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호 PDF 파일 지면 7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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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총선을 앞두고 최근 파장이 일고 있는 누리과정 예산의 여파가 보수대 진보의 논쟁으로 확산되면서 자칫 무상급식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우려가 현실로 다가올 경우 대한민국은 또 한번의 복지논쟁 홍역을 치르면서 큰 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무상급식 문제는 그동안 여러번에 걸쳐 국민들로부터 검증 절차를 거친 정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정치인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자신의 정치적 부상을 위해 무상급식 문제를 다시 꺼내들고 나왔고, 그때마다 학부모들은 가슴을 쓸어 내리곤 했다. 현재 경남도에서는 무상급식 논쟁이 진행중이다.
 
무상급식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홍준표 경남도지사 소환운동을 벌이고 있고 반대하는 측에서는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소환운동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최근 파행사태를 벌이고 있는 누리과정에 대한 논쟁이 무상급식과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무상급식을 놓고 보편적복지냐 선택적복지냐 논쟁을 벌였던 정치권이 누리과정 예산을 두고 비슷한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입장 차이는 누리과정 예산을 누가 세울 것이냐를 두고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선택적복지를 주장하는 새누리당은 시도교육청에서 보육원에 대한 예산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보편적복지를 주장하는 야당들은 중앙정부가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떤 정책이든 논쟁은 있을 수 있다. 오히려 치열한 논쟁을 거쳐 다듬어져야만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이번누리과정 논쟁은 시작이 잘 못됐다.

정상적인 정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가 아닌 선거 과정에서 약속한 공약을 지키지 않으면서 발생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3~5세 유아들에 대한 교육을 정부가 책임지겠다고 공약하면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에 시도교육감협의회는 2013년 1월 31일 회의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0세에서 5세까지의 영유아 전면 무상보육에 따른 지방재정부담이 급증함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국비비율 현행50%에서 70%로 상향을 위한 ‘영유아보육법’의 조속한 처리와, 장기적으로는 영유아보육사업은 전국민에게 보편적․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국가사무이므로 전액 국비사업으로 전환해 줄 것을 강력히 건의했다.

그러나 정부는 2015년 10월 지방 재정법의 의무지출 경비에 누리과정 예산을 지정하는 내용의 시행령을 제정·공포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시도교육감들과 일체의 협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이에 시도교육감협의회가 반발하며 2016년도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와중에 4·13 총선까지 겹치면서 누리과정 예산 문제가 곧바로 정치쟁점화 되고 있다. 우리는 이 점을 우려하고 있다.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박근혜 대통령은 사과와 함께 결자해지의 입장을 천명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