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호 PDF 파일 지면 7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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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도숙 시인, 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1945년 10월 미군은 군정법령을 통해 농지개혁을 단행한다. 당시 80%에 달하는 소작농민들은 고율소작료로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기는 일제치하나 마찬가지였다. 이에 미군정은 수확량의 3분의 1 이하로 소작료를 제한했다. 같은 해 12월 미군정법령으로 일본인 소유토지와 재산 즉 귀속재산을 군정청이 관리 하도록 했다.

1946년 2월 미군정법령으로 귀속재산을 동양척식회사의 후신인 신한공사에 귀속시켜 귀속농지라 규정하면서 농지개혁의 기본정책 수립에 착수했다. 많은 소작지에서 3,7제의 가혹한 소작료를 지불하는 농민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었다. 특히 해방과 더불어 민주의식과 평등의식이 상승하였고 이로인한 사회적 혼란은 농지개혁을 서두르게 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농지개혁은 무상몰수 무상분배로 발빠르게 진행되었다.
 
이는 한반도에서 가장 큰 사회 변혁의 바람으로 꼽힌다. 작가 이기영은 소설 ‘개벽’에서 “정말 눈에 안 보이는 개벽을 해서 하룻밤 사이에 이 세상을 뒤집어엎었다”고 토지개혁 상황을 묘사했다. 전국적인 규모로 진행된 토지개혁이 불과 26일 만에 마무리될 수 있었던 것은 농민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일이다.

북한의 농지개혁추진은 남한의 농지개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국회는 지주계급으로 이뤄진 한국민주당이 다수의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당연히 이들은 위기를 느끼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농지개혁을 무력화 시키고 만다. 정부수립 후 농지개혁을 실시하자면서 이를 반대했으며 그동안 갖은 수를 다 써자신들의 농지를 지키느라 혈안이 되었다.

그러자 미군정 당국은 1948년 3월 11일 과도정부법령을 공포하여 신한공사가 관리하고 있던 귀속농지에 한하여 우선 농지개혁을 단행하였다. 이것이 미군정에 의한 1차 농지개혁이다. 개혁의 골자는 유상매수와 유상분배를 원칙으로 했다. 이는 이후 농지개혁의 고율의 상환채무를 농민에게 지우는 빌미를 주는 유일한 조건이 되고 말았다.
 
또 농지가격도 해당 농지에서 생산되는 연간생산량의 300%의 현물로 하도록 했다. 지불방법이 연간생산량의 20％씩을 15년간에 상환하도록 하였지만 이는 또 다른 수탈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1948년 7월 17일 공포된 대한민국 헌법 제86조에 농지개혁 실시에 관해 "농지는 농민에게 분배하며 그 분배의 방법, 소유의 한도, 소유권의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써 정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1949년 6월 21일 농지개혁법이 제정·공포되었다. 이에 한민당 지주세력의 힘을 약화시켜야 할 필요를 느낀 이승만은 농지개혁을 주장하는 조봉암을 농림부장관으로 임명하여 농지개혁에 착수케한다.
 
1950년 3월 10일에는 이 법의 개정법이공포되었으며, 3월 25일 농지개혁법 시행령, 4월 28일시행규칙이 공포됨으로써 농지개혁은 본격적인 실시단계에 접어들었다. 농지개혁법에 의하여 몰수 또는 국유로 된 농지와 소유권의 명의가 분명치 않은 농지는 정부에 귀속했다.농가가 아닌 자의 농지, 자경지 않은 농지, 본법규정의 한도를 초과하는 부분의 농지(3정보 이상), 종묘포(種苗圃)·상전(桑田) 등 숙근성(宿根性) 작물 재배 토지를 3정보 이상 경작하는 자의 소유인 숙근성 작물 재배 이외의 농지 등은 적당한 보상으로(해당 농지생산물의 150％) 정부가 매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농지개혁은 전쟁으로 지지부진 하였고 제대로 이행되지도 않았다. 개혁이 지연되는 동안 소작지는 감소되어 1949년 6월 21일을 기준으로 한 농가실태조사에 의하면 분배대상농지는 60만 1,049정보밖에 되지 않으며, 실제 분배된 면적은 일반농지와 귀속농지를 합쳐서 60만 4,867정보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은 개혁이 지연되는 동안 많은 소작지가 자작지화 되고 분배과정에서 제외되거나 누락되는 농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법안이 상정될 것 같다는 소문이 국민 사이에서 유포되기 시작하자, 지주들은 토지를 빈농층에게 강매하였으며, 몇몇 지주들은 빈농층에게 다시 토지를 구매하여 신흥지주계급으로 바뀌기도 하였다.
 
심지어는 토지개혁이 아니라 농지개혁이라는 점을 악용하는 지주들도 있었다. 말 그대로 농지에만 한정된 개혁이라 임야 등은 제외된다. 심지어 바닷가 논을 염전으로 바꿔 농지개혁 대상에서 벗어나는 행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짓을 벌인 사람이 바로 한민당 당수 김성수였다.

또한 소위 '문중 땅'이 분쟁에 휘말리는 경우도 많이 있었다. 농지개혁에 대비해서 같은 집안사람에게 농지의 명의를 이전해 분배대상토지에서 빼돌리기도 했다. 이로 인하여 남한의 농지개혁은 불완전한 개혁이 되고 말았다.

결국은 일제강점기의 대부분 지주가 농지개혁 이후에도 새로운 지주로 등장하여 사회에 막강한 기득권 행사를 했다. 그들은 이제 그러한 사실을 감추기 위해 교과서를 뜯어고치려 하고 있다. 적어도 한 세대 전에 했던 낮두꺼운 행위들을 그 후대들이 다시 시작 하고 있다. 그들의 행위를 정당화 시켜 자신들의 기득권을 확고히 하려고 함이다.

그동안 경자유전의 헌법조항을 무력화시킨 장본인들이 누구인가? 전국의 농토를 투기장으로 만들고 농민들로부터 땅을 빼앗아 투기자본으로 농업을 말살시키는 세력들이다. 다시 농민들은 임대농으로 이름만 바뀐 소작농으로 전락하고 이마저도 농업개방정책으로 살아날 구멍이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농지개혁이나 반민족행위자 처벌이 술에 술 탄 듯 물에 물탄 듯 한 것이 오늘의 사태를 불러일으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