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호 PDF 파일 지면 3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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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정 시흥시 학교급식지원센터장

시흥시 학교급식지원센터는 시 직영이 아닌 민간단체 위탁으로 운영되고 있는 센터다. 위탁 운영의 주체는 비영리민간단체인 시흥시학교급식운동본부다. 이곳은 민간단체 위탁으로 운영되고 있는 다른 지자체들과도 상황이 좀 다르다. 운동본부의 법적 지위가 비영리 민간단체이기 때문이다.

위탁 운영을 하는 다른 지자체들은 보통 협동조합이나 비영리 법인, 또는 농민단체에 학교급식지원센터의 위탁을 맡긴다. 시흥시학교급식운동본부는 시흥 YMCA, 환경운동연합, 여성의전화, 자원봉사단체협의회, 전교조, 공무원노조, 시화노동정책연구소 등 시흥에 위치한 7개의 시민단체가 같이 하고 있다. <임은경 기자>

“저는 시화노동정책연구소 소장으로 일하다 2011년에 학교급식지원센터장을 맡아 왔어요. 센터는 2011년 7월에 열었지만, 시흥에서 학교급식 운동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은 2005년부터예요. 2005년 6월에 시흥시학교급식조례제정운동본부가 발족하고 주민 발의로 조례제정운동을 시작했죠.”

시민단체와 생협(생활협동조합), 농민단체, 정당까지 함께 모여 1만 8천명의 주민 서명을 받았고, 이중 1만 6천 건이 유효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그해 말 시흥시 의회에서 학교급식조례제정안이 만장일치로 부결되었다. 애써 서명을 받아온 시민단체들도 손 놓고 있지만은 않았다. 시민 홍보와 모금 활동이 벌어졌고, 그해 11월에 김수정 당시 시화노동정책연구소장과 강석환 시흥의 제21 사무국장 두 사람이 천막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단식농성 8일 만에 의회에서 답이 왔다. “주민 발의는 부결되었지만 의회에서 다시 협의를 하겠다는 내용이었어요. 의원발의 형식으로 다시 안건을 올려서 통과시켜주겠다고 했죠. 다음해 2006년 2월에 본회의 열자마자 첫 안건으로 학교급식조례가 통과되었어요.

그때 활동했던 시흥시학교급식조례제정운동본부는 2009년에 시흥시학교급식운동본부로 전환되었죠. ”2010년 보궐선거로 김윤식 현 시장이 당선된 후 학교급식지원센터를 만들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학교급식운동본부가 생각한 원칙은 학교급식지원센터 운영을 시 직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위탁을 주면 상업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시도 처음에는 여기에 동의했지만, 2010년 말에 위탁 운영을 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예산의 한계 때문에 지원센터에 공무원 인력을 따로 배치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서명 받고 단식농성 하며 만든 학교급식조례
“상황이 이렇게 된 바에야 차라리 우리가 직접 시도해보자 싶었어요. 2011년 1월에 시흥시학교급식운동본부 이름으로 비영리민간단체 등록을 하고 그해 6월에 시흥시와 학교급식지원센터 위·수탁 협약을 체결했죠.  그렇게해서 7월부터 시흥시학교급식지원센터 업무가 시작되었어요.”

시흥시학교급식운동본부는 2013년 6월에 다시 시흥시와 2차 위·수탁 협약을 체결하고 지금까지 5년째 학교급식지원센터 운영을 맡고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위탁 사업이므로 수탁 주체는 언제라도 바뀔 수 있다. 만약 앞으로 사업 운영이 다른 단체로 넘어간다 해도 지금까지 만들어온 체계가 수포로 돌아가지 않도록, 그동안 시스템을 만드는 일에 주력했다.

시흥시 학교급식지원센터에는 센터장과 사무국장을 포함한 네 명의 직원과 운영위원회가 있지만, 운영위원회를 지원하는 네 개의 소위원회를 별도로 만들었다. 생산자위원회, 학부모위원회, 교육위원회, 안전관리위원회 등 전문성을 갖춘 소위원들이 탄탄한 인프라로 받쳐주는 구조다.

운영위원회에 사정이 생기거나 운영위원이 바뀌어도 센터 운영에 지장이 가지 않도록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시흥은 도농 복합도시이긴 하지만 농사가 체계화되어 있지 않아요. 친환경 생산자가 12가구밖에 안 되거든요. 작년에 15가구까지 늘었는데, 일부에서 농약이 검출되는 바람에 다시 줄었죠. 센터 초기부터 시흥의 친환경생산자들을 늘리는 것이 목표였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친환경 농사에 뜻이 있는 생산자들을 모으고 인증을 받도록 도왔어요. 원래 농업기술센터에서 해야 할 일인데, 우리 입장이 급하니까 노력을 했죠.”

