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호 PDF 파일 지면 4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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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인구 43만명에 농민은 6400명. 1.5%. 시흥공업단지로 더 유명하고 농업은 호조벌을 중심으로 조금만 남아있다. 광명시, 과천시, 안산시, 의왕시 등 주변도시가 이미 신도시개발로 인해 농업생산이 소멸됐기 때문에 시흥이 개발을 멈추고 농업생산지 보호로 적극 돌아선다면 인근도시에 먹거리를 공급하는 젖줄 도시로 도약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특이한 흐름이 있다. 시흥을 포함해 인근도시에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들어와 있는데 이들이 고수나 영채 등을 많이 소비한다. 어느 순간 시흥 농민들은 근교도시에 먹거리를 공급하는 가락동 도매시장보다 이들과 직거래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시흥농민들의 하우스엔 이들 품목이 재배되고 있고 확산되고 있다. 우리 국민의 먹거리는 대부분 외국에서 들여오고 얼마 안 남은 우리 농민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먹거리를 위한 생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신선하고 좋은 농산물이 대한 민국의 대표 유통시장인 가락동 도매시장을 떠나고 있는 이 흐름을 그냥 무시해도 될까? 현장은 말한다“. 지금은 학교급식에 목숨줄을 매달고 있다.”그러나“대한민국의 농민은 자리를 지킬 수 없다.”“농업은 불투명하다.”“연봉 300만원, 가장은 농업으로 가족의 생계를 이어갈 수 없다.”“기회가 되면 안하고 싶다.”고 말한다.
 
시흥친환경농업인연합회 함병갑(53세) 회장과 시흥친환경학교급식 출하회 성신영(52세) 회장, 전해숙(53세) 사무국장을 만나 현장의 소리를 들었다. 인터뷰는 지난 12월 15일 시흥 정왕역 근처 모 식당에서 진행됐다. < 한기자 기자, 김영찬 기자>

함병갑 친환경농업인 회장

성신영 출하회 회장

전해숙 출하회 사무국장

농사는 어떻게 시작했나?
함병갑: 그냥 4형제가 동시다발적으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서인천에서 했다. 미나리 주산지가 있었다. 개발에 밀려 고향인 매화동으로 오게 됐다. 형제들이 지금도 전국에 퍼져 미나리를 재배하고 있다.

영농조합으로 구성돼 농자재 등 공동구매한다. 지역적으로 흩어져 있는 이유는 흉년이 오면 같이 망하지 않기 때문이다.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고온다습한 우기인 7,8월엔 하우스 재배에선 품질이 떨어져 노지에서 재배한다. 하우스 4천평에 노지 1천평 미나리만 재배한다. 농사는 23년째 하고있다.

성신영: 아버님이 안양에서 농사를 하시고 계셨다. 학교졸업하고 군대갔다와서 바로 농사했다. 3년정도 농사를 거들어 주기로 마음먹고 시작했는데 90년 당시 농사 소득이 굉장히 좋았다.

술도 안먹고 놀러도 안가고 아버님 몰래 3년동안 모은 돈이 7천만원이었다. 그때는 규모도 커서 100미터 짜리 하우스가 60동이었다. 안양 도매시장에서는 우리 농사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농산물 가격은 거의 꾸준했다. 3~4월에 봄 작물 끝나면 오이, 토마토 들어가고 작기도 정해져 있었다. 지금은 작기도 다 흐트러졌다.
 
안양이 신도시가 되면서 광명으로 갔다가 시흥으로 오게 됐다. 학교급식을 중심으로 얼갈이, 근대, 오이, 토마토를 생산하고 있다. 전해숙: 서울이 고향이다. 농사는 70년대 초 양평에서 엄마따라 상추를 보따리에 이고 청량리 도매시장에서 팔던 것이 기억에 있다. 시흥에서 농사를 시작한 것도 엄마 취미생활인 농사를 도와주면서다.
 
2003년 텃밭 가꾸는 취미활동에서 시작, 2006년 천평으로 규모를 늘렸다. 출하회 권유로 2012년부터 친환경농사를 시작했다.
 
시흥친환경농업인연합회와 출하회가 만들어 진 계기는?
함병갑: 시흥은 경기지역에서 학교급식 출하쪽으로 늦게 시작했다. 처음엔 양도 작고 사업성이 느껴지지 않아서 큰 사업목적으로 참여하지는 않았다. 미나리로 보면 양평공사와 남양주 쪽이 이미 재배단지도 있고. 그런데 지자체에서 급식지원센터를 설립하고 경기급식에 참여할 것을 요청했다.

