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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최영미 슬로푸드 고양 지부장 / 슬로카페달팽이 대표
 
슬로푸드 고양지부는 다른 지부들과 달리, 사람들이 먼저 협회를 찾아와서 지부를 만들겠다고 신청한 특이한 이력으로 출발했다. 그리고 이런 남다른 시작의 중심에는 ‘슬로카페달팽이’ 대표 인 최영미 지부장이 있었다. 최 지부장은 잡지 기자로 20년 가까이 일하며 『헬스조선』 편집장까지 지낸 베테랑 기자 출신이다.

“회사 다닐 때는 일하는 기계로 살았어요. 한달에 잡지 두개를 마감하고 사보외주 제작까지 했으니까요. 몸이 힘든 것을 잊을 정도로 일이 너무 좋았어요. 그러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그야말로 쓰러졌지요.” 퇴직 후 일주일간 잠만 자고 일어났는데, 코가 엄청나게 부어 있더란다.
 
병원에서도 원인을 모르는 증상이었다. 장기간 극심한 긴장 상태에 있던 몸이 말 그대로 파업을 일으킨 것이 다. 주변에서 하나같이 ‘곧 죽을 것 같다’고, ‘요양이라도 가라’고 할 정도였다. “건강 회복을 위해 이것저것 공부하던 중 슬 로푸드에 대해 알게 됐고, 제 삶을 돌아보면서 삶의 태도를 바꿨어요.
 
앞으로는 느리게 살겠다고. 가능한 소유하지 않으면서, 나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기로 마음먹었죠. 그때 살던 곳이 고양시 일산이었어요. 고양에서 생산자, 유통업자, 외식업,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좋다, 함께 슬로푸드 해보자’ 하고 뜻을 모으게 된거예요.

” 이들이 당시 남양주에 있던 슬로푸드한국협회 사무국을 찾으면서 슬로푸드 고양지부가 만 들어졌다. 회원들의 지부 활동은 매우 적극적이 었다. 2014년 6월에는 지부 회원들이 힘을 합쳐 협동조합 형태로 일산에 ‘슬로카페달팽이’를 오픈했다.
 
카페는 세상에 슬로푸드를 알리기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지부 활동을 위한 거점 공간이 되기도 했다. ‘슬로차데이’나 ‘회원의 날’ 모임 등 지부 모임이 이카페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슬로카페달팽이’는 지난해 10월에 지금의 자리인 서울 성북구 정릉동으로 이전했다.)
 
‘슬로카페달팽이’는 슬로푸드 철학에 맞는 건강한 식재료로 음료를 만들고 밥을 내는곳 이다. 재료는 직접 농사지은 농산물 또는 슬로푸드 회원 농가나 친환경 농가의 생산물, 슬로 푸드국제협회 ‘맛의 방주’ 등재 식품, 아니면 전통시장에서 구한 것을 쓴다.
 
커피는 필리핀에서 공수한 야생채집 원두로 내리고, 과일음료는 모두 직접 키우거나 농장 직거래하는 원 료로 만든다. 최 지부장이 내놓은 유자차의 향이 너무 좋아서 재료를 물었더니, 맛의 방주에 오른 제주 뎅유자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설탕 맛이 많이 나는 다른 유자차와는 달리 단맛은 적고 유자의 톡 쏘는 향이 풍부하게 느껴졌다. 직접 청을 만든 후 일년을 숙성시킨 것이다.

장터에서 전단지 돌리며 알린 슬로푸드
고양 지부의 적극성은 외부 활동에서도 드러났다. 지부결성 후 2014년 하반기부터 고양시와 서울 각지의 주말 장터나 벼룩시장을 돌아다녔다. 슬로차와 슬로푸드를 알리는 전단지를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슬로푸드를 소개하는 게시물을 만들어 전시하기도 했다.
 
“목이 다 쉬도록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했어요. 사람들은 먹거리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제대로 알고 싶어 하죠. 그래서 ‘제대로 보다 많은 이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앞으로의 행보도 아마 ‘제대로’와 ‘많 은 이들’에 초점이 맞춰질 것 같아요.” ‘슬로카페달팽이’를 찾는 손님들은 ‘왜 슬로 카페인지’를 묻는다. 답을 들은 사람들은 메뉴를 고를때 더 신중해진다.

