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호 PDF 파일 지면 6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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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덕 경남대 교수, 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장

자유무역협정 등으로 점점 거세지는 농업개방과 글로벌푸드의 무차별적인 유입 속에 천년지대계인 농업을 지키고, 농업을 활성화하는데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농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정부의 하드웨어적 접근도 필요하지만, 인구의 대다수인 도시민들의 참여를 통한 농업의 활성화가 필요합니다. 지금 정부는 물론이고 모든 국민이 농업을 지키고, 농업을 활성화하는 데 나서야 할 때입니다. 그렇게 하더라도 과연 우리 농업을 지킬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도시민들이 농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인근지역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구매하고 소비하는 일입니다. 도시민들의 지역농산물 구입과 소비는 농업 활성화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긍정적 결과를 낳습니다.

첫째, 농민들에게 도움이 됩니다. 농민들이 아무리 좋은 농산물을 생산한다고 하더라도 도시민들이 이를 외면하면 농민들은 그러한 농산물을 계속해서 생산할 수 없습니다. 도시민들이 지역농산물을 구입하게 되면, 농민들이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습니다.

둘째, 지역경제에 도움이 됩니다. 도시민들이 글로벌푸드 먹을거리를 섭취하게 되면, 구입한 돈이 지역에 머물지 않고, 지역 밖으로 가게 됩니다. 반면에 도시민들이 로컬푸드를 구입하여 그것을 섭취하게 되면, 먹을거리 관련 돈이 그것을 생산한 농민에게 돌아가고, 지역에서 순환되어 지역경제에 도움을 가져옵니다.

셋째, 도시민들이 지역 식재료를 구입하게 되면, 조리하게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가정에서 조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조리한 음식을 먹게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리고 이러한 식생활 변화는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 소비를 더 늘려 지역농업을 이롭게 하는 선순환을 낳게 됩니다.
 
도시민들의 인근지역 농산물 구매와 소비는 도시민들에게도 좋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도시민들이 좋은 먹을거리를 먹을 수 있습니다. 글로벌푸드는 생산과정에서 농약이 많이 사용되고, 수송과정에 방부제가 들어간 것이 대부분입니다. 때문에 조사에 의하면, 이러한 음식을 섭취한 엄마보다 유아의 체내 농약 잔류량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 바 있습니다. 또 글로벌푸드에는 유전자 조작 농산물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 1인당 식용으로 연간 40kg의 유전자 조작 농산물을 수입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도시민이 인근지역에서 구입한 농산물의 경우 훨씬 더 신선하고, 유통기간이 짧아 방부제 등이 사용되지 않은 것이 대부분입니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유전자 조작된 종자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지역농산물 이용은 유전자 조작 농산물을 피할 수 있는 좋은 방안입니다. 도시민들의 로컬푸드 애용은 지구 환경에도 도움이 됩니다. 장거리 푸드마일을 가진 글로벌푸드를 먹게 되면, 그것의 생산과 유통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많이 발생해 지구온난화에 일조하는데 비해, 지역농산물을 소비하면,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여 지구온난화 예방에 기여합니다.

도시민들이 지역 농산물을 사용하면, 이처럼 우리 농업과 농민에게 도움이 되고, 도시민들의 식생활 그리고 나아가 지구의 환경문제까지 해결하는데 이바지합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이러한 이점을 알면서 실천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한 가운데 우리 농업과 먹을거리, 지구 환경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도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역할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