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호 PDF 파일 지면 8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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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배 양평군친환경농업인연합회 회장

농사는 어떻게 짓기 시작했나?
부모님이 농사를 지으셨다. 어디 나가서 직장생활을 안 해 봤다. 남의 돈을 받아보질 못했다. 80년도에 군대 제대하고 그 후로 계속 농사졌다. 안 해 본 농사 없이 농사란 농사는 다 지어봤다. 고추니 감자니 콩, 들깨, 먹는 건 다 심어먹고 있다. 2천평 정도가 내 꺼고 거의 다 임대다. 한 6천평 정도 되는 데 임대료는 안준다. 거의 서울사람들 땅이라 땅을 놀리면 벌금을 무니까 그냥 지어먹는 거다.

옥수수가 주 소득작목으로 된 계기가 있나?
10년 전부터 옥수수 농사만 짓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논농사를 만평까지 했다. 양평이 서울과 가까워 논을 다 매립해서 논이 없어졌다. 다른 작목은 돈이 되질 않는다.

옥수수는 언제 심고 어떻게 수확하나?
3월 30일 날 처음 모를 부었다. 4월 19일 본밭에 옮겨 심었는데 7월 20일 날 수확한다. 보름간격으로 10번 모를 붓고 10번을 본밭에 옮겨 심는다. 총 5만개 모를 붓는다. 밭을 갈고 멀칭을 한다. 썩는 비닐을 쓰는데 값이 두배도 넘는다.

그래도 수확 후 옥수수뿌리로 꽉 붙은 비닐수거가 어렵기 때문에 썩는 비닐을 쓰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멀칭하고 옥수수를 심고 나면 고랑풀매는 과정이 힘들다. 풀을 3번 맨 다음 가지치기를 해야 한다. 옥수수는 한 개에서 가지가 4개 정도 나오는데 이걸 따줘야 한다. 한 나무에 하나씩만 남기고 다 따줘야 한다. 모를 5만개 냈으면 옥수수도 5만개 나오게 된다.

일꾼은?
사람을 사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한번에 5천개 정도를 심는데 심을 때도 우리 부부 둘이 다 심는다.

판로는?
학교급식으로는 안 나간다. 대형 공판장에 내면 한 개에 300원밖에 못 받는다. 여기서 쪄서 파는 건 천원, 그냥 생 옥수수로 파는 건 700원 정도 받는다. 여기 밭은 서울 춘천고속도로 라인이라 통행량이 엄청 많다.
하루에 많이 팔릴 때는 1300~1600개, 안 팔리는 날은 500개 정도다. 새벽 5시부터 8시까지 옥수수를 따서 여기로 가져다 주면 집사람이 쪄서 판다. 양평은 자기가 수확한 거 팔면 끝이다. 그런데 다른 지역 가면 계속 파는 사람들이 있다. 거의 대부분이 중국산이다. 그래서 대부분 맛이 없어 찌지 않고 삶는다.

당분이나 설탕물에 푹 담근 옥수수가 그 물을 빨아먹게 삶는 것이다. 우리 옥수수는 대학 찰옥수수 품종인데 물에 소금만 쪼금 넣고 올라온 수증기로 옥수수를 찐다. 오히려 물에다 놓고 삶으면 당분이 물로 빠져 나가서 맛이 없다. 올해는 작년보다 만개 정도 더 심어서 10월말에서 11월 초순에 수확이 끝날 것 같다. 서리 오면 거의 끝난다. 하우스 옥수수는 맛이 없다. 노지에서 나오는 옥수수가 맛있다.

농사철학이라면?
옥수수는 따는 시기가 가장 중요하다. 시기 놓치면 맛이 없어진다. 옥수수가 80% 여물었을 때, 그리고 아침이슬이 있을 때 수확을 해야 한다. 해가 있을 때 따면 맛이 좀 덜하다. 한 파트에 5천개 정도를 심는데 일주일 안에 다 따야 한다. 일주일 넘어가면 맛이 없어진다. 심을때는 보름간격이지만 딸 때는 일주일 간격으로 줄어든다.

