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호 PDF 파일 지면 7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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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섭 경기친농연 수도작분과위원장

여주시 강천면 굴암리에 있는 하우스에는 지난 겨울 부터 자란 양파가 깨끗한 모습으로 수확을 앞두고 있다. 토마토박사가 토마토를 그만두고 양파를 심었는데 그 실력이 고스란히 양파로 옮겨온 듯 하다. 반경 2km 내에 집과 밭, 논이 있어 직장 다니는 아내를 기대지 않고 농삿일을 혼자 감당하기에는 아주 좋은 조건이란다. 여주학교급식에 친환경쌀 공급을 현실화시킨 성과를 경기도로 확산시키고자 경기친농연 출범과 함께 초대 수도작분과위원장을 맡았다.

그러나 한달에 일주일 이상 영농시간을 뺏기면서까지 친환경쌀과 관련 각종 회의와 시군 지원활동을 해왔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해 고심이 깊어만 갔다. 그런데 지난해 경기도와 찹쌀1000톤을 학교급식에 공급하는 것으로 논의가 급속히 현실화되자 4년 동안의 체증이‘ 잡곡쌀출하회’를 출범시키면서 쑥 내려갔다.

또다시 2016년 3대 경기친농연 수도작분과위원회에 임명된 김동섭 위원장은 임기 내 친환경쌀 공급계획을 현실화시키는 것이 목표다. 인터뷰는 지난 3월 30일 막내와 둘째 남동생네 집을 나란히 두고 살고 있는 강천리 집에서 진행했다. 거실 창밖으로 따사로운 햇빛과 사진 속 30주년부부와 결혼시킨 아들내외의 표정이 평화롭다. <한기자 기자, 김영찬 기자>

농사를 시작한 계기는?
서울에서 학교를 다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수원에서 꽤 유명한 회사에 취직을 하고 26살에 결혼을 했다. 1992년 당시 사회적 분위기는 노동운동이 활발했다. 노동자들의 처우개선과 일한만큼 임금을 받겠다는 권리의식이 높았다.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노동조합이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노조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고 주도적으로 준비를 했다. 그런데 어느 날 8살 난 아들에게 빠이빠이 하고 출근하려는데 갑자기 경찰들이 들이닥쳤다. 말로만 듣던 가택연금을 시키더니 회사에서 곧바로 해고통지가 날아왔다.

수원에서 어떻게든 버텨 볼 생각으로 우선 아내랑 아들을 여주에 계신어머님께 보내고 일당쟁이 용접을 하러 다녔다. 1년 정도 애를 썼지만 블랙리스트로 이름이 올라가 있어 취직이 되지 않았다. 50만원을 빚지고 여주로 내려왔다. 가족하고 떨어져서 계속 살아야 되나 싶어 생각을 바꿨다. 지금은 막내와 둘째 남동생도 나란히 집을 지어 옆에서 살고 있다.

농사는 얼마나 짓고 있나?
어머니가 힘에 부쳐 임대 줬던 논을 찾아 논농사를 처음으로 시작했다. 33살이었다. 경운기로 논을 갈고 쓰리고 했다. 이앙기를 사서 모를 내고 동네에 한 대 밖에 없었던 2조식 콤바인을 빌려 벼를 벴다. 1년후 동네 최초로 트랙터를 샀다. 그 트랙터로 동네 논을 다 갈아 줬다.

이천에 사는 처갓집으로도 달려가 일을 했던 기억이 난다. 올해는 하우스 600평, 노지 600평에 친환경으로 양파, 생강, 감자를 생산해서 학교급식에 좀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생각이다. 지난 해까지는 하우스에 친환경 토마토를 심어 만평에서 재배한 유기농 쌀과 함께 한살림으로 출하했었다.

친환경농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1999년 강천면에 농업폐기물 처리장 설치문제로 대책위원회를 꾸렸는데 같은 동네에 살았던 최재관씨를 그때 처음 만나면서 농민회를 알게 됐다. 그동안 농사 지으면서 농협에 불만이 많았다. 물벼를 수매하고 전표를 주는 대로 받아 가져와서 보면 아무리 계산해도 키로수가 맞지 않았다. 농민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어 사람이 살면서 농민회 활동만큼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2003년 우연히 한경호목사님을 만나게 됐고 강원도 원주에 삼도생협을 준비한다는 말을 듣고 회원으로 참가했다. 첫해 천평의 논을 친환경으로 시작하면서 논농사를 모두 유기농으로 바꿔갔다. 삼도생협 2대 이사장을 지냈다.

