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호 PDF 파일 지면 5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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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가 터지기 직전까지 회사를 다녔던 남양주친환경농업인연합회 한재형 회장은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부터 3개월에 한번씩 병원에 월급을 털어 넣던 응급상황이 이상하게 사라졌다.

그러나 부인의 동참을 얻지 못하고 혼자 짓기 시작한 농사는 3년만에 당시 아파트 2채를 해 먹을 정도로 실패에 실패를 거듭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6개월 병원신세를 지게 됐다. 그런데 세옹지마랄까? 농사 포기는 커녕 영원한 아군인 부인을 농사에 동참시킨다. 딱 3년만 도와주기로 하고 시작한 부인과 함께 그 어려운 세월을 이겨냈다.

친환경으로 오이를 키워내고도 친환경 라벨을 떼야만 시장 출하를 할 수 있던 그 시절, 둘이 부둥켜 안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 친환경오이를 포기하자던 부인은 컨설팅을 시작하면서 “농민이 제일 나쁘다. 하루 세끼 밥상에 농약을 꼬박꼬박 치고 있지 않느냐?”란 말을 마음에 유혹이 일 때마다 가슴에 새겨두고 잊지 않았다. 오이와 씨름 한지 18년, 오이에 필요한 모든 자재는 자가제조한다. 퇴비와 영양제는 말할 것도 없고충이나 균을 잡는 약제도 만들어 사용한다.

처음엔 난황유를 위주로 사용했더니 시장에서 클레임이 들어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오이에 흑점이 생긴다는 것. 실험을 거듭하면서 은행, 자리공, 칡, 쑥, 마늘 등 철마다 자연에서 나는 재료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오이의 경우 눈에 보이는 지상부와 눈에 보이지 않는 땅속에 뿌리세계가 존재하는 것처럼 친환경오이를 성공적으로 키워내기 위해서는 파종과 정식, 수확 이외에 보이지 않는 친환경제재 제조농사가 절반 이상 차지한다.
 
남양주친환경농업인연합회, 출하회의 순탄치 않은 역사도 함께 헤쳐 온 한재형 회장을 인터뷰했다. 인터뷰는 지난23일 올해 와부읍으로 이전한 채소마을 농장 내 자택에서 진행됐다.

남양주친환경농업인연합회는 어떻게 결성됐나?
수도권의 젖줄인 팔당수계지역의 수질 오염이 심각해지면서 맑은 물 확보와 안전한 먹거리 친환경농산물 생산을 위해 2009년 팔당클린 농업벨트 조성사업이 계획됐다. 2008년 11월 남양주 회원 200여명이 참여, 팔당수계 7개 시군 농민들이 모여 ‘팔당친환경생산자연합회’를 출범시켰다. 이후 2009년 안성이 합류하면서 ‘사단법인 클린팔당’이 출범하게 된다.

남양주 학교급식 출하회가 2개다.
수입개방이 가속화되면서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산개해 있던 농가들을 체계적으로 조직하여 친환경 농식품 생산으로 돌파한다는 목표를 갖고 출범한 (사)클린팔당은 2010년 경기도 225개학교급식에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하게 된다.
 
당시 남양주에는 못 구하는 친환경농산물이 없을 정도로 농사꾼이 상당히 많았다. 2009년 국제슬로푸드대회를 치루면서 친환경농업기반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있었다. 상수도 보호지역인 조안쪽은 유기농 역사도 오래돼 판로가 있고 조직도 안정돼 있어 학교급식에 자연스럽게 결합했다.
 
이제 막친환경농업을 시작한 진건읍을 중심으로 모인 농민들도 학교급식 사업을 하기 위해 모임이 진행됐다. 이 두 조직은 이후 남양주에 2개 출하회 탄생의 중심이 됐다.
 
채소마을 친환경학교급식 출하회가 정착까지 곡절이 많았다는데?
 진건읍 중심으로 모인 출하회는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 친환경을 시작한지가 18년 되는데 그전에는 판로가 많지 않았다. 2009년 남양주에서 개최된 국제슬로푸드 대회를 시발점으로 친환경의 판로가 많이 열렸다. 이렇게 되다보니 남양주에 장사꾼이 몰려들었다. 장사꾼들이 농사꾼들을 버려놓았다.

