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호 PDF 파일 지면 6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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逢草 이권수

울릉도의 산골자기나 계곡주위의 서늘한 환경에서 자생하는 미나리과의 여러해살이 식물로 독특한 향을 품은 전호가 있다. 이른 봄 눈 속을 뚫고 어린 잎이 올라온다. 눈 속에 피는 꽃으로는 복수초가 유명하다. 하얗게 눈 덮인 수목원 숲길에 노란 복수초가 피었다.
 
복수초는 복을 빌고 장수를 누리게 한다는 그 이름과 달리 강한 독성을 품은 독초이다. 함부로 먹으면 구토증상과 피를 토하게 되며 심하면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위험한 풀이다. 그런데 어떻게 복수초라는 이름으로 불리어질까?

전호는 복수초와 너무도 흡사하며 똑같은 시기에 솟아난다. 꽃을 보지 않고서는 어느 쪽이라 분간하기 힘들만큼 잎사귀가 닮아있다. 이른 봄자라고 잎사귀는 닮아 있으나 그 기능에 있어서는 전호는 복수초와 많이 다르다.

전호는 한방에서는 소화촉진, 자양강장, 노인 빈요, 진해거담, 해열진통 등에 처방 하여 쓰는데 전호나물을 오래 먹으면 생기가 솟고 원기가 왕성해져 잔병이 잘 생기지 않고 인체의 모든 생체리듬을 잡아주어 사람을 오래 살 수 있게 하여 진정한 복수초, 장수초라 할만하다.

그런데 독성이 있는 복수초는 장수와 건강을 상징하는 福壽草라는 이름을 얻고 전호는 건강과 장수에 좋은 나물임에도 전호(前胡) 오랑캐 앞잡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시대의 아이러니다.

사람들은 보통 섬 쑥부쟁이(부지겡이)나 섬 미역취(섬 취)만을 울릉도 나물의 상징으로 알고 있겠지만 그러나 사실은 그 나물들은 이미 대량생산과 연관된 농산물 개념으로 전락한 지가 오래다. 그렇지만 혹 전호나물까지도 그 연장선의 같은 대우를 받아서는 절대로 안 될 것이라 주장하고 싶다.
 
적어도 전호나물은 울릉도가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음식이며, 제철이 아니라면 결코 맛볼 수 없는 신비한 산나물이며, 그 맛과 향 또한 어느 나물에서도 느낄 수 없는 전호만의 풋풋함이기에 그것이 진실인한, 울릉도를 대표하는 최고의 나물로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일까? 지금까지 보여준 울릉도 음식들이 결코 뚜렷한 울릉도의 색깔을 내지 못하고 있음을 느끼는바 그러함에 그 의미로 접근하는 몇 가지의 제안을 하고 싶다.

우선 가장 밑천 격인 지방 술(酒)을 예로 든다면 다른 곳에서 흔히 볼수 있는 그 더덕 술, 천궁 술이나 만들지 말고 이제는 이 전호 술 한번 만들어 볼 일이며 또 그것의 안주 감을 세상 어느 곳에서나 보는 그 파전이나 굽지 마시고 전호부침이 한번쯤 부쳐보심이 어떨까를 제안해 보고 싶다. 이것은 곧 울릉도만의 환경이기에 가능한 일이며, 울릉도이기에 이런 발상도 일어나는 일일 것이다. 더하여 이곳의 상징인 오징어와 전호의 만남도 한번 주선하고자 한다.
 
그래서 훗날 그들의 멋진 그 조화를 눈여겨 보고자 함이며 또한 그렇게 되기를 기다려보자는 제안이다. 반드시 전호나물은 이곳 울릉도만의 특급 나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울릉도의 산과 계곡엔 그 하얀 잔설(殘雪)을 뚫어낸 그 젊은 전호나물들이 속살 그득히 솟아나올 것이다. 그 이름 ‘전호나물’ 이라는 순박한 명함을 달고, 꿈 많은 섬아낙네들의 앞치마를 두둑하게 만들며 그들의 가슴마다에 가득가득히 뿌듯한 희망을 채워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