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호 PDF 파일 지면 3면 참조
===>>지면보기
| |
 |
|
| 최 진 영양교사 |
최진 성남 샛별중학교 영양교사는 1993년에 학교 영양사 일을 시작해 올해로 경력 23년째를 맞는다. 교사
업무 못지않게 대외 활동도 활발히 해왔다. 2010년부터 2년간은 성남영양교사회 회장으로 일했고, 지난해부터는 경기영양교사회 부회장(기획담당)을 맡고 있다. 학교 업무 외에도 영양교사들의 처우 개선 문제와 급식 정책에 대해 의견서를 내고 토론회 주최나 워크샵, 연수 등을 기획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영양교사 선생님들 대다수가 열악한 여건에서 고생하고 계세요. 고등학교 급식은 석식까지 하는 경우가 많고, 기숙학교의 경우는 조�컨署캬�식을 다 하죠. 방학때도 보충수업을 하니까 이에 따라 급식이 이루어지고요. 급식을 2식 이상하는 학교의 영양교사들은 아침 7시부터 저녁식사가 끝나고 청소가 완료되는 7~8시까지, 하루 12시간 이상을 근무해요. 추가 근무에 대한 수당도 제대로 못 받으면서요.”
최 교사 역시 지난해 3월 샛별중학교에 부임하기 전까지 용인의 한 고등학교에서 근무했다. 하루 2식은 기본, 방학 때 보충급식까지 하느라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경기영양교사회는 경기도교육청과 함께 1년에 한 번씩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작년 토론회 주제가 바로 이 2,3식 급식학교 문제였다. 이 토론회를 계기로 2,3식 급식 문제를 연구하기 위한 TF팀이 발족했다. <임은경 기자>
“친환경학교급식은 서울과 수도권 인근에서는 경기도가 제일 먼저 시작했죠. 고등학교의 경우에는 급식 단가가 상승하는 것 때문에 논란이 일기도 했어요. 초․중은 어차피 무상급식이니까 다 좋아하시지만, 고등학교 급식은 수익자 부담이에요.”
최 교사는 초․중학교에 비해 친환경무상급식의 혜택을 못 받는 고등학교 아이들이 늘 마음에 걸린다. 그는 2010년경부터 2년 동안 중학교에서 친환경 급식을 하다가 고등학교로 전근을 했는데, 식재료를 받아보고서 처음엔 많이 놀랐다. 친환경 급식도 아닌데다 최저가 입찰을 하는 고등학교는 중학교와 식재료가 다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고등학교 아이들이 먹는 양이 훨씬 많아요. 초등학교의 두 배, 중학교의 1.5배 이상을 먹으니까요. 샛별중학교의 경우 한 끼 급식 단가 3400원에 추가로 친환경급식지원비 360원이 모두 지자체에서 지원되거든요. 급식 단가는 식재료와 인건비, 운영비가 포함된 가격이죠. 그런데 고등학교 급식은 한 끼 단가 3900원정도에, 친환경 식재료를 쓰려면 또 다시 400원 정도가 추가돼야 하는데 그게 모두 수익자 부담이거든요. 좋은 재료를 쓰고 싶어도 부담이 너무 큰 거죠.”
‘ 의무교육’ 아닌 고등학교부터는 유상급식
중학교에 와서 친환경무상급식을 해보니, 이런 혜택을 받는 경기도 학생들은 참 복 받은 아이들이라는 생
각이 든단다. 학부모들도 차차 친환경 식재료, 친환경 급식에 대한 이해가 늘고 있다. 채소와 과일, 잡곡, 육류 등 거의 모든 식재료가 친환경 국내산이다.
고기는 무항생제에 1등급을 받은 우수축산물만 쓰고 있다. 된장, 간장, 고추장 등 양념류도 대부분 국내산을 쓴다. “저는 고등학교에서도 친환경무상급식을 해야 한다고 봐요. 고등학교는 중식 뿐 아니라 석식까지 먹잖아요. 그리고 교육비, 수업료 등 그 밖에도 학부모의 비용 부담이 많아요. 저희 아이의 경우도 중학교에서 무상급식을 하다가 고등학생이 되니까 갑자기 급식비가 한 달에 15만원이 나오더라고요. 거기에 의무교육이 아니니까 매달 수업료 등등 나가는 비용이 생기고, 가계 부담이 갑자기 확 올라가더라고요.
