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호 PDF 파일 지면 8면 참조

===>>지면보기

허둥지둥. 일을 끝내고 경기도의회로 출근한다. 김문수 전 도지사가 축소한 친환경차액지원예산을 2013년상황으로 돌려 놓으라는 요구를 하기 위해서다. 2013년엔 경기도가 친환경차액지원예산 416억을 편성하고 모두 책임졌다. 하지만 2014년과 2015년엔 절반으로 깍아버렸다.

그리고 나머지는 시군부담으로 슬며시 떠넘겼다. 208억을 떠맡은 시군도 경기도가 한 것처럼 은근슬쩍 책임을 벗어나려고 핑계를 찾고 있다. 기름값도 안 나오는 한박스, 두박스를 싣고 경기도 학교급식에 참여했던 것은 행정을 믿었기 때문이다. 당장은 배고팠지만 희망을 가졌다.

그런데 행정은 농민과 함께 만들어 온 고난의 길을 잊은 듯하다. 1차선에서 2차선, 4차선, 8차선으로 확대되어야 하는데 불안하다. 자칫 방심하다간 정치인들간의 흥정에 여태껏 헤쳐 온 길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2016년 경기도 최종 예산 심의가 계속 파행되고 있다. 가장 큰 이슈는 경기도가 2014년 친환경차액지원예산을 시군에게 떠 넘긴 것처럼 국가가 자신이 책임져야 할 누리과정예산을 교육청으로 떠 넘겼기 때문이다. 교육청은 수입이 뻔한 상태에서 기존에 해왔던 유초중고 교육을 포기하고 누리과정예산을 편성할 수는 없다고 저항하고 있다. 제일 먼저 유초중 급식이 포기될지도 모른다. 이제 농민들도 기술혁신만 하고행정 돌아가는 사정을 모르면 농민 발등 농민 스스로가 찍는 잘못을 범할 수도 있다.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소속 모범군 중 한 곳인 파주친환경농업인연합회(회장 김상기)는 농사 못지않게 행정공부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요즘은 경기도의회를 매일 출근하면서 예산회의를 지켜보고 있다.

지역연대사업도 활발하게 한다. 파주시민단체와 함께 해온 활동은 2014년 친환경쌀값 보장투쟁을 승리로 이끌었고 2015년엔 거곡·마정지구 농민대책위를 결성해 임진강 지키기 활동에 동참하면서 농토를 지키는데 힘을 쏟고 있다.
 
인터뷰는 지난해 12월 26일 늦은 시간에 파주친농연 사무실에서 파주친환경농업인연합회 회장 겸 파주친환경학교급식 출하회 김상기(48세) 회장, 김문권(54세)사무국장, 파주친환경학교급식출하회 임경상(56세) 감사, 이정복(53세)감사가 참여해 진행됐다. < 한 기자 기자, 김영찬 기자>

김상기 회장

이정복 감사

임경상 감사

김문권 사무국장

어떻게 농사를 시작하게 됐는지?
임경상: 부모님이 여기 살고 어릴 때부터 해 왔다. 중간에 건설관련해서 사우디를 갔다 온 것 빼고는 40년 됐다. 부모님이 농사하던 걸 이어서 하고 있는 것이다. 농사평수는 총 해서 만평 정도 된다. 수도작 3천평을 빼고 나머지는 친환경 밭 농사다.
 
벼농사를 우렁이친환경을 했었는데 너무 힘들어서 그만뒀다. 학교급식에 참여하는 건 감자, 토마토(방울,대추,완숙), 무, 양배추, 양파다. 토마토는 올해 처음 시작했는데 그럭저럭 괜찮다. 파주출하회 초창기부터 같이 했다. 처음에 무를 생산해서 김포전처리업체로 보냈었다. 학교급식으로 나가는 비율은 한 70%정도 된다. 여태 5년 했는데 올해 처음으로 돈을 만져봤다.

이정복: 회사다니다가 2008년에 귀농했다. 회사가 서울에 있었는데 회사를 그만두고 뭔가 해보려고 프랜차이즈쪽을 찾았는데 다니면서 쭉 공부해보니 이건 나하고 절대 안 맞는다고 결론내고 귀농공부를 시작했다. 5개월 귀농학교를 다니면서 준비할 때 인터넷신문에 나온 김상기 회장을 보고 찾아갔다. 원래는 충남 청양으로 귀농지를 정해놓았는데 딸의 반대가 심했다.
 
김 회장네서 딸과 함께 하룻밤을 잤는데 딸이 귀농할거면 여기로 하라고 해서 파주로 오게 됐다. 친환경 6천평이 노지고 임대다. 감자, 무, 배추가 주 품목이다. 잡곡도 조금 있다. 해마다 하나씩 새로운 걸 해보는데 올해는 결명자를 심어봤다. 결명자하고 잡곡은 한살림으로 나간다. 매출로 보면학교급식이 훨씬 좋다. 올해 처음으로 콩 2천평을 관행농으로 시작했다. 관행농을 한 이유는 임대농이라 밭이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 초기에 5500평 농사짓다가 천평만 남은 적도 있었다. 땅 주인은 임대기간을 장기적으로 주지 않는다.