농사꾼들이 장사꾼들의 수법에 휩쓸려 조직도 무시하고 돈이 되면 자기꺼부터 챙기기에 바빴다. 다른농산물을 사다가 속여 넘기기도 하고 값을 더 쳐 주면 약속된 급식물량도 빼돌렸다. 2010년 전 회장의 비리로 내부정비를 했다. 50명 정도가 모여 재출발하면서 회장으로 추대됐다. 그때 제일 힘든 일이 벌어졌다. 난데
없는 불신임으로 경찰조사까지 받는다. 집사람이 친환경인증을 따로 받은 것이 빌미가 됐다. 집사람은 그 일로 응급실에 3번씩이나 실려갔다. 스트레스 때문에 모두 그만두려 했다. 그러나 오해를 품고가면 남양주에서 농사를 계속 짓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자존심도 많이 상해서 오기가 생겼다. 9가지 죄목에 조목조목 반박자료를 준비해 대응해 나갔다. 결국 경찰에서 무혐의를 받고 나왔다.

채소마을은 왜 협동조합방식인가?
지금 출하회 회원은 15명이다. 2년전만 해도 25명이었다. 농약검출이 돼 제명되기도 하고 들어오는 물량도 적고 해서 농가들이 힘들어서 나갔다. 이제 15명이 믿고 따라온다. 채소마을 영농조합법인을 12년도에 만들었고, 13년도에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당시 협동조합 붐이 일어났다. 남양주에서 농업부분협동조합을 1등으로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상적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위에서 시켜 결성된 출하회나 영농조합법인을 업그레이드시키고 싶었다. 돈을 많이 낸 사람이 주인이 아니라 돈과 상관없이 농민 개개인이 모두 동등한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는 모두가 주인인 협동조합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급식 시작할 때 창고하나 제대로 없었다. 길거리에서 물건 받고..포터차량으로 두세 번 운반을 하고..이런 고생을 하다 보니 아니구나 생각 했다. 자체적으로 기금을 만들어서 떳떳한 물류장도 만들고 운반차량도 운영하고…지금은 조합원 기금으로 물류장도 만들었다. 차도 2대나 있다. 지게차도 있다. 기초적인 것은 다 잡아 놨다. 회원들 사이에선 협동조합이란 인식이 많이 생겨났다. 어쨌든 뭉쳐야 한다. 이런 마인드다. 현재 15명의 조합원은 엽채류와 오이, 감자를 경기급식으로 공급하고 있다. 감자를 뺀 총 매출액은 약 8억정도이다.

친농연과 출하회 신규회원 확보에 대하여?
2008년 남양주 친농연을 시작할 때 회원이 200명이나 됐다. 다시 수도작이나 과수분야 책임자를 선정
해 체계를 만들면서 활성화시켜 나갈 계획이다. 올 연말 총회에서 임원진 선출을 포함해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출하회의 경우 신입회원 확보는 필요하지만 급식사업만 보고 들어오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같이 협동할 수 있는 사람으로 회원들 추천이 중요하다. 1년 준회원을 거치면 정회원이 될 수 있다.

회장이 선구자 역할해야 한다?
경기급식 초창기때 결제가 45일이었다. 도에 건의해서 15일 결제로 바꿨다. 그러니 회원들의 삶이 나아졌다. 회원들이 선호하는 품목은 하지 않는다. 회원물량이 많으면 내 껀 그냥 시장으로 내보내기도 한다. 시장과 학교급식가격은 차이가 많이 난다. 그렇게 5년을 하니 회원들이 믿어주기 시작했다. 품목도 먼저 선구자 역할을 해야한다. 먼저 심고 나서 결과가 나와야 회원들이 따라온다. 항상 회장은 이런 초심을 지켜야 한다. 욕심을 내면 안된다.

남양주시에 바란다.
최근 남양주 농민이 천명에서 400~500명으로 줄어들었다. 얼마 전열린 슬로라이프대회는 농민한테 어떤 의미였나…아무것도 없었다. 슬로푸드 원조 남양주라고 한다면 친환경 농가를 챙겨라. 지금 애로를 겪고 있는 소분이나 전처리를 다른 시군처럼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