어디서 온 재료로 어떻게 만들었는지 물어보기도 한다. “제가 이러고 있다고 해서 ‘슬로푸드 운동’이 엄청나게 확산될거라 생각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한명한 명 얼굴 보고 이야기하다 보면, 언젠가는 많은 이들이 ‘슬로푸드 철학’을 받아 들일 날이 오지 않을까요.

그런 작은 소망이 점점 확신이 되고, 다짐이 되었네요.” 지부를 운영하는 과정이 쉽기만 했던것은 아니다. 고양지부 회원은 20여 명이지만 나오는 것은 언제나 같은 사람들이다. 각자 생활이 있으니 힘을 모으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 었다.
 
가끔은 이일이 참 ‘외로운 일’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최 지부장은 털어놓았다. 최 지부장 역시 그동안 서울로 직장을 다녔기 때문에 처음에는 지역 네트워크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지부 결성 첫 일 년 동안은 지역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여러가지 사정 때문에 협동조합이 해체되 고, 정릉으로 이전한 지금의 ‘슬로카페달팽이’ 는 최 지부장 개인이 운영하고 있다. 전통시장인 정릉시장 한구석에 자리한 예쁜 한옥 건물은 느림을 추구하는 슬로푸드의 철학을 대변 하고 있는 듯하다. “슬로푸드라는 것이 너무 어렵다고 느껴질 때가 많았어요.

대중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너무 가르치려든다는 느낌이 들면 아마 파리만 날릴 거예요.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고, 와서 놀다보면 슬로푸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그런 공간을 만 들고 싶어요.” 호텔에서 먹는 14만 원짜리 정식이 아니라, 카페에서 만원이면 먹을 수 있는 앉은뱅이밀부침개나 고대미 떡볶이가 바로 그가 전파하고 싶은 슬로푸드다.
 
2월부터는 슬로푸드 식재료로 만든 라면, 피자, 떡볶이, 김밥 등 사람 들이 많이 먹는 분식 메뉴를 시작한다. 같이 밥 먹을 사람 없는 외로운 도시인들을 모아 매주 한 번씩 밥 먹는 모임도 열 계획이다.

쉽고 재미있는 슬로푸드 전하는 슬로카페달팽이
지난 크리스마스에는 동네 가게들과 함께 ‘우리끼리 플리마켓’ 행사를 개최해서 즐겁게 모여서 놀았다. 새해부터는 매주 목요일 저녁 7시에 책읽기 모임인 ‘느리게 읽기’ 성북 모임이 열린다. 카페를 거점으로 ‘슬로푸드 성북지부’ 준비모임도 시작했다.

회사퇴직 후 ‘지안컨설팅’이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2년 여간 개인사업과 슬로푸드 활동을 함께하면서, 그는 슬로푸드 활동가로 사는 것에 좀 더 집중할 필요성을 느꼈다. 우선은 누가 뭐래도 가장 잘할 수 있는 콘텐츠 사업을 ‘슬로푸드’를 주제로 해볼 생각이다.
 
“슬로푸드를 중심으로 슬로 뷰티, 슬로 메디신, 슬로 투어, 슬로 쇼핑 등 제가 선택한 삶의 전반에 걸쳐 ‘느림’의 철학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콘텐츠 사업을 하고 싶어요. ‘내가 선택한 삶을 여러분도 함께 해보실래요?’ 하고 세상에 건네는 거죠.” 고양 지부 활동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슬로 카페달팽이’가 서울로 이전했지만, 회원의 날 행사를 했던 ‘밤가시초가’나 회원농장을 중심으로 슬로차데이나 팜파티 등 모임을 이어갈 예정이다. 새해에는 새로운 운영진을 뽑아 보다 많은 이들이 함께하는 지부가 되도록 변화를 꾀할 생각이라고 그는 말했다. ‘알고 보니 지부 등록 회원 말고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슬로푸드 회원이 많더라’며, 고양시에 사는 슬로 푸드 회원들은 연락을 주십사는 당부도 잊지 않았 다. (페이스북 www.facebool.com/slowcafedal, 블로그 blog.naver.com/slowcafed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