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도 재입식을 완료 하지 못한 김포시 월곶면 갈산리 민두홍 씨네 쓸쓸한 양돈장

구제역 음성판정에도 불구하고 예방적살처분까지 하면서 정부 정책에 협조했지만 오락가락 정부 정책으로 오히려 보상금과 재입식 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하면서 2억여 원의 손해를 본 축산 농가가 최근 정부를 상대로 법정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 알려지면서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2010년 12월 22일 경기 김포시 월곶면 갈산리 양돈농가에서 김포지역 최초의 구제역 양성판정이 나오던 날, 바로 옆에 위치한 민두홍(45, 대한양돈협회 김포시지부 총무)씨도 청천벽력을 맞았다. 구제역 음성 판정이 나왔는데도 민 씨의 농장이 발생농가로부터 500m안에 위치한 이유 때문이었다.

엉겹결에 당한 일이기도 했지만 당시 안동지역에서 시작된 구제역 여파가 전국을 휩쓸면서 전 국가적 비상사태가 발동된 상태에서 민 씨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김포지역 최초 발생이라 기다릴 것도 없이 순식간에 2,190두의 돼지를 살처분했다. 그런데 이것이 화근의 시작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민 씨는 그 때를 회상하며 “왜 버티지 못하고 쉽게 정부 조치를 따랐는지 모르겠다”며 후회 하고 있다. 김포지역 최초로 살처분 하면서 농장 출입 금지 기간이 다른 농가들에 비해 그 만큼 길어 그동안 아무 일도 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당시 살처분 기준가격도 나중에 발생한 농가에 비해 불리하게 적용 됐다는 것. 한꺼번에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장비가 부족해 1주일 이상 기다린 농가들은 그 만큼 불어난 체중까지 포함한 보상을 받았지만 순식간에 모든 일이 끝난 민 씨는 이러한 혜택(?)도 없었다.

여기에 다른 농가들에 비해 생계유지비 보상도 턱없이 적게 받았다.

구제역 발생 농가가 아니기 때문에 바로 재입식을 할 수 있다는 판정을 받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경기도로부터 재입식 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2011년 3월 16일~25일을 ‘경기축산클린대청소기간’으로 정하고 군장병, 축산위생연구소 직원 등 5천780명을 투입해 아직도 남아 있을지 모르는 구제역 바이러스와 세균 등을 소독, 재발 위험요소를 제거했다. 당시 대청소 대상은 한우농가 663곳, 젖소농가 533곳, 돼지농가 1천58곳에 이른다. 대청소가 끝난 뒤 김포지역 농민들은 2011년 4월 4일부터 입식을 시작했다. 그러나 민 씨는 이들 농가보다 75일 정도 늦은 6월 21일에야 허가를 받았다.

이래저래 경제적 손실이 가중되면서 남 모르는 고통을 하고 있는 자신이 원망스럽다는 민 씨는 “정부 방역지침에 따른 죄 밖에 없다”며 “차라리 양성 판정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살처분 했더라면 보상을 제대로 받을 수 있었을텐데...”하고 후회 하고 있다.

민 씨에 따르면 2010년 4월 강화에서 발생한 구제역 피해 농가들이 시세가 3,700원/1kg인 상태에서 마리당 30만원의 보상을 받은데 비해 민 씨는 4,550원의 시세에도 불구하고 28만8천원 밖에 받지 못했다.

또 당시 보상기준 상한선이 110kg 이었지만 장비 부족으로 살처분 날자가 지체되면서 1주일이 경과되면 5%, 2주일은 10%의 보상비를 더 받았지만 이러한 조항도 민 씨에게는 해당 되지 않았다. 구제역 발생과 동시에 살처분 됐기 때문이다.

민 씨는 “김포보다 먼저 파주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돼지 출하를 하지 못하게 된 상태에서도 사료를 계속 줄 수 밖에 없었다”면서 “그러나 정부가 정한 상한선 때문에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고 고스란히 손해를 입게 됐다”고 주장한다.

여기에다 정부의 살처분 두수 축소도 민 씨의 손해를 가중시켰다. 양돈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 살처분 두수 파악에도 불구하고 당국이 사료사용실적과 출하실적 등을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숫자를 기록했다. 실제 살처분 두수가 1천마리인데 자료상 숫자가 1천2백마리이면 1천마리로 기록하고, 9백마리이면 9백마리로 기록 하는 등 살처분 숫자를 줄이면서 보상액을 축소했다는 것. 민 씨도 이 과정에서 50여마리가 축소됐다.

이로 인해 민 씨는 마리당 8~10만원을 덜 받으면서 최소 2억 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그동안 입식을 하지 못해 발생한 영업손실을 포함 현재 변호사를 선임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중에 있다.

이와 같이 소송을 진행중인 김포지역 양돈 농가는 민 씨를 포함 총 5명에 이른다. 이들 5농가들이 살처분한 돼지는 총 8,590두로 손해액이 8억 원을 넘어서고 있다.

한편, 정부는 물가관리를 위해 1/4분기에 이어 2/4분기에 또다시 7만톤을 수입하겠다고 지난 3월 20일 발표했다. 한미FTA가 발효된지 5일만이다.

이에 양돈협회는 “대기업을 위한 물가정책이 서민경제와 축산업을 붕괴시키고 있다”고 강력 항의하며 지난 3월 26일부터 4월 2일까지 서울 여의도 국회앞 천막농성에 돌입, 농성 7일만에 정부로부터 ‘2만톤만 수입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2일 오전 농성을 마쳤다.

양돈협회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지난 구제역 사태 때 가장 많은 피해를 당한 경기도 농민들이 직격탄을 맞아 사생결단의 자세로 농성에 합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구제역 이후 재입식한 농가들이 이제 한창 출하를 할 시기라서 그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대한양돈협회 김포시지부(지부장 윤명준, 62)도 적극적으로 결합했다. 김포시지부 윤명준 지부장은 “물가안정을 이유로 양돈농가들이 생존권 위기에 몰려있다”면서 “정부가 외국농축산물을 수입 하는 만큼 우리나라 농축산업 기반이 무너진다는 것을 알아야한다”고 격분했다. 대한양돈협회에 가입해 활동 하고 있는 김포지역 양돈농가는 총 21농가다.

민 씨도 이번 사태와 관련 난감해 하고 있다. 한동안 농장을 놀려야 했던 민 씨는 최근 돈이 없어 새끼를 낳아야 할 모돈까지 팔면서 농장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다.

▲ 지난 1일, 정부의 삼겹살 7만톤 수입에 항의 하며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양돈협회 회원들. 바로 이날 밤 11시 50분경, 협회는 정부로부터 2만톤만 수입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정부의 이번 조치로 지난해 구제역으로 피해를 당한 경기지역 양돈농가들이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