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호 PDF 파일 지면 8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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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옥 부귀농협 조합장

수몰과 함께 사라진 학교,그리고 농협
용담댐의 수몰로 사라질 위기에 직면한 학교(조림초등학교)를 지키기 위해 2000년 12월 20일 진안군 정천면 봉학로 52에 신축하고 초대 운영위원장을 맡았다. 이 과정에서 도지사, 교육감 등과 “학교를 폐교 시키려면 면도 통폐합 하라”며 맞서기도 했다.
 
그렇게 지켜낸 학교가 2008년부터 아토피친화학교 특색사업을 전개하면서 2010년 ‘대한민국 좋은 학교’로 선정되기도 했다. 천신만고 끝에 학교는 지켜냈지만 정천농협은 부귀농협과 합병이 되고 말았다. 현 부귀농협 조합원은 1,543명이다.
 
학교에 이어 이제 농협을 바로세워야 할 때
마을과 함께 농협이 수몰되면서 2003년 부귀농협으로 흡수합병이 됐다. 가까스로 학교는 지켜냈지만 농협이 합병 되면서 농민들이 혼란에 빠졌다. 그러나 농협은 농민들의 생각과 달랐다. 농협을 합병해야 농민들이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원래 인삼농사를 지었었다. 홍삼가공공장을 설립하여 홍삼을 대만으로 수출하면서 경제적으로 안정된 시기였다.

2006년 제12대 조합장으로 취임하면서 1992년 준공한 마이산 김치공장 현대화 작업에 착수, 2009년 11월 27일 준공과 함께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조합원들과 전면적인 계약재배를 추진함과 동시에 학교급식 시장 진출을 꾀했다. 그러나 2010년 조합장 선거에서 패하면서 김치공장을 통한 농협 재건사업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위기에 직면한 부귀농협
2015년 3월 다시 부귀농협 조합장에 당선됐는데 농협이 경제적으로 위기를 맞고 있었다. 농협중앙회로부터 합병 권고를 받은 상태였다. 취임과 동시에 다른 부서로 밀려나 있던 김치공장 공장장을 삼고초려해 모셔오면서 본격적인 김치사업을 시작했다. 내부적으로는 품질 좋은 김치를 만들고 밖으로는 조합장에 낙선돼 쉬고 있던 동안 훼손된 김치 시장부터 복원해야 하는 과제를 해결해야만 했다.

다시 돌아온 농협… 농민을 살려야 농협이 산다
우선 조합원들을 상대로 교육과회의를 통해 그동안 이완됐던 계약재배 시스템을 재 가동하기 시작했다. 보다 안전한 원재료 확보를 위해 한랭사를 이용한 배추 재배법을 개발, 시범적으로 1만5천평에서 135톤의 배추 계약재배를 성공시키면서 내년에는 전면적으로 재배하기로 했다.

우리는 한랭사를 이용한 배추 재배법을 그물망농법으로 불렀다. 그물망농법으로 재배한 배추는 농약도 거의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조직이 단단해 기존 농법으로 재배한 배추(220원/kg)보다 비싼 가격(350원/kg)으로 수매하고 있다. 농민들은 소득을 더 올릴 수 있고, 소비자들은 질좋은 김치를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무, 배추 뿐만 아니라 고춧가루도 100% 조합원들로부터 수매를 하고 있는데 고춧가루에 대한 기준도 강화해 2,3번째 수확한 고추를 세척한 것만 수매하고 있다. 대부분의 부재료도 조합원들이 생산하면서 600여 농가가 마이산김치 계약재배에 참여하고 있다. 이중 고추 계약재배에 만 400농가가 참여하고 있다.

지역농협 무너지면 도시농협도 무너진다
마이산김치는 계약재배를 통한 철저한 품질관리를 자랑한다. 홈쇼핑에도 나가고 쿠웨이트 등에도 수출을 하고 있다. CJ와도 MOU를 체결하여 신제품인 고들빼기 김치도 준비중에 있다. 절임배추, 맞춤형 양념과 함께 도시민을 위한 김장도 상품으로 개발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제도시 지역 학교급식 진출 준비를 하고 있다.

김치공장이 풀가동이 된다면 150억원에 이르는 지역 농산물을 계약재배로 수매를 할 수 있다고 본다. 부귀농협 조합원들의 미래가 김치공장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라북도와 서울 등 수도권에100% 국산재료 마이산 김치를 통해 아이들 건강을 책임지는 한국 고유의 김치를 공급하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 CJ, 쿠웨이트에 이어 수도권 호텔과 식당 등으로 판로를 다변화 할 계획이다.

이런 식으로 가다보면 내년 연말쯤이면 소득분기점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매출 목표는 150억원이다. 150억을 달성하면 흑자로 돌아설수 있다. 이제 도시 지역 시민과 도시농협들이 나서줘야 한다. 농촌 농협이 무너지면 도시농협도 무너진다. WTO, FTA 등에도 농민들이 살아 남을 수있도록 서로 상부상조해야 한다.

지역농협에 이어 중앙회도 개혁해야 한다
지역의 농민들이 모여 지역농협을 만들고 지역농협들이 모여 농협중앙회를 구성하고 있는데, 농협중앙회는 농민들의 의사와 다르게 가고있다. 우선 중앙회장 직선제부터 실시하도록 해야 한다. 농협중앙회 개혁을 통해 지역농협을 개혁하고 농민들의 생존권을 지켜내야 한다.

이러한 활동을 위해 개혁적인 조합장들과 함께 정명회 활동을 하고있다. 내년 초 실시될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던 정명회의 존재를 무시할 수가 없을 것이다. 개혁적인 조합장들이 지역농협과 농협중앙회 개혁을 통해 농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원을 당부드린다.

학교급식 관계자들에게
농촌지역에 있는 농협이 할 수 있는 일들은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도시민들의 도움이 없이는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부귀농협과 마이산 김치공장을 방문해 농협과 농민들이 얼마나 진지하게 노력하고 있는지 보고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특히 학부모와 영양선생님들의 방문을 기대한다. 부귀농협의 트레이드 마크인 그물망농법과 계약재배 시스템을 직접 확인하고 김치 맛도 보면서 많은 조언도 당부드린다.

그물망 재배

김치공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