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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관호 여주친환경학교급식 출하회 회장

한 아름 갓 수확해온 케일이 주인의 손에 닿자 순식간에 소포장 비닐봉지에 이쁘게 담겼다. 화학비료, 농약, 생장조절제를 사용하지 않고 재배된 유기 농산물이다. 생장조절제 없이 자라나는 농산물을 모두 일정한 규격으로 맞추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한 박스를 상품으로 만들려면 한 박스 이상 버려야 한다. 반면 건강한 농산물은 만들어 낼 수 있다. 땅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죽은 땅에서는 농사를 지속할 수 없다. 다른 땅을 찾아 떠나야 한다. 여주에서 터를 잡은 1999년부터 지금까지 한 자리에서 16년간 농사를 지속할 수 있는 것은 유기재배 덕분이다. 윤작과 녹비작물재배, 심토 경운방식은 여주친환경학교급식출하회 최관호 회장이 땅을 수탈하지 않고 지력을 유지하면서 여주에 정착할 수 있게 했다.

초기엔 유기재배 농산물 가격도 괜찮았다. 물건도 딸렸다. 그래서 20명의 일꾼들을 상시고용했던 적도 있다. 그러나 최근 일꾼들은 10명으로 줄었고 12명으로 시작했던 친환경작목반은 이제 4명만이 남아 있다. 최 회장에게도 경기도 학교급식에 공급하는 양은 전체 매출액 중 12분의 1밖에 안되지만 학교급식은 중요하다. 학교급식은 계약재배이기 때문에 열심히 농사만 잘 지으면 확실히 소득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소득이 보장되면 건강한 농산물도 보장된다.

올해 선출된 여주친환경학교급식 출하회 최관호 회장은 출하회 회원들의 소득이 보장되고 회원들이 몰라서 당하는 불이익을 예방할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인터뷰는 하우스 월동준비에 한창인 지난 11월 6일 여주시 흥천면 상대리 최관호 회장의 금반위농 장에서 진행됐다.

농사는 어떻게 시작했나?
김영삼 정부 시절 금융실명제 여파로 회사가 부도가 났다. 다 털어 먹으니 밭떼기 유통을 하셨던 아버님이 하우스 몇 동을 주셨다. 96년 성남에서 아버님이 주신 하우스에 친환경으로 파세리 농사를 시작했다.

친환경농업을 일찍 시작한 편이다. 나이는 이래도 고참에 속한다. 가락시장에 위탁 들어가는 친구가 여주에 하우스를 짓는다고 해서 1999년 11월 17일 날 같이 내려왔다. 12명이 모여 친환경 작목반을 만들었다. 무농약으로 인증을 내고 쌈채류를 시작했다. 지금 69품목이 유기인증이다.
 
여주출하회는 고구마를 주력으로 감자, 양파를 생산하고 있다. 짜투리 땅에 양파를 심어 급식에 출하한다. 만평에 하우스가 50동, 평균적으로 13-14품목을 재배하고 있다. 인력은 우리 부부와 10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있다. 주로 쌈채류이기 때문에 이마트나 롯데마트로 납품한다.

요즘은 베이비채소가 많이 팔린다. 베이비 채소는 인건비도 절감된다. 친환경은 생장억제제를 못쓰니 쌈채류 크기가 지멋대로다. 일정한 규격으로 한박스 만들려면 한박스는 버려야 된다. 그러나 베이비 시장도 포화상태다. 걱정이다. 연 매출은…지금은 형편없다. 약 6억 정도, 이중 경기급식 매출은 8%정도 된다.

윤작, 녹비작물을 재배하면 비료나 영양제를 안 주고도 수확량이 잘 나오나?
영양제를 만들어 쓰는 대신 윤작을 한다. 쌈채를 수확한 후 봄작기에 주로 윤작을 많이 한다. 호밀과 헤어리베치를 같이 심는다. 헤어리베치만 심었을 때보다 같이 심었을 때 훨씬 더 잘 큰다. 헤어리베치가 호밀을 타고 올라가는데 파종하고 40일 후 로터리를 치면 된다.
 
이때에도 요소를 쓰면 금방 썩지만 유기재배는 요소를 쓰면 안된다. 그래서 시간이 좀 많이 걸린다. 두달은 지나야 한다. 호밀에서 탄수화물을 얻고 헤어리베치에선 질소를 얻는다. 헤어리베치는 콩과 작물처럼 뿌리에 박테리아가 공생하고 있어 땅을 비옥하게 만든다.
 
50동을 3년으로 나눠 한다. 윤작을 한 밭하고 안한 밭하고 작물이 현저히 다르다. 석달윤작으로 수확을 못했어도 쉰 만큼 수확량이 더 나온다. 밭을 쉬는게 아깝다고 생각하면 절대 안된다.