시흥의 학교급식에 되도록 시흥에서 생산된 친환경 농산물이 들어가도록 하는 것도 중점 사업이다. 시흥시 학교급식에 필요한 식재료는 기본적으로 경기도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에서 공급받고 있다. 하지만 일부 시흥 지역에서 생산된 물건은 광주에 있는 물류센터까지 보내지 않고 지역의 학교로 바로 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학교 급식에서 내 지역 농산물을 먹게 되면 아이들의 애향심과 자부심도 높아진다. 2012년 하반기부터 2014년말까지 이것을 시범사업으로 진행했는데, 2015년부터 경기도 다른 지역 생산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중단된 상태다. 지금은 생산자들을 설득하고 조율하며 다시 협의하는 과정에 있다.

“저희는 물류센터는 없지만 로컬푸드 물류 배송을 위한 창고를 계약해서 운영 중이에요. 시흥 지역 로컬푸드가학교급식에 들어가는 물량은 많지는 않아요. 많을 때는 15가지, 적을 때는 10가지 품목이죠. 하지만 이것들을 검수·검품하고 소분하는데 창고가 필요하거든요. 소분한 물품을 각 학교에 배송하는 비용도 센터에서 지출하고요.”

지역 친환경 농업 살리기가 학교급식 살리기
2014년부터는 농약 항공방제 중단 및 햇토미(시흥에서 생산되는 브랜드 쌀) 친환경 전환을 위한 서명운동도 벌였다.  이 노력이 결실을 맺어 2015년에 관련 예산이 조정되었고, 친환경 우렁이농법으로 전환된 쌀농사 지역이 77헥타르, 올해는 다시 130헥타르로 늘어났다.

내후년까지는 시흥시 초·중·고 전체에 친환경 우렁이 농법으로 재배한 쌀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항공방제는 완전히 중단시키지는 못했지만, 살포되는 농약을 모두 친환경약제로 바꾼 것도 큰 성과다.

다른 지자체 급식센터들과 마찬가지로 학생, 학부모,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식생활 교육 역시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에 더해 시흥시 학교급식지원센터는 중·고등학교학생들을 대상으로 주말 농활대를 운영하고 있다. 매달 둘째 주 토요일에 180여 명의 학생들이 친환경 농가를 방문해 네 시간 가량 일손을 돕고 봉사점수를 부여받는다.

아이들이 지역에서 나는 먹을거리와 친환경 농사에 친숙해지도록 돕는 활동이다. “시흥 내에 있는 생협 매장과 일부 마트에 친환경 로컬푸드 코너를 만드는 일도 하고 있어요. 친환경 농가를 우리가 직접 돌며 물건을 수집해서 매장들에 공급하고 있죠.
 
생산자 판로 개척을 도와주는 일이에요. 친환경 생산자교육도 하고 있고요. ”센터 운영 2년이 넘어가면서부터는 꼭 직영을 고집해야 한다는 생각이 없어졌다고 그는 말했다.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위탁으로 운영하면 독립성과 전문성이 강화되는 장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시 직영으로 운영을 해도, 공무원은 2년쯤 지나면 보통 담당자가 바뀐다.

이런운영 방식으로 중장기적인 발전 방안이 나오기는 어렵다. 직영으로 하되 철학과 의지를 가진 민간 전문가를 센터장으로 채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꿈은 두 가지에요. 시흥 로컬푸드 활성화를 통해서 도농복합도시에 맞는 물류체계를 갖추는 것. 또 하나는 친환경 농경 단지를 조성하는 것. 시흥은 지리적으로 도시 한복판에 논농사 단지가 자리 잡고 있는데, 이곳 이름이 호조벌이에요. 조선시대 호조에서 백성 구휼을 위해 간척해서 만든 땅인데 850헥타르 규모지요.”

이곳을 친환경 단지로 조성하면 인근 관광벨트와 연결해 도시의 브랜드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역사성이 있는 곳이기 때문에 잘 정비하면 남해안의 다랭이논이나 제주도의 밭처럼 세계농업유산 등재를 내다볼 수도 있다. 시흥시는 얼마 전부터 ‘생명도시 시흥’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2년에 한번 도시농업 박람회도 개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