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호 PDF 파일 지면 4면 참조

===>지면보기

충남 부여군 참벗 작목반 이근혁
참벗 작목반? 참벗이라는 새로운 소득 작목이 있나? 일반적으로 작목반 이라고 하면 특정작목을 생산하는 경제조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참벗 작목반은‘참다운 친구(벗)’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20여개가 넘는 다양한 작목을 생산하는 공동체이다. 사랑과 신뢰, 삶의 가치를 귀중히 여기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부여군 농민회 서부여 지회 회원들이 조직적으로 만든 작목반이다. 삶과 운동을 통일시켜 농민운동을 펼쳐나가는 근거지가 참벗 작목반이다. 전국에 다양한 작목반이 있지만 우리가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경제생활과 농민운동을 통일시키는 실천 사례이다.

9월 19일(토) 점심시간을 겸하여 부여군농민회 서부여지회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 인터뷰에는 최재관 자치와 협동 대표(식량닷컴발행인)와 김규태 김포시학교급식지원센터 사무국장, 한기자 편집국장이 함께했다. <김현곤 기자/자치와 협동 조직국장>

이근혁 부여군농민회 서부여 지회장

최재관 식량닷컴 발행인

김현곤 기자/자치와 협동 조직국장

김규태 김포시학교급식지원센터 사무국장

10년의 준비기
IMF 사태가 터진 것도 아랑곳 않고 98년 철없는 3명의 활동가가 부여로 내려왔다. 서로 돕고 살면서 의미있게 살아보자고 농촌에 내려온 지 벌써 18년이 흘렀다. 이근혁의 고향은 전남 보성이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농사짓는 꿈을 꾸며 농고를 가려고 했으나 부모님의 반대로 일반고에 가서 건국대 농대에 입학했다. 농대 내에서 농사지을 사람들의 모임에 참여하여 농민이 되기 위해 준비했다.

기계화와 과학영농을 하면 잘살 수 있겠다는 꿈을 꾸었던 청년이 농업 농촌의 현실을 알아가며 농사짓는 것과 농민운동이 떨어질 수 없는 현실을 깨닫는다. 결혼하고 첫 아이를 낳았다. 첫 아이가 선천적으로 심장병이 있어 수술을 3번이나 했다.

아이 수술비 마련과 삶의 토대를 만들기 위해 처음 10년 동안 농사만 짓고 살았다. 남의 문중 종중 땅에 얽매여 감자, 쪽파 농사지으며 아이 키우고 살아가는데 급급했다. 다행히 첫아이도 완쾌되었다. 종중 땅에 얽매이니 꼭 11월 농민대회와 종중 행사가 겹쳤다. 독립적 기반을 만들기 위해 정책자금을 받아하우스 농사를 시작했다.
 
군의원 후보로 출마한 후 냉정한 농촌의 현실을 깨닫다.
겁도 없이 진보정당의 군의원 후보로 출마했던 적이 있다. 마을 간담회를 제안하여 전체 430개 마을중에서 230개 마을에서 간담회도 진행했다. 운동원이 50명이 넘었고 마을간담회 강사단 만 20명 이상이 꾸려졌다. 마을을 기본으로 사업하는 첫 경험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냉정했다. 전라도 출신이라는 것과 진보정당에 대한 농민들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낙선했다.

그러나 선거 패배는 농민회 발전에 좋은 계기가 되었다. 농촌의 냉정한 현실을 깨달았고, 마을 간담회를 기본으로 활동하는 방식을 익혔다. 농민회 운영도 선거 지역구별로 재편하여 홍산면을 중심으로 주변 3개면을 묶어 부여군농민회 서부여 지회를 만들었다.

삶과 운동을 통일시키는 조직적 활동을 모색하다.
농민회원들이 모두 경제적으로 어려웠다. 신용불량자도 있었다. 지역민들에게 자기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면서 무슨 농민운동이냐는 눈총을 받아야 했다. 이런 어려움을 개인에게 다 맡겨 놓고 농민회 회의에서 거창한 투쟁을 이야기한다고 농민운동이 잘될 수 없었다.

농민회 회원들의 경제생활을 공동으로 해결해 가며 농민운동을 해야 했다. 경제 공동체를 운영하면 생활이 해결될 뿐 아니라 성실한 사람과 간부들이 검증된다. 군 농민회, 도연맹 간부를 해도 경제적 뒷받침이 되고 다시 돌아와서 뿌리 내릴 수 있는 삶의 기반이 유지된다.

농민회원들은 돈은 없지만 시간은 있다. 같이 하우스를 뜯어 주거나 지었다. 그 재정으로 사무실도 같이 짓고 만들었다. 4명의 회원들이 100만원씩 출자하여 400만원짜리 트랙터를 장만한 것이 첫출발점이 되었다. 다시비닐 수거기를 30만원 외상으로 구입하여 폐비닐을 수거해서 판매했더니 30만원을 갚고 14만원이 남았다. 4가족 6명이 이렇게 첫 단추를 끼웠다.

