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호 PDF 파일 지면 8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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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선 화성시친환경학교급식출하회 회장

경기도 화성시 팔탄면 화당리 37-2. 경기급식 공급품목인 근대가 잿빛곰팡이 때문에 파농직전이라 우울하다며 할 말이 없다는 손사래에도 불구하고 찾아 간 곳. 그날따라 비는 부슬부슬 내렸다. 곰팡이가 좋아 할 날씨에 박 회장은 근대와의 씨름에 지친 모습이다.
 
안산도매시장에서 중도매인으로 살다가 “농사 열심히만지면 먹고 살 수 있다.”라는 말만 듣고 아무런 준비 없이 시작한 농사 11년. 친환경농사는 더욱 더 갈 길이 멀지만 기술적으로 좀 더 채우면 희망은 있다. 판로와 가격이 안정된 경기도 학교급식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화성시도 자체 학교급식시스템을 통해 농가 소득에 도움을 주고 있어 감사하고 있다.

화성시친환경학교급식출하회는 2015년부터 경기급식에 참여하는 신규 출하회다.“ 회의가 많아도 너무 많다”며 투덜거리면서도 경기급식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지난 5월 10일 회장을 맡고 있는 박보선(56세)씨를 만나 양파가 자라고 있는 하우스 한 켠을 카페삼아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기자 기자, 김영찬 기자>

농사는 언제부터 지었나?
11년 되었다. 그전에는 안산농산물시장에서 중도매인으로 일을 했다. 직원 3~4명하고 집사람과 함께 중도매인 일을 12년 정도 했다. 벌이도 괜찮았다. 그러다가 사기를 당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형님 아우하는 동생한테도 돈을 뜯기면서 장사가 너무 싫어졌다. 그 일로 마음을 잡지 못하고 밖으로 나돌아다니니 집사람이 대신 직원들을 통솔하면서 일을 했다.

농사 시작하고 경매사하고 싸우기도 했다.
중도매인 할 때 물건 내는 농사꾼이 농사지으면 괜챦다는 말에 솔깃했었다. 무작정 아무근거도 없이 평택에 하우스 20동을 샀다. 심하게 반대하는 집사람을 억지로 끌고 오다시피해 열무, 얼갈이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열무랑 얼갈이가 쉽다고 해서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농약도 치고 해봤는데 양이 많이 안 나왔다. 벌레가 왜 그렇게 많이 끼는지...그런데다 가격도 형편없는 수준으로 나왔다. 아는 경매사였는데 욕지꺼리를 해댔다. 그러니까 그 경매사가 예전 생각해보라고 그때는 이렇게 해줬냐고 핀잔을 했다. 정신이 번쩍 났다.

농사초기에 너무 어려움이 많았다.
농사짓기 시작한 지 3개월 되니까 농사가 만만치 않은 걸 느꼈다. 이것 저것 해서 2억 8천만원 정도 투자했는데 열무값이 안 나오니 1년도 안돼서 돈 때문에 허덕이기 시작했다. 그때 당시 애들이 중학교 다닐 때인데 학원비를 못내 주니 애들이 “아빠는 왜 농사짓는다고 해서 우리가정 힘들게 하냐”면서 울었다. 그때 진짜 죽을 맛이었다.

평택에서 화성으로 옮긴 이유가 있나?
3년 반 정도 평택에서 있었는데 거의 판로는 도매시장으로 넘기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식당과 연계해 직거래를 해볼 생각으로 화성으로 옮겨왔다. 그 전 안산 중도매인 사업할 때 아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 와서 좀 나아졌다.

관행농업에서 친환경농업으로 바꾸신 계기는?
평택에선 관행으로 했다. 화성에서도 관행을 하다가 친환경으로 전환한 게 4년 됐다. 화성은 햇살드리 축제가 유명한데 거기에 직거래를 하면서 화성시에서 학교급식 제안을 받았다. 처음엔 학교급식에 관행농산물이 들어갔다. 해보니 안정된 판로가 좋았고 가격도 괜찮았다. 시장으로 나가면 4~5천원인데 학교급식가는 8천~만원이 나왔다. 웬만한 사람들은 납품양이 적다며 꺼려했지만 우리는 안정감을 느꼈다. 그러면서 화성학교급식지원센터에서 친환경으로 조금씩 바꿉시다 해서 바꾸게 되었다.

학교급식만 하나?
아니다. 6500평 중 1500평 정도가 관행농이다. 관행농산물은 도매시장과 로컬푸드매장으로 나간다. 작년에 인증 받아서 처음으로 노지에 친환경양파와 감자를 심었다. 올해 첫 수확을 본다.

경기급식에 참여하는 화성친환경급식출하회는 언제 결성됐나?
화성에서 친환경농업을 하고 있는 농민 12명이 모여 ‘시우터협동조합’ 활동을 하고 있었다. ‘시우터’는 대장간에서 쇠를 담금질한다는 것으로 굳게 다져진 공동체란 뜻의 순 우리말이다. 화성출하회 사무장인 이영석씨가 주도적으로 경기급식 참여를 얘기했다. 그래서 2015년 ‘시우터협동조합’ 산하에 화성출하회를 만들고 12명 전원이 출하회 회원이 되었다. 또 화성학교급식출하회 포도분과에 포도출하회가 들어와 있다. 포도출하회 회원은 25명 정도 된다. 그러나 아직 회의도 따로 하고 통보도 따로 한다. 회원들끼리 유대관계가 부족하다. 화성시친환경농업인연합회를 만들 때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화성시 자체 학교급식시스템은 어떻게 운영되나?
‘화성푸드 통합지원센터(전 화성시농산물유통사업단)’와 ‘화성시학교급식지원센터’가 관계한다. 경기출하회처럼 조직이 있는게 아니고 ‘화성푸드 통합지원센터’하고 개별농민이 계약을 맺고 있다.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지역조직인 화성친환경농업인연합회 준비상황은?
각 품목이나 단체로 논의는 못하고 개별적으로만 접촉하면서 준비하고 있다. 아직 다른 조직들은 연합회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 같다. 개별적으로 가입을 원하는 정도다. 올해 사람들을 차분히 만나면서 기반을 다지려고 한다.

경기급식 이행률 때문에 마음 고생 많다.
신규출하회라 물량배분이 많지도 않았다. 근대, 피망, 토마토, 방울토마토, 포도를 배정받았다. 그런데 이행을 못했다. 할 말이 없다. 그래서 경기출하회 물량배분 회의할 때 많이 받고 싶어도 또 한편으로는 이행못할까봐 걱정이 많다. 출하회 회원들이 이행률 때문에 회의도 많이 하고 결심도 한다. 원인을 기술부족이라 생각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작년에 근대를 이행 못했다. 병이 너무 자주 오니까. 지금도 잿빛곰팡이 때문에 죽을 맛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근대 친환경농사가 굉장히 어렵다. 잿빛곰팡이 때문에 농사를 포기하기 직전이다. 그런데다 요즘에는 정부에서 맨날 GAP 해라 하니 정말 마음이 착잡하다. 그래도 여지껏 친환경한다고 떠들었는데 이제 와서 포기하는 것이 자존심이 상한다.
 
평수도 줄이고 일꾼도 줄이고 해서 80~90살 되면 천평만 갖고 친환경으로 살아야겠다 하고 있었는데 GAP 때문에 친환경이 땅에 떨어지면 노후에 먹고 살길이 없어지는것 아닌가? GAP와 친환경을 분리해야 친환경이 산다. 같이 경쟁하게 하면 GAP농산물을 이길 수가 없다. 친환경은 다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