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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진칼럼]즉석밥, 밥일까, 가공식품일까?[51호/2면/공공급식/김은진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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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1.03  01: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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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호 PDF 파일 지면 2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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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진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달에 이어 집밥열풍에서 또 눈여겨 볼 것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지난달에도 언급했지만 지금의 집밥열풍에는 밥이 없다.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즉석밥이다. 모든 요리 프로그램에서 누구도 밥을 짓지 않는다.
 
대신 화려한 반찬이나 일품요리와 함께 당연하다는 듯이 즉석밥을 꺼내든다. 정부 이야기로는 즉석밥덕에 가공식품에서 수입산 비중이 줄고 국산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즉, 정부는 즉석밥을 밥이라 하지 않고 가공식품이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법적으로 가공식품이 맞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문득 궁금해졌다. 즉석밥을 먹은 사람은 그 끼니를 설명할 때 가공식품을 먹었다고 생각할까 아니면 밥을 먹었다고 생각할까? 더 나아가 밥쌀소비를 말할 때 소비자는 즉석밥을 밥쌀소비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가공식품용 쌀소비라고 생각할까?

인터넷에서 즉석밥을 검색하니 한 유명연예인이 즉석밥 찬양론자로서 즉석밥 종류에서부터 즉석밥으로 해먹는 요리까리 입담을 자랑할 것이라는 예고가 제일 먼저 뜬다. 청와대에서 외국인 관광객에게 즉석밥으로 한식을 알렸다는 기사, 휴가지에 닭뼈와 즉석밥 용기가 굴러다니면 본인 조리법 때문이라는 농담을 하는 요리사에 대한 기사까지 기사 종류도 다양하다.
 
더 나아가 즉석밥이 갓 도정한 쌀로 지어 어지간한 집밥보다 더 맛있다는 맛 칼럼니스트의 발언, 이 발언은 무슨 비밀이라도 공개된 듯 즉석밥이 맛있는 이유라는 제목으로까지 언급될 정도로 온통 즉석밥 예찬이다.

이제 즉석밥의 진화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그냥 밥이 아니라 취나물 등을 넣은 밥, 밥과 국이 한데 포장되어 나오는 밥 등 세상은 온통 전자렌지만으로 한끼를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을 노래하고 있다. 처음 이노래의 주관객은 혼자 사는 사람들이었다.
 
혼자 사는 사람도 누구나 밥을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즉석밥이야말로 쌀이 남아도는 세상에서 쌀소비를 촉진하는 효자상품으로 둔갑했다. 혼자 사는 사람을 위한 즉석밥은 이제 점차 밥하기 귀찮은 사람을 위한 것이 되고 국을 끓이기 귀찮은 사람, 반찬하기 귀찮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 된다.

곧 바쁜 현대생활의 필수품으로 둔갑할 모양이다. 바쁜 현대생활에서 빵 먹는 것보다는 그래도 밥 먹는 것이 더 낫다고, 그걸 즉석밥이 이뤄냈다고 말할 사람도 늘어갈 것이다. 20년쯤 전일까? 한동안 돌던 이야기가 있다. 아이들이 라면을 너무 좋아해서 하루 종일 라면만 먹고 싶어하길래 진짜로 하루종일 라면만 먹게 했더니 일주일도 못되어 라면 못먹겠다고 밥달라고 했다는 이야기말이다. 내가 직접 겪은 일이 아니니 이것이 실화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당시 한동안 유행처럼 돌았던 이야기였다.
 
왜 일주일도 못 견뎠을까? 답은 간단하다. 질렸기 때문이다. 질리는 이유 역시 간단하다. 그것은 가공식품이란 1년 365일 항상 같은 맛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질리는 것이 라면뿐일까? 무엇이든 공장에서 대량생산되어 나온 가공식품은 질리기 마련이다. 아무리 맛있는 과자도 매일 먹으면 질린다. 하루 종일먹으면 더 그렇다. 이제 그 질리는 가공식품의 목록 속에 밥까지 넣어야만 했을까?

즉석밥, 당연히 장점이 있다. 예컨대 여행이나 등산처럼 이유가 무엇이든지 간에 밥을 직접 짓지 못할 상황일 때 어쩌다 한두번 먹기에 즉석밥처럼 편리한 것은 없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 밥은 아니고 가공식품일 뿐이다. 밥은 지을 때마다 한번은 질었다가 또한번은 됬다가, 그렇게 맛이 바뀌었기 때문에 우리가 이 오랜 세월 밥을 주식으로 먹으면서도 질리지 않고 먹었을 것이라는 생각, 마치 김치나 장이 집집마다 맛이 다르듯이 밥도 집집마다 맛이 달랐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처럼 전통으로 이어올 수 있었다는 생각,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나뿐인가?

솔직히 모르겠다. 그러나 난 여전히 그래도 시간을 내어 쌀을 씻고 그것을 솥에 담아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밥물의 양이 달라지더라도 그렇게 갓 지은 밥을 계속 먹고 싶다. 아니,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10년 후에도 난 여전히 밥을 좋아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자꾸 먹으니 질린다는 목록에 밥까지 넣고 싶지는 않다.

그것이 즉석밥이라는 가공식품을 보고 느끼는 솔직한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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