김상기: 농업공동체를 꿈꿨었다. 먼저 온 선배가 파주에 땅이 많다고 해서 왔다. 농사도 같이 하면 좋을것 같고 애도 같이 키우면 좋을 것 같았다. 이런 생각으로 3가족이 6개월간 공동노동을 했었다. 수확과 배분 등 아무런 경제적 관점이 없었다. 2000년 봄에 들어와서 친환경으로 참깨 농사를 천평 정도 했는데 죽는 줄 알았다.
 
두가족은 떠나갔다. 꼼꼼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농약뿌리면서 농사를 짓는다는 생각을 해보지도 않았다. 무조건 친환경이었고 농사만 잘 지으면 판로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당시 참깨를 친환경인증도 받지 않고 유기농으로 재배했다고 말하니까 생협이 받아줬다. 지금 농사규모는 배 과수원4500평, 노지 해서 9천평 정도된다. 감자, 당근, 콩이 주작이다.

콩나물콩을 이번에 시도해 봤다. 학교급식에 나가는 비율은 20%정도 된다. 내년에는 무농약 배가 학교급식으로 나간다.

김문권: 파주 사무국장으로 온지 2개월 됐다. 장기적으로 파주에 정착해서 농사도 짓고 싶다. 사람만나는 것을 좋아해선지 여기 일이 재밌다. 회원들과 소식을 자주 교류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이다. 회원중 노인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스마트폰 쓰시는 분이 3분의 1정도 밖에 안된다.

파주친농연과 출하회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김상기: 경기도 차원에서 시범사업으로 20개 학교에 친환경농산물을 공급하고 있었다. 클린팔당 한강수계 지역 8개 시군 중심이던 것을 행정쪽에서 역할을 해 주면서 파주, 김포, 고양이 2차 후발주자로 결합했다. 2010년가을에 출하회를 만들고 11년 4월에 파주친농연을 발족했다.

임경상: 그때 양배추하고 무를 수건으로 물기를 일일이 닦아서 출하했었다.

김상기: 초창기 출하회는 15명정도 회원을 확보했지만 엽채류 대농 몇 농가만 출하하고 다른 회원들은 출하하는게 없으니까 소속감도 많이 떨어지고 호응도 얻지 못했다. 남아있는 분과 이탈되는 분이 생겼다. 이런 과정에서 출하회의 역사가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 회원은 29명이고 그 중 신규회원이 6명이다. 신규회원은 원하는 품목이 겹치지 않으면 1년 후 출하가 가능하다. 파주는 노지 품목이 중심이다. 감자, 양파, 배추, 무, 양배추가 주품목이다. 품목수로 보면 20개정도다. 근데 애로가 있다. 노지농가가 시설농가에 비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임경상: 노지는 사시사철 재배할 수가 없고 품목도 한정된다. 반면 시설농가는 노지에 비해 계절에 비교적 자유롭고 품목도 많다. 그러나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김상기: 친농연은 수도작, 원예, 과수, 특작, 축산분과를 두고 있는데 수도작 회원이 75농가로 제일 많다. 과수농가가 저농약 포함 25농가인데 저농약인증이 없어지는 내년에 사과농가가 어떻게 할지 복잡하다. 사과는 무농약이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버섯특작이나 축산분과는 아직 의미가 없다. 수도작 분과에서 올해 40kg기준 오백원을 기금으로 분담하기로 하면서 조직이 더욱 안정화되어 간다고 본다.

친환경쌀이 파주학교로 어떻게 들어가게 됐나?
김상기: 2006년부터 친환경쌀을 파주학교에 공급하는 방안을 고민했었다. 2010년 지방선거때 파주학교급식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을 하면서 시장공약사항으로 약속을 받아내고 이인제 시장이 당선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파주에 친환경 쌀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파주 친환경쌀은 유기쌀 3백톤을 빼고 8~9백톤이다. 그 중 350톤이 파주관내 학교로 들어간다. 광명과 부천에도 나간다. 생산량이 약간 부족한 편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말은?
김상기: 농산물에서 품위를 몇가지로 고정시키는 것은 테러 같은 거다. 광역지원센터 설립이 필요하다. 수시로 작황상태에 대한 파악을 하고 조정을 해야하는데 지금의 가격보존심의로는 안된다. 그러니까 농가들과 영양선생님들이 싸운다.
 
시장상황이 비싸면 거의 클레임이 없지만 싸면 자꾸 클레임을 걸고 높은 품위를 요구한다.

이정복: 학교급식은 아직까지도 풍전등화라고 본다. 정치가 바뀌면 언제바뀔지 모른다. 농민들은 정치를 잘모른다. 김상기회장이 농민교육이나 분배문제에 대해 새롭게 정비하려고 한다. 긍정적으로 본다. 단기간에 될거란 생각은 안한다. 우리 스스로 시작하려고 하는 게 좋다.

임경상: 인증을 받으면 누구나 학교급식에 참여할 수 있고 나눠야 한다. 서로 먹고 살기 위해 하자는 거니 양이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서울이 연계가 되면 조금 사정이 나아질 거라 생각한다. 회원이 계속 늘어나니까 판로에 대한 것과 개선점이 필요하다.

김문권: 그전에 개성공단에서 물류일을 했었는데 혼자 하는 일이었다. 출하회 일은 사람도 많이 만나서 즐겁고 스트레스도 안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