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호 PDF 파일 지면 2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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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문종화 서울 본동초등학교 영양사 민주노총 전국 비정규직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영양사분과 서울분과장 서울 본동 초등학교는 한강과 노들섬이 내려다보이는 동작구 본동에 위치 하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본동 초등 학교 본관 뒤편에 있는 급식실에 들어서니, 안쪽에 자리한 영양상담실에 서 근무중인 문종화 영양사가 기자를 맞는다.

문 영양사는 방학인데도 매일 학교에 출근해 다음 학기 급식준비 업무를 하고 있었다. 인기척이라곤 없이 조용한 학교 건물 한곳에 덩그러니 홀로 불빛이 새어나 오는 영양상담실. 다른 교사들은 방학 이라고 사실상 유급 휴가를 즐기고 있는 시기에, 교사와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차별대우를 받는 영양사의 위치가 드러나는 모습이다.

“저는 2003년에 영양사 자격증을 따고 위탁급식 업체 소속으로 학교에서 영양사로 일을 했어요. 초등학 교는 원래 100% 학교 직영 급식이지만, 중․고등학교는 대부분 위탁업체에서 운영하는 급식이었거든요. 그런데 2007년부터 위탁급식을 모두 직영 급식으로 바꾸면서 중․고교에서 근무하던 영양사들이 위탁업체 직원에서 회계직 신분으로 소속이 바뀌었어요.

그러니까 고용 승계가 이루어진 거죠. 그런데 바로 이학교 급식 직영화가 우리 영양사들에게는 큰 악재가 됐어요.” 그는 직영화 전환 이후 월급 명세서를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 위탁업 체에서 받던 급여보다 액수가 훨씬 줄어들어 있었던 것이다. 영양사는 교사가 아니라 일종의 일용직인 교 육공무직신분이라는 것도 그때 알 았다. 일용직 월급을 날짜 수만큼 곱해서 월급을 받는 것이다.
 
“그때는 그런 상황이 잠시일거라 고 생각했어요. 2007년에 기존공무원 신분으로 근무하던 식품위생직 영양사들을 영양교사로 전환해주면 서, 정부에서 영양교사를 대거 채용 하겠다고 발표했거든요. 하지만 이 말은 실현되지 않았죠. 영양교사 채용 인원이 그렇게 나오지 않았어요.
 
그리고 위탁업체에서 고용 승계된 영양사들이 비정규직이 되어서 그자리를 채웠죠.” 문 영양사가 현재 받고 있는 급여는 10년 전 위탁급식업체에서 받던 액수와 비슷한 수준이다. 2007년부터 지금까지 급여 개선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
 
그나마 교육청에서 해준 것은 행정지원사, 조리실무사 등 다른 교육공무직들과 같이 장기근속가산금을 받게 해준 것이 전부다. 일년 근무자와 십 년 근무자가 같은 급여를 받는 것은 좀 심하다는 배려의 취지 에서 나온 건데, 그 차이가 크지 않다.

위탁업체에서 학교 직영으로 고용승계 후 비정규직 돼
“저희가 대학을 졸업할 때만해도 공무원이 지금처럼 인기가 많지 않았어요.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하면 공무원 시험을 봐서 식품위생직으로 학교 영양사로 취직하거나 위탁급식업체에 취직하는 길이 있었는데, 다들 대기업을 가려고 했죠.

어느 날 갑자기 정책 하나 바뀐 것 때문에 제 처지가 이렇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학교 근무 2년이 지났기 때문에 현재 대부분의 영양사가 무기계약이 된 상태다. 하지만 그래도 정규직은 아니니 신분이 불안하기만 하다. 현재 학교 근무 영양사의 60% 가량이 교육대학원까지 졸업한 고학력자다. 영양교사를 대폭 충원하겠다는 말만 믿고 대부분의 영양사들이 교육대학원에 진학했던 것이다.

대학때 교직 이수를 하지 않은 사람은 교육대학원을 나와야 교사 자격이 생기기 때문이다. 문 영양사도 다른 영양사들과 마찬가지로 교육대학원에 진학해 2010년에 졸업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2017년까지 모두 정규직 영양교사로 전환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몇몇 정치인들의 잘못된 말 한마디로 교육대학원까지 다녔는데 알고 보니 보장된 것은 아무것도 없고, 저희는 배신당한 느낌이죠.” 정규직 교사 신분인 영양교사와 비정규직인 영양사가 하는 일은 똑같다. 식단을 짜고, 식재료 수급을 담당하고, 조리종사원들을 통솔해 매일 아이들이 먹는 밥상을 차려내는 총 책임자다. 딱 한 가지 다른 것이 영양 교육에 대한 ‘수업권’이다.

