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호 PDF 파일 지면 3면 참조

===>>지면보기

인터뷰 / 최영심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영양사분과장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은 크게 두가지 유통경로를 통해 학교로 공급된다. 일반농산물은 전자입찰을 통해 비교적 낮은 가격에 낙찰된 농산물이 공급되고, 친환경농산물은 학교급식지원센터 운영위원회 등의 논의를 거쳐 합리적 가격으로 학교에 공급된다. 농산물 뿐만 아니라 수산물, 김치, 가공품 등의 식재료가 비슷한 과정을 거쳐 학교에 공급된다.
 
이 과정에서 최종적인 심사를 통해 식품을 구입하고 요리하여 아이들의 밥상을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하는 이들이 바로 영양(교)사들이다. 영양사들은 보통 영양(교)사로 호칭된다. 영양교사와 영양사 두 부류가 있기 때문이다.

이들 중 ‘식량닷컴 영양사 기자단’을 조직해 지난 2년 여 기간동안 식량닷컴에 글을 기고해 온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영양사분과’ 최영심 분과장을 만나 영양사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뷰는 12월 9일 늦은 오후 전주시에 있는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전북지부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란 어떤 조직인가?
일선 학교 현장에서 학교급식을 관장하고 있는 이들은 영양교사와 영양사 두 종류로 나뉜다. 영양교사는 정규직이고 영양사는 비정규직이다. 하는 일은 똑 같다. 문제는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에 따라 급여가 2배이상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영양사들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국가인증 자격증은 물론 전국 영양사의 60% 이상이 대학원을 졸업한 학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는 일도 똑 같고, 전문성과 스펙도 똑 같은데 신분에 따라 급여와 처우는 완전 다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영양사분과’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라는 이름 속에는 ‘무기계약직이 곧 정규직’ 이라는 뜻과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에 저항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영양사분과는 어떤 일을 하나?
영양사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일을 한다. 이를 위해 지난 2012년부터 학교를 떠나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전북지부’에서 일을 하면서 영양사분과장을 병행하고 있다. 처음 분과를 맡고 나서 “어떻게 해야 영양교사와의 임금 격차를 줄일까”고민했다. 각종 수당부터 현실화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2012년부터 면허수당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신고면허인 조리종사원 선생님들이 받는 면허수당을 영양사들은 국가면허를 소지하고도 받지 못하고 있었다. 토론회 등을 통해 요구사항을 만들고 국회가 열릴 때마다 집회와 농성을 통해 영양사들의 열악한 처지를 알리고 개선해 달라고 호소했다. 3년간의 노력 끝에 지난 12월 2일 국회에서 여야가 2016년도 국가 예산(교육특별교부금)으로 ‘학교 영양사 면허가산수당 예산(39억원)을 증액’하기로 최종 합의한 뒤 12월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됐다.
 
그동안 영양사들이 힘을 모아 이루어낸 결실인 것이다. 함께해 주신 국회의원님들과 영양사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언제부터 영양사가 됐나?
2001년부터 영양사생활을 시작했다. 결혼하기 전 산업체 구내식당에서 일하다가 결혼하고 아이낳고 키우다가 학교에서 영양사를 구한다해서 시작했다. 그 학교에서 10년동안 일했다. 식품영양학과를 전공하고 대학원을 나왔다. 영양사는 교사와 같은 일을 하기 때문에 교육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대부분의 영양사들이 대학원을 졸업했다.

영양사로서 보람을 느낄때는?
학교 현장을 2년 반이나 떠나 있는 상황이지만, 새로운 음식을 많이 만들어 보려고 시도했었다. 특히 편식하는 아이들에게 먹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서 새로운 음식을 시도해봤다. 처음에는 꺼리는 아이들이 시간이 가면서 새로운 음식이 나와도 거리낌없이 먹는 모습을 보면 참 좋았다.

예산상의 문제로 한정된 급식비로 친환경급식을 한다는게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친환경 농산물은 품목마다 인증서 등을 따로따로 받아야 하기 때문에 번거롭지만 아이들 건강을 생각해서 가급적이면 친환경급식을 하려고 노력했다.

영양사 분과장 활동에 대한 보람은?
학교 현장을 떠나 전문적으로 고민하다 보니 전라북도 영양사들의 처우가 좋아졌다. 다른 지역에 없는 병가 60일도 생기고, 위험수당, 명절수당, 영양사수당 등도 생겨났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고 전북에서 만들어진 선례가 전국의 영양사들에게 확산되어 나가는 것으로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의 계획은?
아직 영양사들의 처우문제는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전국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위험수당을 대구교육청 소속 영양사들은 받지 못하고 있다. 지역과 관계없이 전국의 모든 영양사들의 처우가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예전에 비하면 없던 수당이 많이 생겨났지만 아직도 개선해야 할 것들이 많다. 당장 아침마다 급식물품 검수를 하기 위해 일찍 출근하지만 이에 대한 수당이 지급되지 않고 있다. 영양사들은 자원봉사자가 아니다. 또한 2,3식을 하고 있는 고등학교 영양사들은 다른 학교에 비해 훨씬 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하나하나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당부하고 싶은 말은?
최근 인천의 한 학교 급식에서 이물질이 나왔는데 학부모들이 운영위원회를 소집, 가정통신문을 통해 공개사과하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지 않으면 인사조치를 하고 불이익을 가하겠다고 했단다. 물론 이물질이 나온 것은 잘못된 일이지만 친환경급식을 하거나 대량으로 요리를 하는 과정에서 영양사나 조리사의 잘못과 상관없이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를 감안하지 않고 곧바로 인사조치를 이야기 하는 것은 현장에 있는 실무자에게 치욕을 안겨주는 일이다. 비정규직 영양사들은 열악한 처우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건강과 교육을 위해 자원봉사자 이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나아가 이러한 영양사들의처우가 개선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 아이들의 영양을 책임지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이들이 한 밥을 먹는 아이들 또한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