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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진칼럼]집밥열풍, 이대로 좋을까?[49호/2면/공공급식/김은진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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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0.01  19:4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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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호 PDF 파일 지면 2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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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진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TV를 돌리면 한동안 온통 먹방이더니 최근에는 각종 쿡방이 유행이다. 유명요리사가 나와서 각종 요리를 선보이거나 요리사가 아닌 사람들의 요리를 유명요리사들이 평가를 하는 프로그램까지 다양하다. 물론 미국의 프로그램을 프랜차이즈한 1등 요리사 뽑기 경쟁까지 더하고 보면 가히 요리 전성시대라 할 것이다.
 
농촌에 가서 직접 농사짓고 밥해먹는 프로그램에서부터 처자식을 모두 외국에 보낸 기러기아빠나 미혼 총각을 위한 요리프로그램까지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남녀노소 모두를 부엌으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런 열풍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솔직한 답변을 하자면 ‘글쎄’이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아쉽게도 한 가지 아주 중요한 점을 간과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밥상의 기본은 밥’이라는 사실이다. 왜 우리가 ‘밥상’이라고 부르는지 생각해 보라.

오랜 세월을 이어오면서 우리는 유전적으로‘밥’에 길들여져 있다. 이것은 밥을 씹으면서 느끼는, 탄수화물이 분해되어 나오는 단맛에 길들여져 있음을 의미한다. 그 단맛을 위해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밥을 최소한 30번 이상 씹어야 한다는 말을 한다. 그러나 현실은 몇 번 씹지 않은 채넘기거나 국이나 물에 말아 훌훌 넘기는 것이 이미 생활이 되었다.

결국 단맛을 갈망하는 혀는 밥을 제외한 모든 것들의 당도를 높여 놓았을 뿐이다. 채소도 과일도 당도가 높아야 좋은 상품이 되고 과자나 빵 등 각종 먹을거리도 달기는 마찬가지다. 더구나 소위 고향의 맛이라는 조미료도 그 기본은 단맛이다.
 
모든 요리에 설탕을 넣는 한 요리연구가에 대한 열풍이 보여주는 것은 솔직히 맛이 아니라 바로 이런 우리의 단맛에 대한 갈증이다. 맛을 말할 때 그냥 맛있는 것이 아니라 ‘달고(!)맛있다’라는 표현이 어느 새한 단어처럼 쓰여지는 것들은 바로 이런 의식이 그대로 말로 나오는 것이다.
 
실제 ‘달고 맛있는’ 것은 그것을 꼭꼭 씹어서 혀가 느끼는 맛이었건만 이제는 혀에 닿기만 해도 달아야한다. 그래서 밥으로 느껴야 할 것들을 다른 것에서 찾는다. 그것이 바로 오늘의 집밥열풍이라는 결과를 낳은 것이 아닐까?

사실 집밥열풍 어디에도 밥은 없다. 집밥열풍의 핵심은 밥이 아니라 반찬이거나 밥을 대신 할 밀가루 요리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동안 우리가 밥을 먹지 않거나 밥을 먹는 횟수나 양이 줄어든 것이 마치 반찬에 문제가 있어서라고 생각하게끔 만드는 요리프로그램들이 난 솔직히 불편하다. 반찬을 먹으면서 이 반찬 한가지면 밥이 술술 넘어가겠다는 출연진들의 말들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왜 밥이 술술 넘어가야 하는가 말이다. 심지어 밥을 대신할 끼니요리, 대부분 밀가루가 주원료인 요리들로 가득찬 그런 프로그램들이 영 마땅찮다. 밀가루요리는 더군다나 충분히 씹지 않아도 잘 넘어가는 것들이 아닌가 말이다.

그러니 이런 열풍은 문제의 핵심을 아주 교묘히 피해가거나 아니면 완전히 왜곡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씹어서 느끼는 맛이 아니라 혀에 닿아서 느끼는 맛에 열광한다는 말이다.

어른들은 항상 말씀하신다. 한국사람은 밥심으로 살아야 한다고. 그렇다. 우리는 ‘밥심’으로 살아왔다. 그것은 단순히 밥말고는 먹을 게 없어서가 아니라 ‘밥’으로도 충분히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발효식품인 각종 장류와 김치만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가장 이상적인 밥상이었던 셈이다. 그것을 가난이라 칭하고 진수성찬을 올려야만 국민소득 2만불 시대에 걸맞는 밥상을 차리는 것이아니다.
 
우리가 50년 이상 외쳐왔던 선진국처럼 잘사는 세상이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가 밥상이 세상을 바꾼다고 말하는 것은 밥상을 고민하면 할수록 결국 이 모든 것이 세상과 맞닿아 있으며 이 모든 문제를 함께 고민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음을 깨닫기 때문이 아닐까?

이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 분주한 아침시간에 우리가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 ‘빨리 먹어라’가 아니라 ‘꼭꼭 씹어 먹어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말이 대부분의 어른들에게 공허한 말일지도 모르겠다. 세상이 학생의 본분은 건강하게 자라나는 것이 아니라 공부를 잘하는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이 세상에서 말이다. ‘누가 그걸 모르냐’라는 항변이 필요한 게 아니라 ‘그걸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느냐’라는 질문이 당연한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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