당시 시흥 농업기술센터 마이스터 대학출신들을 중심으로 출하회를 조직하면서 친환경연합회도 동시에 준비했다. 성신영 회장, 전해숙 사무국장이 모두 마이스터에서 만난 분들이다. 출하회 회원은 친농연에 먼저 가입해야 한다. 친농연 회원이 모두 출하회 회원으로 구성돼 있다.

시흥출하회의 조직현황과 품목, 매출 현황은?
전해숙: 회원은 현재 10명. 품목은 오이, 방울토마토, 대추방울토마토, 근대, 얼갈이, 부추, 미나리, 포도, 당근, 감자, 버섯은 내년부터 공급할 예정이다. 성신영: 품목이 다양하지 않다. 품목을 다양하게 하다보면 일도 안되고 품질도 떨어진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주 품목을 두 세가지로 정해서 하면 상품성이 좋다.

다른 품목도 욕심이 생기지만 시행착오도 많고 해서 회원들에게 주력품목 중심으로 유도하고 있다. 월마다 정례회의가 있고 특별한 사항이 있을 때는 특별회의도 따로 한다. 회의때 품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전해숙: 매출은 올 11월까지 나온 걸 보면 2억 조금 넘는다. 포도 3농가가 출하를 못했다. 개인사정으로 출하회를 그만두기도 했고 농토를 이전해서 새로 인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경기급식에 출하하는 비중은 어느정도 되나?
성신영: 학교급식으로 나가는 비중은 작은 규모일수록 많이 차지하고 대농일수록 비중이 떨어진다. 작게는 30%, 많게는 80%정도라 할까?

전해숙: 소농이라도 농사가 잘 됐을 때 비중이 커지는 거지 수확 몇 일 앞두고 진딧물이라도 끼면 다 갈아 엎어야 된다.

잉여 농산물은 어디로 나가는지?
함병갑: 도매시장도 친환경농산물을 따로 경매는 한다. 근데 아직까지도 시장에서 잘 팔리지 않아 라벨 안붙이고 그냥 내보낸다. 시장가서 친환경농산물 대접을 못받다 보니 아예 학교급식 출하하고 남는 것들은 전부 다 갈아엎는 경우가 많다. 극소량으로 와이생협, 두레생협, 농협로컬푸드, 현장 판매로 나간다. 거의 무늬만이지 없다고 보시면 된다.

성신영: 생협이 지역 꺼는 안쓰고 다른 곳에서 갖다 쓴다. 우리도 문제가 있다. 품목이 다양하지 못하니까. 다른 품목이 없으니 얼갈이 배추 3단만 가지고 가야되는 그런 상황.

안전성 관리는?
성신영: 신규회원은 출하회 회의 거쳐서 통과돼도 안전성 문제 때문에 1년은 준회원으로 한다. 그 중간중간에 출하는 못하지만 안전성검사도 한다. 1년 지난 다음해부터 조금씩 배정해서 출하할 수 있게 준비한다.

‘시흥에서 시흥으로’ 2013년 시범사업을 평가하자면?
함병갑: 학교에서는 평가가 좋았다. 이유는 일단 농산물이 신선했다. 수익개념을 떠나서 학교에서 클레임이 걸리면 바로 농장에서 학교로 가져다 주었기 때문이다. 일하다 말고 한박스 가지고 학교에 들어 갔다. 그런데 어느 순간 영양사 선생님들은 광주에서 온 것이랑 비교를 하면서 불만이 많아졌다.

농가는 아무래도 자기지역에 더 좋은 것을 보내게 된다. 출하회 입장에선 기존 방식에서 마이너스였다. 물량이 늘어난 것도 아니고 크레임처리에 농가만 바빴다.

성신영: 학교 크레임은 농가가 책임지는게 아니다. 또 다른 문제는 소량이지만 다른 품목을 우리가 심으면 경기친농연이랑 계약된 물량에서 이분량이 빠져야 된다. 도 영역을 침범하게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성신영: 시흥급식지원센터는 ‘시흥에서 시흥으로’의 사업을 재개하려면 먼저 출하회와 평가를 했어야 한다. 결국 시흥 농산물이 경기도를 거쳐 시흥학교로 들어가는 것으로 결정돼서 다행이지만…아쉽다.

함병갑: 냉정초등학교 영양사 선생님을 칭찬해 주고 싶다. 친환경에 대해 잘 이해한다. 텃밭 농사를 해 봐서 그렇다는 것 같다. 다른 영양사 선생님들에게도 농사짓게 해 봤으면 한다. 전해숙: 회원들 소득이 높아져야 한다. 지금 수입으로는 가장역할을 할 수없다. 마이너스 농가가 너무 많다. 농업이 불투명해서 기회가 되면 안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