여주학교급식에 친환경쌀 공급을 주도했다고 하는데?
2009년 여주에서는 학교급식센터를 운영하고 있었다. 어느날 최재관씨가 여주학교급식에 친환경쌀도 공급하자면서 도와달라고 요청이 왔다. 당시 삼도생협 일을 하느라 여주에서의 활동이 소홀했었는데 여주분이 왜 강원도에 가서 있느냐면서 인증받는 것을 도와달라고 했다. 좋다 해보자고 했다. 둘이 원주 친환경급식센터에 벤치마킹하고 돌아와서 바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그때가 7~8월이어서 친환경 인증받기가 늦었다. 당해년엔 인증받은 벼가 없어 실제 공급은 다음해로 미루고 우선 농민회원 중심으로 친환경농가들을 소집해서 교육을 시작했다.
 
군청과는 구두로 한 언질만 있고 예산편성도 없었지만 무작정 생산자 교육부터 들어갔다. 영농일지 쓰는 방법부터 교육을 해들어갔다. 여주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쌀 공급량 117톤을 준비했다. 그러고 나서 10월달부터 최재관 씨랑 군청에 들어가 협상을 벌였다. 당시까지만 해도 나라미 쌀값이 계속 올랐고 쌀 팔기가 수월해서 학교급식에 들어가고 있던 일반 여주쌀 대신 친환경쌀로의 전환이 적은 예산을 가지고도 수월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 그 이듬해 고등학교까지 해보자 해서 확대를 했고 초·중·고·유치원·보육원 등 현재 여주에서 걸어다니는 아이들 모두가 친환경쌀을 먹고 있다. 일찌감치 자리잡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일반미 생산자와 싸움이 붙어서 힘들다.

경기친농연 초대 수도작분과위원장을 맡게 된 계기는?
여주에서 2년에 걸쳐 보육원까지 싹 다 친환경쌀을 먹게 하는 성과가 있자 경기친농연 한석우 처장이 찾아와서 경기친농연 수도작분과를 맡아 달라고 했다. 처음엔 대답을 안했다가 이름만 걸고 있으라 해서 시작한 것이 올해 3대 위원장까지 맡게 됐다. 경기친농연 출범식 할 때 수도작 분과위원장으로 같이 취임해서 4
년을 했는데 2년을 더 해야 된다.

올해 잡곡쌀 출하회 출범이란 큰 성과를 이뤘다?
처음 장인학 정책위원장이 경기도가 잡곡쌀 공급계획을 갖고 있다면서 경기친농연의 운영위원회에 안건을 올렸고 토론결과 경기친농연이 수행하기로 결의가 됐다. 수도작분과위원회가 그 사업을 맡아 지난 해 7월부터 시군지역에 대표자 파견을 요구했다. 8개지역대표자들이 올라왔고 2주에 한번 회의를 했다. 지난 해만 8차 회의를 진행했다.
 
대표자회의를 하면서 시군지역 회원들을 교육하고 출하회를 결성했다. 12월 중순 찹쌀 1000톤을 각 지역으로 물량배분을 했다. 올 2월 경기농림진흥재단 공모를 거쳐 공식적으로 계약도 마쳤다. 이제 수매업체를 선정하는 과정만 남았다. 찹쌀 1000톤 수매에 필요한 예산이 30억 정도이다.

채소과일중심 출하회에 이어 잡곡출하회 탄생이 갖는 의미는?
경기친농연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채소과일출하회가 생활이나 활동이 안정된 데 비해 쌀 생산자들의 활동이 침체됐었는데 이번 찹쌀출하를 계기로 힘이 뭉쳐지고 있다. 경기친농연에 두 개의 기둥이 세워져서 균형잡기가 훨씬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친농연 쌀 생산자들의 참가가 늘면 각 시군에서의 친농연 활동도 활성화될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기존 친환경쌀 생산자를 찹쌀 생산으로 전환시켰기 때문에 친환경쌀 생산이 1000톤이 줄어들었다. 이렇게 되면 친환경쌀 공급량이 부족할 것이다. 여주의 경우 찹쌀 150톤이 나가야 되는데 그러면 친환경쌀은 30톤 정도가 부족하게 된다.

이제까지는 시군지역이 알아서 판로를 찾아 왔기 때문에 어떤 지역은 남고 어떤 지역은 부족했다. 경기친농연 이름으로 공동브랜드를 만들어 쌀값을 통일시키고 경기학교에 공동 공급할 계획이다. 우선 각 지자체와 학교의 반응을 보고 신규회원을 늘리려고 한다. 지자체와 학교가 친환경쌀을 원한다고 판단되면 기존 회원들과 신규회원을 확보해서 수요량을 맞출 계획이다.

올 상반기 중 시군과 쌀 공급업체를 돌면서 계획의 타당성을 점검할 것이다. 수도작분과위원장으로 임기 내에 경기친농연 브랜드로 각 지역 모든 학교급식에 친환경쌀을 공급하는 것이 목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