 식품대기업들이 만들어내는 식품속에는 소금과 액상과당, 트랜스 지방이 반드시 들어 있는데 이 재료는 뇌에서 과식에 대한 감지를 둔화시켜 많이 먹어도 질리지 않게 한다. 미국은 지난 해 유방암과 대장암 사망률에 비해 비만 사망률이 3배나 높다고 발표했다.

2010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영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는 아이들의 비만병을 해결하기 위해 대기업식품 맛에 길들여진 입맛과의 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 과정은 눈물겹다. 우리나라도 최근 비만율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20대의 고도 비만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비만은 의료보험료를 높힐 뿐만 아니라 나라의 생산성을 낮춘다. 뚱뚱해서 일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정상인과 비교하여 생존기간도 15년이나 짧다. 이러한 먹거리 환경을 바꾸기 위해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는 올해 5월 출범했다.

농민이 아닌 소비자들이 ‘공동생산자’라는 이름으로 모여 결성된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는 ‘국민건강과 지역생태계를 파괴해가는 식품에 대항하여 우리 먹거리의 근본을 찾는 활동’을 해 나갈 것을 밝혔다. 출범 이후 한국협회는 토종씨앗 나눔활동, 먹거리 나눔, 지역의 음식과 종자보존 및 지원, 농업이주노동자들의 인권 찾기 등 어려움속에서도 힘차게 활동해 왔다.
 
지난 12월 12일부터 14일까지 ‘2014슬로푸드 위크’행사를 주관하고 좋고(good), 깨끗하고 (clean), 공정한(fair) 음식에 대해 성찰해 보도록 우리사회에 화두를 던지기도 했다. ‘농장에서 학교까지 따뜻한 밥상’이라는 주제를 가진 컨퍼런스에서는 의미심장한 발표들이 이어졌다.

여기서 두 가지만 정리해 보면 먼저 흙에 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흙은 농산물을 키워내는 곳이고 어떤 재료가 흙을 구성하느냐에 따라 농산물의 구성이 달라진다. 따라서 건강한 밥상은 ‘흙’에서 출발한다는 주장이다. 결국 땅에 대한 투자는 건강한 밥상에 대한 투자의 시작이다. 비소로 오염된 미국 땅에서 ‘비소쌀’이 생산되듯.
 
두 번째는 저질식품으로 발생하는 사회적비용을 지역 식당에 사용하라는 것.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지역 식당에서 로컬푸드나 친환경농산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차액을 지원하면 질병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고 건강한 국민을 생산해 낼 수있다는 것이다. 엉킨 실타래를 풀 때는 생각이 필요하다. 공동생산자들은 흙과 로컬푸드, 친환경농산물에서 실마리를 찾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