한살림 생산자 조직에 결합, 날개를 펴다.
소박하지만 성실하게 참벗 작목반을 운영하던 중 한살림 생협에서 생산자로 참여해 달라는 부탁이 들어왔다. 현재 농민회 서부여지회에서 15가족 27명이 한살림 생산자연합회에 참여하고 있다. 생산비가 보장되는 안정적인 판매처가 생기고 작목반 회원도 늘어나고 생활도 안정되었다.

한살림에서 판매액의 12.5%를 공제하고 다시 참벗 공동체에서 5%를 공제한다. 그렇게 3년을 운영하니 7천 8백만원의 공동자금이 모였다. 한살림 결합전에 8년을 운영하여 450만원을 모았는데 3년 만에 7천 8백만원을 모았다.

이 돈으로 땅을 샀다. 이 땅에 사무실 공간도 지을 것이다. 귀농자가 들어오면 초기 농사 지을 땅을 제공할 것이다. 개인이 가지고 있던 관리기, 트랙터를 출자금으로 전환하여 공동화 했다.

이 자산이 3,000만원이다. 군청에서 2억 천만원, 한살림에서 7천만원을 지원받아 3억짜리 저온저장고와 사무실을 지을 것이다. 4가족 6명의 농민회원이 4백만원짜리 트랙터와 30만원 외상 비닐수거기로 시작한 참벗 작목반이 이제 4억이 넘는 자산을 운영하는 공동체로 발전했다. 더욱 의미있는 것은 모든 작목반원이 의무적으로 농민회원으로 가입하며 삶과 운동을 통일시키며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민회 서부여 지회와 참벗 작목반 운영 시스템을 조화롭게 통일시켰다.
항상 연수와 교육을 중요하게 배치한다. 군농민회 회비를 작목반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납부한다. 매월 1일은 작목반 회의, 8일은 군농민회 회의, 12일은 지회 회의를 한다. 작목반 회의 참석율은 80%를 넘는다. 과거 경제사업의 부족한 점을 교훈으로 삼았다. 개인 정산이 아닌 공동정산을 한다. 개인의 통장으로 판매 대금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작목반 통장으로 들어와서 모든 공제와 회비 등을 모두 떼고 개인에게 지급한다.

돈되는 작목에 몰리는 경향을 없애기 위해서 작물 선정도 공동으로 한다. 생산량의 120%를 계약하여 회원들을 더 확대할 수 있는 여지를 둔다.

학교급식으로 영역 확장을 모색한다.
한살림 외에도 안정적인 판로를 확대하기 위해 학교급식, 공공급식으로 파고 들고 있다. 우리 지역 학교급식의 전체 규모는 아주 적다. 그러나 이것을 알차게 맡아 나가면 이에 기반하여 다양한 영역, 수도권 학교급식으로 확장할 수 있다. 조그만한 토종옥수수를 어린이집에 납품한다. 아주 반응이 좋다. 출하시기를 조절하면서 양배추, 감자 등 우리 밥상에 일상적으로 오르는 품목을 다양하게 재배한다.
 
부여 참벗 작목반에 가면 학교급식에 필요한 다양한 생산물을 다 구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것이다. 전국 여성농민회 활동을 하던 후배가 부여에 들어왔다. SNS를 활용하고 전국적인 인맥을 이용하여 택배와 꾸러미 판매도 추진중이다. 일반 시장이 아니라 생협, 급식, 로컬푸드 등의 영역에서 안정적인 판로를 확대하고 판로가 확대된 만큼 더 많은 회원들을 받아들 일 것이다. 우리끼리 잘 먹고 사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농민 운동을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제 제 2의 도약을 꿈꾼다.
농민회 회원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공동으로 극복하고 농민운동에 대한 지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피하기 위해 시작한 참벗 작목반이 이제 제법 안정화 되었다. 풍족하지는 않지만 회원들의 경제적 기반이 안정되었다. 공동체에 눈을 돌릴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꿈을 꾸고 이를 실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농민회 간부를 해도 혼자 감당하지 않고 삶의 어려움을 공동으로 분담하는 구조가 되었다. 농기계를 공동으로 소유 사용하며, 품앗이, 공동퇴비 구매 등으로 생산비 절감 효과도 탁월하다.

이에 기반하여 제 2의 도약을 꿈꾼다. 삶과 운동이 통일되는 사랑과 신뢰의 공동체를 더 확장할 것이다. 충청남도 농민운동의 새로운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전국의 농민 활동가들에게 작지만 소중한 사례를 선물하고 싶다.

<마치며>
어려움을 같이 해결해야 한다. 사랑하고 신뢰하는 삶과 운동의 공동체를 만들어야 농민운동이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 부여 참벗 공동체의 실천 사례가 충남으로, 전국으로 퍼져 나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