농사지을 때 사용하는 친환경제재는?
주로 끈끈이를 많이 쓴다. 한동에 한 20개씩 걸어논다. 벌레가 노란색, 파란색을 좋아해서 달아놓으면 까맣게 붙어있다. 25일에서 한달 정도 사용하면 새로 바꿔 달아야 한다.

로터리와 친환경제재 살포를 직접하는 이유가 있나?
땅이 생명이다. 땅이 죽으면 농사는 끝이다. 천연 옻가루도 땅에 뿌려주는 등 땅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쓴다. 몇 년 전 일꾼에게 로터리를 맡기고 상추를 심었는데 뿌리가 모두 물러 썩어 들어갔다. 농촌진흥청 박사는 균핵병이라 진단했다. 진단대로 하면 땅이 죽은 것이다.
 
아무래도 믿기지 않아 직접 밭을 갈고 다시 상추를 심었다. 수확량이 오히려 두배가 넘는 결과가 나왔다. 이유인즉 일꾼이 잘 모르고 겉 로터리만 살짝 치는 바람에 상추뿌리가 뻗어나가야 할 토층이 떡처럼 단단히 굳어있어 물이 빠지지 못한 것이다.

그런 후로 로터리와 1년에 한번 씩 심토 파쇄기로 물길을 뚫어주는 경운은 힘들어도 직접 한다. 친환경제재 살포도 일꾼들을 시키면 잎 앞면에 살포한다. 균과 벌레를 잡기 위해서는 잎뒷면에 살포해야 하는데...농자재 값만 많이 들어가고 효과가 떨어져 이두 가지는 직접 한다.

여주친환경급식출하회 조직 현황과 운영 방식은?
여주친농연 회원은 100여명이고 출하회 회원은 현재 34명이다. 주작은 고구마. 양배추. 감자. 양파. 엽채류로 시금치, 얼갈이가 조금 있다. 노지농사를 많이 한다. 2009년 팔당 클린농업벨트 조성사업을 앞두고 2007년 2008년 김준식 회장과 같이 많이 다녔다.
 
2010년 경기학교에 급식이 시작돼서 여주에서도 출하회가 만들어졌다. 시작할 때 36명이었는데 안전성 검사에서 탈락되고 계약재배 시기를 맞추지 못해 떨어져 나갔다. 출하회 운영은 분기별로 품목대표가 모여 이사회를 한다. 1년에 두번 봄, 가을에 회원들이 전부 모이는 총회가 있다. 엄기영 사무국장이 수발주를 관리하고 매주 금요일 다음주 이행물량을 확인한다.
 
여주에서 친환경농사 짓는 사람은 거의 친농연 회원이다. 대량생산을 하는 농가를 회원으로 확보하는 것은 좀 조심스럽다. 출하회는 상호존중하면서 물량배분이 중요한데 생산량이 많은 사람것을 다 팔아줄 수 없기 때문에 혼자 다 팔려는 욕심을 부리면 조직이 흔들릴 수 있다. 도출하회에서 도 감자가 과잉돼서 개인 출하물량을 20톤 상한선으로 제한했다.

올해 회장으로 선출됐는데 출하회 방향은?
일단 회원 소득증대다. 2011년 출하회 회원들이 출자해서 설립한 여주친환경영농조합법인이 지난 8월 제 2저장고를 준공했다. 이곳에 고구마, 감자, 양파, 생강이 저장되고 내년까지 학교에 공급될 것이다. 올해 생강재배를 시도했다.
 
그러나 신선미 공급업체가 제시하는 원강 180g에 맞추자니 수확량의 반도 출하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콩나물콩도 시험재배했는데 가물어서 쭉쟁이가 많다. 그래도 급식으로 들어갈 수 있는거는 다 시도해 볼 생각이다. 회원들은 잡곡쪽도 관심 있어 한다. 회원교육도 늘릴 생각이다. 지금까지 1년에 한 두번은 강사를 초빙해서 농업관련된 이야기를 듣는다.
 
여기에 덧붙여 회원이 모르고 당하는 불이익을 예방하기 위한 안전성교육을 정기적으로 하려고 한다. 자주점검팀을 운영하고 있지만 도출하회에 1년에 두 번 이상 안전성교육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연대사업도 필요하다.

출하회 회원이 한 살림 회원인 경우가 많아서 개인적으로 연대활동은 하고 있다. 하지만 출하회가 조직적으로 하는 연대사업은 아직 못해왔다. 농가체험학습 등을 진행해본 농가들은 소비자가 다녀간 후 수확에 지장이 있기 때문에 꺼려한다. 잘 준비해서 내년에는 시도해 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