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호 PDF 파일 지면 6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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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에는 지구인의 정류장이라는 단체가 있다. 이주노동자들에게 다큐멘터리 영화를 가르쳐 주다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며, 함께 해결책을 찾아가면서 지구인의 정류장은 이주노동자들이 찾고, 이야기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거주하는 공간이 되었다.
 
스스로를 지구인의 정류장의 상임 승무원으로 자처하는 김이찬 감독은 “고용허가제는 노동자의 권리를 제약하는 독소조항이 있다. 그것은 이주노동자들의 자유로운 사업장 이동을 사실상 금지하여 직업 선택의 자유를 누릴 수 없게 한다는 점이다. 이주노동자들은 낯선 기후, 언어, 제도, 사회 관습 속에서 불편함과 불이익을 당하지만 강제 출국의 위협에 노출되지 않으려고 이를 감수하거나 참아내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이 이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자신들의 생사여탈권이 사용자에게 전적으로 달려 있는 불평등한 관계 때문이다. 이주노동자들이 일상적으로 시달리는 어려움은 임금 갈취, 추가근로 강제, 협박과 욕설, 근로계약 속이기, 폭행과 성폭행, 부당해고, 산업재해 등과 같은 적법하지 못한 것들이다.
 
노동법이 정하는 절차들을 통하여 어느 정도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 있다. 그런데 이주노동자에게는 외고법을 적용하여, 사장에게만 ‘고용관계 종료’를 신고할 수 있는 권한을 줄뿐,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 변경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제도적 장치가 존재하지 않아, 이와 같은 권리를 주장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위와 같이 사용자의 불법행위를 감싸주는 불평등한 제도에도 불구하고, 농업노동자도 노동자이므로 일하고 있는 국가의 다른 노동 법령을 통해 노동자들에게 보장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그리고 정당한 주장과 단결된 행동을 통해 그것을 넓혀갈 수도 있다”면서 최저임금제도, 근로시간 기록, 해고, 추방협박에 대해 알아두어야 하고 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정리하여 농업이주노동자를 위한 안내서에 담아냈다.

① 최저임금제도
한국은 최저임금제도가 모든 산업에 걸쳐 시행되고 있다. 이는 과도한 노동과 임금착취를 막기 위한 제도이다. 매해 7월경에 다음해의 최저시급이 결정되며, 결정된 최저 시급은 해마다 1월1일 시행된다. 먼저 자신이 서명한 근로계약서의 근로시간/휴게시간/휴일을 숙지해야 한다. 특히 ‘월근로시간’과 그에 따른 최저임 금액을 확인한다. (2015년의 예: 226시간 * 5,580원 = 1,261,080원 이상) - 실제 근무시간이 계약내용과 다르게 과도하게 많은 경우가 많다.

농번기에는 300시간을 훨씬 넘는다. 만일 300시간을 일했다면, 임금은 300*5,580 = 1,674,000원 이상)이다. 사용자들이 최저임금을 위반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사용자 임의로 월임금 중 300,000 ~ 400,000원 정도를 ‘기숙사와 쌀을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삭감 지급하거나, 이면계약서를 작성하여 서명을 강요하는 일도 자주 발생한다. 이때, 그 문서에 서명을 하지 말고, 휴대전화를 이용하여 부당한 상황을 녹음하고, 그 문서를 사진으로 찍어둘 필요가 있다.

② 평소에 근로시간을 기록해 두라
농업노동자들 스스로 자신의 근로시간을 꼼꼼히 기록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평소에 근로시간을 포함한 근로내용을 모국어/영어/한국어 상관없이 자신이 맘에 드는 방식으로 작성해두고, 때때로 휴대전화기의 사진과 녹음, 동영상 기술을 활용하라.

특히 ‘농업노동비자 (E94)’를 갖고 있더라도, 근무내용이 ‘버섯공장, 식품 가공공장, 계란포장공장, 생산품 세척/출하 공장’과 같이 계절과 기후에 영향을 받지 않고 규칙적으로 하는 일이라면, 추가근로수당을 제조업과 같이 요구할 수 있다.

③ 해고당하지 않을 권리
많은 농업사용자들이 ‘일을 못한다/말을 안듣는다/방이 깨끗하지 않다/일이 없다/ 돈이 없다’ 는 등의 이유로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고용센터에 임의로 ‘고용변동신고’를 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이유로 해고하는 것은 부당한 해고이다. 당신에게는 ‘정당한 사유 없이 해고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④ 추방협박에 주눅들지 말라
많은 사용자들이 ‘말을 듣지 않으면 고국으로 돌려보내겠다’는 협박을 자주한다. 엉뚱하게 ‘경찰’을 불러 경찰에게 허위 신고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걱정하지 말라. 당신이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게 아니라면, 이러한 협박 행위가 오히려 죄가 된다. 침착하고 당당하게 대응하고, 증거와 증언을 확보하여 추후에 노동부나 경찰 등에 사용자의 협박에 대해 고소하고 책임을 물을 수 있다.

⑤ 산업안전의 권리
한국은 OECD 국가에서 산업재해 사망률이 1위이고, 근로시간도 최장시간이다. 그런데 여러분들이 느끼다시피,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의 노동자들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일하고, 훨씬 자주 작업 현장에서 사고와 돌연사를 당한다. 아직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한 통계조차 없다.

특히 농업사용자의 대부분은, 일반적인 직장건강보험과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농업이주노동자들이 상해를 당하거나 질병을 얻을 때, 보호를 받지 못하고 사용자의 무책임 속에서 노동자들 스스로 치료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 한국정부는 농업에서의 안전보건 규정을 권고하는 국제기준인 ILO 협약 184호 (농업부문의 안전 및 보건에 관한 협약, 2001년)을 비준하지 않았고, 또한 사용자들의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의무를 해태하고 있다 할지라도, 사용자들은 기타 다른 노동 관련 법령에 따라 ‘노동자에게 위험한 상황을 피할 권리가 있’으며 ‘사용자는 강제근로를 시킬 수 없다’는 것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낯설고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기 전에 사용자에게 안전 확인 및 안전 교육을 적극 요구한 뒤, 근로를 개시하도록 하여야 한다. 적극적으로 문제제기하고 목소리를 높여 이주노동자들이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찾아야 한다. ‘산재보험가입은 모든 사업장의 의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