영양교사들에게는 실제 수업에 들어가서 영양교육을 할 수 있는 수업권이 주어 진다. 하지만 수업시수는 한 학기에 16시간 이내로 많지 않고, 그나마 학교장 재량으로 생략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중․고등학교는 시험과목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의가 영양 교육을 하지 않고 있다. 초등학교에서는 특별활동으로 신청한 일부 학생들만 대상으로 이루어 질 때가 많다.
 
하지만 이런 영양교사와 영양사의 처지와 상황은 많이 다르다. 경력이 10년 이상이 되면 받는 월급의 차이는 두 배로 벌어진다. 기본급이 다른 데다 정규직인 교사는 호봉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급식비 등 각종 수당도 영양교사와 영양사가 받는 것이 다르다.
 
그나마 영양사에게는 한 푼도 안 나오던 급식비는 노조에서 단 체협상을 통해 따낸 것이다. 매달 5만 원 씩 나오는 직무관리수당도 노조 활동을 통해 얻어냈다. “서울의 경우 영양교사가 600명, 영양사는 700명 정도 돼요. 영양사 숫자가 더 많죠.

우리는 교사 대체직군인데 교육공무직으로 분류되어서, 교사랑 똑같은 일을 하는데도 받는 처우는 너무 큰 차이가 있죠.” 처음에는 교육청이나 교육부에 민원을 넣었다. 그러다가 그런 것은 단체협약으로 얘기를 하라는 말을 듣게 됐다.

아무리 개인 자격으로 교육 부에 민원을 넣어봐야 한 두명만 어떻게 해줄 수는 없는 일이므로. 영양사들을 대변하는 조직인 대한영양사 협회가 있지만, 알아보니 협회는 단체협약이나 임금협상권이 없었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노조를 만드는 길 뿐이었다.
 
단체협약 가능한 노조 만들어 영양사 권리 찾기 나서
“그때서야 알고 보니까 조리종사원 들은 다들 노조에 가입되어 있더라 고요. 노조 활동 덕분에 그분들은 근 무 일수가 245일에서 275일이 되고, 285일까지 늘어나시더라고요.
 
급여 가 일당 개념이니까, 근무 일수가 늘 면 월급이 늘어나는 거죠. 어찌보면 조리종사원들 덕분에 교육공무직 전체가 혜택을 본 거더라고요. 노조 가입수도 조리종사원들이 제일 많고요. 그래서 우리 영양사들도 2012년에 노조를 만들어 민주노총 산하조직으로 가입했죠.”

그렇게 만들어진 영양사 노조는 전국적으로 파업을 벌이기도 하고, 집회신고를 하고 서울시 교육청과 교 육과학기술부 앞에서 투쟁도 벌였다. 국회에도 갔다. 처음에는 ‘묵묵히 일하면 언젠가 알아주겠지’ 하는 생각으로 버틴 적도 있었다. 하지만 기다리기만 해서 되는 일은 없었다.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다 우리 얘기에 공감하신대요.

하지만 당장은 어떻게 해줄 수 없다는 것이 답변이죠. 급여 체계를 바꾸는 것은 작은일이 아니니까. 영양 교사를 늘리면 다른 비교과목인 체육이나 기술․가정 교사도 늘려야 하는데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거예요.” 문 영양사는 얼마 전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청 근무 비정규직 직원들의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준 이야기를 언급했다.

시청에 근무 하는 모든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으로 전환해주면서 동시에 급여도 기존 공무원과 큰 차등 없이 받도록 해주었던 일 말이다. 그는 “정말 큰일을 한 것”이라며 “직접 이런 활동을 해보니 그런 일은 극히 드문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는 영양교사가 될 줄 알고 기다렸어요. 그런데 만약 ‘임용고시를 통해서 영양교사를 별도로 채용할 테니 나가라’ 하면 나가야될 지도 모르는 불안정한 상황이에요. 만약 그렇게 되면 우리도 그냥 나갈수는 없겠죠. 노조를 통해 투쟁을 해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