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호 PDF 파일 지면 7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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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 신문사가 주최한 친환경농산물 대잔치 행사장에 일반 농산물은 물론 수입농산물까지 전시·판매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농민들이 분개하고 있다.

지난 10월 3~4일, 김포시 고촌읍 경인아라뱃길에서 모 신문사 주최의 ‘2015년 친환경농산물 대잔치’ 행사가 열렸다. 그런데 이날 행사장에는 친환경농산물 보다는 일반 농산물이 주를 이뤘으며, 주최측인 모 신문사가 추천하는 부스에서는 수입농산물까지 판매하고 있었다. 이날 행사는 모 경기도일간지가 주최하고 경기도와 김포시, 농협중앙회경기지역본부가 후원했다.

뒤늦게 행사 소식을 전해들은 농민들은 행사장으로 달려 가 행사 책임자의 사과와 수입농산물의 철수를 요구했으며, 이에 주최측은 문제가 된 수입농산물과 현수막 등을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개한 농민들은 행사를 주최한 신문사에도 전화로 항의, 사과문을 신문에 게재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내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농민들도 분개했다. 경기도 각 시군을 대표해 참가한 친환경농민들은 “이런 행사인 줄 몰랐다”며 분개해 했고, 시상 소식이 신문에 나온 어떤 농민은 다른농민들 보기가 창피스럽다며 자신의 사진을 내려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단다.

이렇게 친환경농민들이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지난해 6·4지방선거를 전후해 붉어졌던 ‘가짜 친환경’ 사태의 악몽 때문이다. 당시 서울시교육감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붉어져 나온 소위 ‘농약급식’ 파동은 전국의 친환경농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했다.
 
서울시 학교급식 과정에서 농약을 친 일반 농산물이 친환경농산물로 둔갑해 학교급식에 공급됐고, 이를 정치권이 선거에 이용하면서 전국적인 ‘농약급식’ 사건을 일으켰던 것. 이 사건으로 인해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서울시 학교급식에 참여하고 있던 친환경농업법인들이 도산을 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추락하면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는 친환경인증 농가 및 민간인증기관을 대상으로 인증기준 및 인증절차 준수 여부 등에 대한 특별단속을 실시, 3,753농가에 대한 친환경 인증을 취소 하기도 했다.

친환경농민들이 동네 북이 된 가운데 KBS는 ‘친환경 유기농의 진실’이라는 파노라마를 제작, 2회에 걸쳐 편법과 거짓으로 친환경인증을 취득하고 있는 현장을 고발 하기도 했다.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는 말처럼 일반 농사도 쉽지 않은 일인데, 하물며 농약을 치지 않고 농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가능한 순환농업을 꿈꾸며 끊임없이 친환경농업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어렵게 친환경농사를 성공한다 해도 판로가 문제다. 일반인들이 값이 비싼 친환경농산물을 구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친환경농업을 지켜 오고 있는 것은 대형 유통매장이 아닌 각종 생협과 학교급식, 그리고 로컬푸드 매장 등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고, 싼게 비지떡이라 했다. 값싼 친환경농산물을 공급한다고 시민들을 현혹하고, 친환경농민들을 우롱한 공공기관들의 생각없는 행동은 비난 받아 마땅할 뿐만 아니라 법적으로 수사를 받아야 할 상황이다.

공공기관들이 공동으로 준비한 행사에서 일반농산물을 친환경농산물인 것처럼 호도하고 수입농산물까지 판매한 사실은 결코 용납할 수도, 용납해서도 안된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신문사와 행사를 후원한 경기도와 김포시, 농협 경기도지부는 농민과 시민들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와 함께 친환경농업 육성정책을 제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