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호 PDF 파일 지면 4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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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천섭 화성시 로컬푸드직매장 PM

이제 곧 연말이고 새해가 다가옵니다. 지난 3월에 화성시에 올라와 정신없이 보낸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갑니다. 지난 8개월여 동안 많은 농가들과 공무원, 그리고 리더들과 ‘로컬푸드를 왜 하는 것인지, 기획생산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왜 수수료를 10% 받는지, 로컬푸드직매장과 마트는 어떻게 다른지, 화성 농업을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지’ 등등 많은 토론을 하였습니다. 12월 현재 700여농가가 조직화되어 출하하고 있으며 350여 가지의 다양한 농산물이 출하되어 20억원의 매출(지난 4월부터 일매출 약 800여만원) 성과를 올리고 있습니다.
 
짧은 준비과정으로 가공상품 부족과 비 도심권역에 있는 1호점도 안정적으로 성장 중입니다. 이는 화성시 로컬푸드 시스템을 구축하는 튼튼한 토대가 될 것입니다. 다행히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화성시에서는 2015년에 동탄 등 도심지역에 로컬푸드직매장 2, 3호점과 농민가공지원센터, 전처리시설, 농가레스토랑 등을 신속히 준비하기로 합의점이 찾아진 듯합니다.

이제 다양한 가공상품의 발굴 및 생산, 학교급식과의 연계를 통한 공공급식 확대, 도심권역에 직매장 개설을 통한 시장의 확대, 겨울철, 여름철 등 연중생산이 가능하도록 작부체계의 변화와 합리적 시설지원, 참여하고 싶어 하는 가족소농의 기회확대 등이 앞으로 해야 할 과제입니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로컬푸드 시스템 구축은 단순히 직매장, 레스토랑 하나 더내고 운영하는 유통방식이 아니라 지역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하여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관계시장을 만들어가는 재편과정이자 내적 발전 동력을 갖춰 무지막지한 글로벌푸드에 대항하는 시급한 대응전략임을 잊지 말아야할 것입니다. 또한 정체모를 먹거리에 노출되어 있는 소비자 시민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등 지역경제의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여 지역경제의 기반을 튼튼히 한다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그래서 로컬푸드 시스템은 단순히 직매장을 하나 내는 것으로 착각하여 농업정책과 지역여건을 배제한 유통전략으로는 타당하지 않다는 점들을 토론하였습니다. 우선 지역농정의 주체 예컨대, 농민, 행정, 전문가들이 모여 지역농업의 여건과 상황을 점검하고 우리지역에서는 어떤 방향과 내용을 가지고 추진할 것인지를 토론하고 합의하여야 합니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은 채 생산자단체, 개인 등이 주도하여 추진되는 로컬푸드직매장 개설은 결국 지난한 과정이 될 것입니다.(물론 진행하면서 문제점이 발생하면 다른 접근도 가능하겠지만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상황이 전개되어 올바른 대응책이 나오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겠지요) 이런 방안이 어렵다면 요즘 로컬푸드 시스템을 고민하며 운영하고 있는 앞서가는 지역을 견학하거나 aT(농식품유통교육원) 등과 같은 교육 프로그램에 주체들을 참여시켜 합리적인 고민을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요즘 지역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면서, 로컬푸드 시스템 구축을 이야기하면서 대형마트에 로컬푸드를 납품한다고 홍보하고, 구멍가게 같은 숍인숍에서 로컬푸드를 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상황을 보면서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장수사과를 가져다 팔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겠지만 그 대신 우리화성 사과농가가 설자리가 없음을 알아야 합니다.

이러다가 “그것 봐라, 로컬푸드 같은 소리하고 있네. 우리사회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야”하는 이야기가 또 나올 것 같아 걱정이 앞섭니다. 마지막으로 토론에 참여한 독자 여러분께 마음을 다해 성원합니다. 우리 농업이, 농가가 스스로 자랑스러웠던 적이 언제있었습니까? 농가, 행정,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여 방법을 만들고 농가를 조직화하여 연중출하 할 수 있는 기획생산 체계를(개인농가, 전체농가)만들어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날 수 있는 관계시장(직매장, 레스토랑, 공공, 학교급식, 꾸러미, 가공 등)을 확장하여 지역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 이것이 지금당장 우리가 해야 할 과업임을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지역사회의 공동체를 복원하는 길이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생하는 길이고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일임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좀 더딜 수도 있고 빨리 추진될 수 있습니다. 지역마다의 상황과 여건이 많이 다를 것입니다. 그러나 어찌되었건 지역농업의 지속가능성은 필요한 것이고 농가의 안정적인 일자리와 소득, 시민의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가 보장되어야 지역공동체가 존재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경쟁 하지 말고 관계를 만들자. 로컬푸드는 마트가 아니다’수백, 수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지난번 어느글에서 본 유정규 박사(지역재단 상임이사)의 답답함이 밀려옵니다. ‘리더는 많은데 진정으로 지역을 고민하는 리더는 없다’ ‘로컬푸드 직매장은 많은데 지역농업을 고민하는 곳은 없다’ 어쩌면 로컬푸드의 바람이 전국적으로 불고 있는 상황에서 좋은 기회가 될 수도, 또 다시 힘든 역경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대신 엉터리, 가짜를 쫒지 말고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진정으로 지역을, 평생 농사를 지어 온 농민을, 언젠가 기꺼이 동조자가 돼 줄 소비자를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연말과 새해, 바쁘시지요? 추운 날씨 건강조심하시고 힘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