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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시청 3층에 위치한 부천시친환경급식지원센터는 2012년 3월에 설립되었다. 부천 역시 2010년 지자체 선거 직후부터 무상급식을 시행했다. 2010년에 지금의 김만수 시장이 당선되면서, 무상급식 공약에 따라 센터가 만들어진 것이다.

“조례를 제정하는 과정에서 전국의 지자체를 방문하고, 자료를 조사하며 도시형부천에 맞는 센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다양한 시민사회단체와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도 거쳤고요.” 부천센터는 현재 시 직영이지만, 다른 지자체에서는 센터 운영을 위탁하는 경우도 많다. 안양·군포·의왕은 3개 시가 재단 형태로 센터를 만들어서 급식 업무를 위탁한 경우고, 성남이나 고양은 농협에 위탁 운영을 맡겼다. 시흥은 시민단체인 시흥시 친환경무상급식운동본부에서 급식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여주는 농민회에 위탁을 했는데, 농민회가 영농조합법인을 만들어서 물류 중심으로 센터를 운영한다. “부천은 물류는 안하고 있어요. 부천에는 농촌이 별로 없고 대부분 도시지역이기 때문에, 식재료 조달보다는 교육과 지원쪽으로 방향을 잡은 거죠. 식재료 공급은 경기도친환경유통센터에서 받고 있는데, 거의 대부분 경기도 지역 로컬푸드에요.” 비상근직인 센터장은 최순영 전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이 맡고 있다. 부천은 민간에서 위촉된 운영위원 중에서 선출된 위원장이 센터장을 겸임하도록 되어있는데, 최 센터장은 아이들의 급식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센터 초기부터 열심히 뛰어온 인물이다.

인터뷰 / 김성용 ㆍ부천시친환경급식지원센터 사무국장

“우리가 다른 센터들에 비해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운영위원회가 매월 열린다는 것입니다. 민관 거버넌스 형태로, 시청의 담당 주무팀장과 교육청 급식 담당팀장, 부천시내 교장 선생님 두 분, 선생님 대표, 영양선생님 대표, 학부모 대표,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 13명이 매월 모여서 사업을 논의하는 의결기구죠. 교육청의 의견과 선생님들의 의견, 학부모의견까지 조율하면서 급식 운영이 관료적으로 흐르지 않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어요.”

물류보다 교육과 지원…도시형 친환경급식지원센터
이렇게 매달 빠짐없이 운영위가 열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지자체들도 처음에는 매월 운영위를 열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분기에 한번, 결국은 1년에 한두 번 여는 데 그치는 곳이 많다. 부천의 친환경학교급식 운영이 주목받는 데에는 이 같은 성실한 노력과 집행 의지가 뒷받침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센터의 가장 주요한 업무는 물론 친환경 식재료를 공급하고 안전성 검사를 하는 일이지만,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먹을거리 교육도 그 못지 않은 중요 사업이다. 시민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강사 양성과정을 밟고, 거기서 배출되는 강사들이 학교를 찾아가서 교육을 하고 있다.

“2016년 주력 사업 역시 교육이에요. 작년에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140여회 이상의 교육을 실시했고, 올해는 학부모에 대한 교육의 횟수를 늘려서 정착시킬 생각입니다. ‘왜 바른 먹거리를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이론 교육에 식품첨가물 등 실험, 실습이 함께 이루어지죠. 현장에서 교육 만족도는 아주 높아요. 예산의 한계 때문에 더 많이 못나가는 것이 아쉬울 뿐이죠.”

부천은 2013년부터 학교급식에 친환경 김치를 사용했다. 다른 지자체는 아직도 일반 김치를 쓰는 곳이 많은데, 이는 거의 전국 최초의 사례다. 그동안은 주재료인 배추와 무만 무농약을 썼지만, 올해부터는 유기농김치 차액 지원을 통해 완전히 유기농 김치를 쓰도록 하고 있다. 유기농김치 인증을 받으려면 전체 재료의 95% 이상, 그러니까 소금과 양념을 제외한 모든 재료를 유기농으로 해야 한다.

“무농약 배추는 일반 배추에 비해 여름에 물러지는 현상이 생겨요. 그래서 일부 학교는 일반 김치로 다시 돌아간 경우도 있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영양 선생님들이 센터 정책을 잘 따라주시고 있어요. 친환경 김치를 쓰면 아무래도 예산 부담이 크지만 센터를 믿어주시는 거죠.”

가격도 비싸지만 유기농 김치 인증 받은 업체가 전국을 통틀어 7,8군데에 불과할 정도로 적어서 처음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그런데 부천에서 학교급식에 유기농 김치를 쓰자, 종가집이나 동원 F&B 등 대기업들이 유기 가공 인증을 받아 유기농 김치생산에 나서기 시작했다.

부천시 친환경학교급식정책이 영향을 끼친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원래 무농약 쌀 생산이 거의 없던 부천 지역 농가들이 하나하나 친환경농업으로 전환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부천지역 쌀을 쓰고 싶어도 관행농업으로 재배된 것밖에 없어서 어쩔 수없이 다른 지역에서 공급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부천 지역에서 생산된 친환경 쌀이 전체 학교급식의 3분의 1 이상에 들어가고 있다.

기업은 유기농 김치 생산, 부천 농가는 친환경 쌀 생산… ‘ 센터가 하면 따라 온다’
“제가 이곳 부천 센터에 온 지 3년 째 되는데, 그동안 학교 현장의 영양선생님, 조리원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신뢰 관계를 쌓은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해요. 영양 선생님들은 행정 업무 등 일의 부담이 많고 힘든입장인데, 기존 공무원 사회의 관행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어요. 우리는 최대한 선생님들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고 이야기하면서 신뢰를 쌓았죠.”

예를 들어 김치나 수산물 공동구매를 할 때도, 유명 업체나 공무원과의 관계 위주로 업체를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평가를 거친 우수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주고 충분한 대화를 했다. 매사를 처리할 때 선생님들의 의견을 최대한 듣고 충분히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제가 학교 현장 방문을 할 때, 제일 처음 간 곳에 30년 가까이 영양사로 근무한 베테랑 영양선생님이 계셨어요. 그분이 해주신 얘기가 정말 큰 도움이 됐지요. 영양선생님들은 조리원을 모두 통솔해야 하고, 수많은 식품을 검수하면서 납품업자들과 다툼도 생기는 등 근무 환경이 힘들고 예민할 수밖에 없어요. 아침부터 종일 급식을 치르고 나면 오후에는 행정업무를 처리해야 하죠. 종일 급식실에 있으면서 사회적 교류를 할 기회도 없고요. 그분들의 입장을 이해해 달라고 하시더군요.”

말은 쉽지만 실제 현장에서 각자 다른 입장을 갖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의견을 조율하고 일해나가는 것은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처음에는 많은 고생을 했지만, 결국은 꾸준한 노력이 빛을 발했다. 지금은 센터에서 교육을 하면 120명이 안 되는 부천시 전체 영양선생님 중 100여명이 참석을 한다. 석식까지 해야 하는 고등학교를 제외하면 거의 다 참여하는 수준이다.

이전에 시민단체에서 근무하다가 지금은 시간선택제 공무원 신분으로 일하고 있는 김 사무국장은 경기도 친환경학교급식 운영위원으로도 활동중이다. 앞으로도 관련된 곳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는 그는 “지금까지 부천에서 친환경학교급식을 만들어온 일에 많은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 좌로부터 김성용 사무국장, 김성은 주무관, 박준정 주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