그래서 심을 때 조금 머리를 조금써야 한다. 이렇게 맞춘다고 맞춰도 하루 이틀씩 비는 날이 있다. 옥수수 수확이 끝나고 모두 팔 때까지 거의 쉬는 날이 없다. 대신 겨울에는 쉰다. 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생산한 것 만 딱 팔고 끝내는 것이다. 욕심 안부리고 그냥 재밌게 소소하게 사는거다.

양평은 전체가 친환경구역이라고 하던데 관행농도 제초제를 못치나?
못 친다기 보다 안친다. 남의 눈에 나서 안 된다. 손가락질 받는다. 인증을 안 받은 농가들이 엄청나게 많다. 그래도 제초제는 안 친다. 군에서 풀 깍으라고 예초기 지원도 해주고...논두렁이고 밭두렁이고 제초제를 칠 이유가 하나도 없다. 하늘에서 보면 양평땅은 새파랗다.

양평 친환경농업인연합회는 언제 만들어졌나?
18년 됐다. 처음에는 선도농가로 이름을 지었다가 지금은 친환경농업인연합회다. 선도농일때는 친환경으로 인증 안받아도 회원을 받았었다. 2600명 정도였는데 나이도 있고 인증받기도 까다롭고 해서 인증받은 1600명이 다시 모여 만든 것이 친농연 조직이다. 군수가 이걸 주장해서 사단법인까지 만들었다. 처음에는 밭이 얼마 없고 논이 대부분이었는데 우렁이, 오리 등을 군에서 많이 지원해 주었다.

친환경농업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군에서 지원을 많이 해줬다. 지금은 땅이 건강하니까 농산물이 병이 잘안 걸린다. 그래서 농약을 안줘도 잘 된다. 양평은 땅 힘이 좋다.

양평 친환경농업인연합회 회원은?
1600명이다. 이분들 판로는 프리마켓과 양평지방공사 그리고 경기친농연에 나간다. 경기친농연에는 용문출하회, 양서두물머리 출하회, 양평공사 출하회, 양평농협물맑은 쌈채 출하회, 양평친농연 친환경잡곡쌀 출하회 등 5개 출하회가 참가하고 있다.

1600명이나 되는 회원을 어떻게 관리하나?
각 읍면 회장이 12명이고 한우작목반장, 과수 작목반장, 채소 작목반장, 양평군 회장, 총무, 사무장 등해서 18명이 이사회로 구성돼 있다.이사회는 한달에 한번 또는 두달에 한번 한다. 작년에는 친환경잡곡쌀 출하회 만드는 문제로 회의를 자주했었다.

양평 친환경잡곡쌀출하회가 농가들에게 도움이 되나?
당연히 도움이 되니까 하죠. 그러나 양평 배정이 너무 작다. 1000톤 중에 230톤을 배정받아 많이 받은거라고들 생각하는데 회원수로 따지면 엄청 작다. 참여농가가 100농가가 넘는다. 한 농가에 40kg 몇 포대밖에 돌아가지 않는다. 천톤을 다줘도 양평이 다 할 수 있다. 양평지방공사에서는 만포가 됐든 몇십만포가 됐든다 팔아주고 있다.

찹쌀가격도 정해져 있다. 경기친농연찹쌀 가격이 양평공사에서 제시하는 가격보다 높아야 농가들이 그쪽으로 출하할 것이다. 지금은 가격이 문제다.

양평 친농연 회장으로 언제 취임했나?
2015년 부회장으로 있었는데 회장이 유고되면서 회장직을 대행했다. 올해 다시 총회를 거쳐 회장이 됐다. 임기는 3년이다.

친환경농산물 자조금이 필요한가?
판로가 문제다. 나같은 경우는 길에서 조건이 맞으니까 하는 거지 저기 안쪽에 있는 사람들은 생산을 해도 판로가 없다. 옛날에 어느 교수강의를 들었다.

서울대 학생들의 정자수를 비교한 것이었는데 친환경농산물을 먹은 학생의 정자수가 먹지 않은 학생보다 2배나 높게 나왔다고 한다. 소비자들이 친환경농산물을 알아줘야 하는데 홍보가 시급하다. 이런 게 자조금이 하는 일이니까 하루빨리 자조금이 시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