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호 PDF 파일 지면 8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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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도숙 시인, 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道를 아십니까?
요즘은 그런지 모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길가다가 마주친 낮선이가 도를 아느냐고 묻는 일이 더러 있었다. 언뜻 그 도가 길(道)인지 도사들의 道인지 도통 알수 없어 쭈볏대기 일수였다. 보통의 사람들은 바쁘게 그 자리를 피해버리지만 자리를 피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그들의 道를 속절없이 들어줘야 했다.
 
들어보면 그럴듯해서 스스로를 돌아본다는 사람도 있고 뭔가 찜찜하다 는 사람도 있는 듯하다.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으니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것은 없는 일이다. 하지만 여간한 사람들은 그들의 술수에 말려들어 무슨 피해나 보지 않을까 저어해서 여간해선 말을 섞으려 하지 않았다.
 
무슨 종교단체인지는 알 수 없으나 물질문명에 찌든 현대인들의 또 다른 속성을 건드리기엔 맞춤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들이 말하는 도가 노장사상(老莊思想)이 말하는 道인지는 분명치 않으나 德을 쌓으라고 한다는걸 보면 노장사상과 그렇게 달라 보이지도 않는다. 道는 道可道非常道로 시작하는 노자 제1장에 나오는 말이다. 도가 도라고 할 수 있다면 이미 도가 아니다 라고 해석한다.

학자들 마다 해석이 분분하지만 대체로 진리를 이것이라고 규정하면 그것은 진리가 아니란 뜻이다. 도는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며 규정할 수 없다고 하며, 노자의 도덕경에는 도는 곧 자연이라고 한 데에서 자연순환의 이치를 도라고 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덕은 도를 수행하는 방법이니 이는 자연을 따르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인간이 지속적으로 땅별에서 살아남으려면 현대산업문명으론 가능치 않다는 반성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서양의 물질문명이 발전해 인류 삶의 질이 나아졌다고 보는 측과 오히려 인간성이 침해당했다고 보는 측의 대립은 계속 되고 있다.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상품을 생산하고소비해야만 넘어지지 않는 달리는 자전거와 닮아있다. 세계적 경제위기라고 하는 것은 자전거의 속도가 줄어 넘어지려고 하는 순간인 것이다. 그래서 자전거를 넘어뜨리지 않기 위해 자주 써먹는 것이 전쟁이다. 우크라이나에서 이라크에서 지구상 어디에서는 매일 전쟁으로 사람이 죽어나가지만 전쟁은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그래야만 자본주의 한 축인 군산복합체라는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 자본의 확장은 농업에서도 마찬가지다. 땅별을 지속적으로 만들어갈 소농들을 내쫓고 그 자리에 무시무시한 토목과 화학농법과 GMO를 통한 싸구려 먹거리를 만들어낸다. 순환과 자연질서를 위배해 오래가지 못할 약탈적 농법으로 자본주의를 유지하려고 한다. 특히 신자유주의는 농업독점을 통해 지구를 지속적이지 못하게 하고있다.

우리는 무엇을 먹고 있는가? 앞으론 무엇을 먹을 것인가? 지금까지 100년의 산업자본주의 시대를 성찰하고 앞으로를 내다보는 혜안이 필요한 시대다. 어쩌면 道는 농사에서 찾아야 한다. 그나마 땅별에서 지금까지 인류의 생명을 책임진 것은 농부들의 손을 거친 농산물 이었다. 道가 천지자연의 이치고 덕(德)은 그를 따르는 것이라면 굳이 다른 곳을 찾을 이유가 없다. 농촌은 모든 道가 나오는 곳이고 농사는 德을 쌓는 일이다. 세상에 道와 德이 충만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