초․중은 의무교육이라서 무상급식을 해준다고 하지만, 정작 지원이 필요한 것은 고등학교가 아닐까 싶어요.” 석식은 어차피 선택사항이니까 중식이라도 급식 지원이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것이 최교사의 생각이다. 그도 어려우면 친환경급식비라도 지원을 해서 아이들이 기왕이면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단다.
현재 고등학교는 우수축산물과 쌀(쌀은 올해부터)에 대해서만 친환경 지원을 받고 있는데, 채소나 과일 등 다른 농산물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자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고등학생들이 먹는 양이 많으니까, 친환경급식을 고등학교까지 확대하면 친환경 생산 농민들의 수급량도 맞출 수 있을 것 같아요. 초․중까지 친환경무상급식을 먹고, 영양교육도 잘 받고 큰 아이들이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그 연계성이 끊어지는 것이 참 안타까워요.”
현재 모든 학교에서는 월 2회 영양식생활교육을 하는 것이 의무화되어 있다. 초등학교에서는 대부분 실시되고 있고, 중학교는 주로 동아리 활동이나 가정통신문(교육자료) 등을 통해서 이루어지는데, 고등학교는 사정이 다르다.
최 교사도 고등학교 재직 시절 동아리를 운영해보려 했지만 다음 기회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영양교사의 업무가 너무 많다보니 도저히 동아리까지 운영할 여력이 없었던 것 이다. 모든 학과 일정이 대학 입시를 위해 짜여 있는 학생들 역시 동아리활동을 할 여유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학교에서 두 끼 이상을 먹다보니, 고등학생의 급식에 대한 불만이 초․중학생보다 많은 편이에요. 나이가 많아질수록 외식 경험이 많기 때문에 일품요리를 선호하고요. 그래서 고등학교에서 근무할 때 점심은 똑같이 밥과 국에 3찬을 기본으로 주지만, 저녁은 일주일에 반 정도는 돈가스 덮밥이나 볶음밥, 짜장면, 짬뽕 등 일품요리로 구성했어요.
아이들이또 면을 그렇게 좋아해요. 심지어 나가사끼 짬뽕 같은 시중에서 유행하는 음식을 요구하기도 하지요.”
학교급식은 단지‘점심 한 끼’이상의 의미
고등학생은 거의 성인에 가깝게 자란 아이들이므로 어린 아이들처럼급식 지도가 쉽지만은 않다. 그나마 아이들이 바깥이 아니라 학교에서 밥을 먹도록 하려면 아이들의 입맛도 무시할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그 음식들이 친환경식재료도 아니기 때문에, 최 교사는 아이들의 밥을 준비하는 영양교사로서 마음이 아플 때가 종종 있었다고 한다.
“요즘 세상이 먹는 것을 소홀히 하고 중요하지 않게 치부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작년에 저
희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어요. ‘샛별중학교에 잘 왔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거의 70% 이상이 ‘급식이 좋다는 것’을 꼽았어요. 누구에게나 사실은 먹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죠.”
최 교사도 급식을 단순히 엄마들의 도시락 부담을 줄이고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 먹이는 것으로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영양교사를 하면 할수록, 급식이라는 것이 아이들에게 단지 점심 한 끼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학교에 와서 아이들이 제일 밝고 명랑한 시간이 급식 시간이에요. 그 시간만큼은 마음대로 떠들고 친구들하고 얘기할 수 있고, 거기에다 마침 좋아하는 음식까지 나오는 날엔 정말 너무 신나는 거죠.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 중에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아닐까 싶어요. 이 시간동안 아이들에게 뭘 교육할 수 있을까, 아이들에게 어떤 급식을 제공하면 좋을까를 요즘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 저작권자 © 식량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