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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기 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 대표

지난 가을 5살인 딸아이와 텃밭에서 배추를 수확한 적이 있다. 어린이집에서 김장 담그기수업을 한다기에 텃밭에서 직접 키운 배추 일부를 기증하기로 하고 아이와 함께 배추를 수확한 것이다.

며칠 후 수업 때 만든 김치를 집으로 가져온 아이는 자신이 직접 만든 김치라 맛있다며 며칠 내로 모두 먹어버렸다. 고사리손으로 키운 배추는 풍성하거나 예쁘지는 않다. 텃밭은 풍성한 수확보다는 체험을 통한 자연과의 교감, 먹는 것에 대한 소중함이 더 큰 가치를 갖는다.

학교텃밭이 활성화돼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르치고 익히는 것이 교육인데 우리는 가르치려고만 한다. 스스로 익혀 몸에 배도록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학교텃밭뿐 아니라 도시텃밭(도시농업)이 필요한 이유로 넓혀 생각해 보자. 도시텃밭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먹거리를 직접 길러먹겠다는 생각에서 가능한 한 친환경적인 농사법을 원한다. 그러다보니 도시농업은 자연스레 생태농업을 지향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2017년까지 도시농업 참여자를 200만명으로 확대하는 목표를 세웠으니 제대로만 진행된다면 그만큼의 친환경농부가 생기는 셈이다.

이를 위해선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도시농업지원센터나 전문인력양성기관을 통해 기초적인 교육부터 농자재의 사용법, 흙을 살리고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방법, 그리고 이를 지도하기 위한 도시농업 전문가를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도시농업 활성화를 위해 위 기관들을 정부가 지원하면서 지역마다 도시농업 활성화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결국 이런 노력들이 많아지면 지속적으로 도시농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다. 실천으로 몸에 밴 활동들은 사람들의 습관과 의식을 바뀌게 한다. 텃밭농사를 시작하면 거름을 스스로 만들어 쓰기 위해 음식쓰레기를 퇴비로 만들기도 한다. 또 아파트 화단에 쌓인 낙엽도 훌륭한 거름으로 바꿀 수 있다.

음식문맹자라는 말이 있다. 현대인들 대부분이 자기가 먹는 음식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의미에서 쓰는 표현이다. 반대로 먹거리를 제대로 알고 중요하게 여기고 스스로 요리를 할 줄 아는 사람을 음식시민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도시텃밭 참여자들은 먹거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하는 제대로 된 음식시민이다.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교육이 되고 바른 먹거리에 대한 의식이 생기게 된다. 건강하고 의미 있는 삶을 시작하기 위해 텃밭농사부터 시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