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호 PDF 파일 지면 8면 참조

===>>지면보기

신동식 상임고문

농사가 첫 직장인가?
첫 직장은 잡지사 일이었다. 사내결혼을 했다. 작은 아버님이 이천에 먼저 귀농해서 농사짓고 계셨다. 회사 스트레스도 있고 농사에 대한 로망도 있어 집사람 반대에도 불구하고 94년도에 귀농을 했다. 땅을 임대하고 비닐하우스를 짓고 친환경으로 농사를 시작했다.

96년도에는 유기농인증도 받았다. 그때는 단체로 유기작목반 인증을 받았는데 2000년도에 한 농가가 문제가 생기면서 단체인증취소가 우려되 개인 인증으로 전환했다. 왜 친환경을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농약은 안좋다는 인식이 있었다. 20여년간 유기농업을 해오다 농지를 이전하여 지금은 유기인증 전환기 상태이다.

마늘농사를 시작한 이유가 특별히 있다고 하던데?
경기도청 농정 직원은 물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타산이 맞지않아 경기도에서는 친환경 마늘재배가 어렵다고 했고 이는 학교급식에 들어가는 마늘이 관외에서 사올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농부로서 자존감이 생겼다. 그래서 친환경 마늘·양파 협동조합을 만들어 경기도에서 친환경 마늘양파를 제일 먼저 심었다.

지금은 경기도 여러지역에서 친환경양파생산이 어느정도 정착되었지만 양파도 힘들다고 했었다. 마늘도 3~4년 지어보니까 불가능하지 않다라는 걸 느낀다. 물론 시행착오가 많았다. 경기도는 10월에서 9월로 마늘 심는 시기를 당겨야 한다는 것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알게 됐다. 봄에 마늘이 올라오기 시작하면 병해충과 싸움이 시작된다.

유기농법이기 때문에 수분조절이라든지 미생물을 활용해서 병해충을 사전에 차단하는 기술도 터득했다. 첫해에는 평당 1kg도 수확하지 못했다. 2년차에는 2kg, 3년차에는 3kg 조금 넘었고 올해는 훨씬 더 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행은 8kg까지 보지만 5kg만 나와도 성공한 거다.

작년부터 여주에서도 마늘을 시작했는데 그래도 학교급식공급량이 부족하다. 농사만 잘 되면 학교급식으로 전량 다 나갈 것이다.

유기농은 친환경 무농약보다 농사짓기가 훨씬 어려운데 가격보장이 되나?
어차피 우리가 친환경농업을 하는 이유가 유기농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다. 처음부터 유기농이 불가능하니까 땅을 만드는 과정을 친환경 무농약 기간으로 보고 그 다음에는 유기인증을 받아서 하도록 법절차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마늘 첫 해 출하했을 때 kg당 친환경 무농약보다 천원을 더 받았다. 사실 그게 합당하다고 본다. 아니 더 크게 차등을 두고 지원해서라도 유기농으로 갈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지역순환차원으로 농업이 되려면 화학비료 사용하지 말고 유기농퇴비로 바꿔가야 한다.

경기친농연과 학교급식의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쭉 리더로 활동했다. 하고 싶은말이 있다면?
2008년 팔당클린 사업을 시작하면서 김완배 교수가 친환경농업에 대한 밑그림을 정말 잘 그려 놨었다. 학교급식은 빙산에 일각이었고 친환경농업으로 생산자들과 행정과 소비처가 뭉치면 교섭력이 커지고 시장이 더 많이 열릴 것이라고 확신했다.

근데 어느 순간 학교급식이란 타이틀에 갇혀있는 것 같다. 대외활동을 하다보면 항시 생산자보다 유통이 강하다는 걸 많이 느꼈다. 우리 농민들이 공부를 더 많이 하고 단합해야 친환경농업이 확대될 것이다. 다시 2008년으로 돌아간다면 오차없이 계획대로 시행하고 싶다.

친환경농업도 위기 아닌가?
학교급식사업이 잘 되고 있어 별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 농업자체가 위기다. 시간이 좀더 흐르면 그나마 친환경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반농가는 설자리가 없다. 이러한 상황을 대비해서 농민들을 친환경으로 전환시키고 공동으로 판로를 확보해 나가야 한다. 경기친농연에서 이런 역할을 해주면서 서로 상호발전 해야 된다.
 
면적 상한선은 무엇이며 소농참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대농 150농가만 확보하면 학교급식은 굴러간다.그러나 이땅의 농업을 지키는 대부분의 농부들은 소농이다. 소농을 배제하면 이땅의 농업은 희망이 없다. 농업이 기업화되면 농업의 진정한 가치가 사라진다. 그저 고수익에 의존한 품목만 생산할게 뻔하고 그리되면 수많은 우리 농산물들이 사라지게 된다. 또 대농들이 욕심을 부리고 소농들이 소외감을 느끼면 우리 조직의 존재의미가 있겠는가?

소농을 확대하는 방법으로 매출액 상한선을 두자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면적 상한선을 생각하고 있다. 돈을 기준으로 삼는 것보다 같은 면적에서 노력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이 친환경이기 때문에 그것이 친환경 철학하고도 맞다고 생각한다.

지역로컬급식에 대한 생각은?
지금 이천에서 농사지어서 파주 고양학교까지 가는데 물류비와 신선도까지 효율적이지 못하다. 이천에서 남는 잉여 물량은 비교적 가까운 지역, 용인이나 광주로 보내고 파주나 김포에서 농사지은 것은 고양으로 보내고 하면 좋을 것 같다.
 
광역급식지원센터가 있어서 전체적인 물량을 사전에 조율하고 계약재배하면 된다고 본다. 무엇보다 공공급식의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과 지역과의 소통체계도 필요한 것 같다.

2016년 활동방향은?
경기친농연과 이천친농연 상임고문이다. 전면에 나서진 않지만 이사회 및 주요행사는 늘 참석하고 있고 조직활동에 그 누구보다 애착을 갖고 있다. 얼마전 수도작출하회가 결성돼서 30명의 회원이 들어왔다. 완전한 가족을 만들어 가는 것이 이천친농연의 과제이다.

내부 논의만 되어오고 있는 지역급식의 실마리도 찾아야 한다. 지역 시민단체에서 아직 우리를 불러주질 않는데 활동이나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경기도에 친환경농업과 그에 따르는 시선들을 우리쪽으로 돌려놓지 못한게 아쉽다. 우리나라 친환경은 조금 부족한 면이 있지만 우리가 먼저 말로만 하는 게 아닌 뼈 속까지 친환경에 대한 의식이 차고 넘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땅도 그렇고 물도 그렇고 자연들 모두...잠시 빌린 것 아닌가! 후손들에게 죄짓고 있는 기분이다. 식량은 무기다. 최후의 보루인 식량주권을 우리힘으로 반드시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