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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을 떠나온 후에도 농사를 짓고 있었다[지면65호/농부의 친구들①]
김원일 논설위원장  |  kma4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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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6.25  00: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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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호 PDF 파일 지면 4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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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일 (논설위원장,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사무총장)

그동안 식량닷컴에서는 슬로푸드 특집 면을 만들어 농업과 먹을거리에 있어서 소비자 책임론, 소비자 역할론을 강조해왔다. 소비자들이 음식을 소극적으로 ‘소비’하는데 머무르지 말고 적극적 ‘선택’ 행위를 통해 농사와 먹을거리를 바꾸자. 건강한 땅과 물, 공기를 유지하는데 이로운 농업과 먹을거리를 선택하고, 소규모 농부의 땀과 정성이 깃든 농업과 먹을거리를 선택하고, 부가가치가 해외나 대기업의 호주머니가 아닌 지역사회에 떨어지는 농업과 먹을거리를 선택하자. 이렇게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와 함께 ‘소비자=공동생산자’의식을 확산시키는데 앞장서왔다.

이번 호부터는 우리 주변에서 공동생산을 하고 있는 이웃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농부의‘농사짓는 행위’를 가능하게 만드는 공동생산의 구체적인 사례를 알아보려는 것이다. 이 꼭지의 제목은 “농부의 친구들”이다. 농부의 친구들이 누구인지 만나보자.

농부의 친구들 첫 번째 소개는 필자 본인의 이야기다.

필자는 지난 2011년부터 국제슬로푸드연맹의 한국본부 사무총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 일을 하기 전에는 북한 협동농장 지원 민간단체에서 일했고 그 전에는 대형마트에 농산물 납품하는 일을 했으며 그 전에는 안산에서 재래시장 해물장사도 하고 가락시장에서 상인조합의 실무자, 논술글쓰기학원의 원장까지 전혀 다른 일들의 연속이었다. 서로 꿰어지지 않는 이런 일들의 끝에 어떻게 슬로푸드가 놓여 있게 되었을까?

대학생 때 장래 희망은 농민운동가였다. 대학 2학년 농활 가서 생전 처음 가난한 농민의 삶을 목격하면서 ‘농민을 위해 살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고 ‘농민되기’를 준비하였다. 마을 어른들과 섞이기 위하여 농사를 익히고 침술을 배웠다. 그러다 만난 인연이 ‘자연농업’이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수원에서 조한규 어르신을 만나게 되었고 친구들과 함께 “자연농업중앙회(현 한국자연농업협회)”를 만드는데 참여한 것이다. 당시 농민운동을 준비하면서 자연농업을 배우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지만 덕분에 생물다양성을 깨달았고 오늘날 슬로푸드에 이르렀는지 모르겠다.

얼마 후 전국농민회총연맹(약칭 전농)이 출범하면서 전농 실무자로 옮겨 본격적으로 농민운동에 참여하게 되었다. 전농 실무자 활동은 지역으로 농사지으러 가기 전 1년의 훈련과정이었다. 1991년 바라던 대로 김포에 내려가 2년 농사지으며 농민회 활동을 하다가 서울로 올라온 것이 1993년. 짧은 농촌 생활은 끝나고 그로부터 쭉 서울에 살고 있다.

서울 생활을 하는 내내 내 마음은 편치 않았다. 농민을 위한 다짐을 못 지키고 사니 편할 수가 없었다. 돈벌이 하는 내내 농업, 농촌, 농민과 관련된 의미 있는 일을 찾으려 무던히도 노력했다. 김상진기념사업회와 통일농수산NGO 활동에 참여했고 어느 정도 불편한 마음을 달래주었다.

2009년 어느 날 남양주 실학박물관에서 열린 강연회에 갔다가 이태리에서 온 국제슬로푸드연맹 파올로 사무총장 연설을 듣게 되었다. 그가 말했다. 이제 소비자의 ‘먹는 행위’는 미각의 즐거움 뿐 아니라 환경을 지키고 미래를 만드는 유력한 수단이 되고 있다고. 우리 시대공동생산을 하고 있는 소비자가 더 큰 농사를 짓고 있는 것이라고. 이제껏 농업의 변두리에 있다는 생각에 편하지 않았던 마음이 한순간에 치유가 되었다.

농촌을 떠나온 이후에도 나는 계속 농사를 짓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그간 내가 겪은 일들이 하나로 연결되었다. 생산도 유통도 소비도 모두가 다른 일이 아니었다. 생산자와 소비자는 하나의 땅과 하나의 대기, 하나의 수자원을 이용하여 먹고 쓰는 운명공동체이다. 먹는 사람으로서의 책임감과 연대의 의미를 읽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소중하지 않은 일이 세상에 없었다.

이제 할 일은 분명했다. 세상을 더욱 긴밀하게 “연결”하는 일.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고, 운동과 시민을 연결하고, 운동과 운동을 연결하고……. 짧게나마 직접 농사도 해봤고, 자연농업부터 농민운동까지 다양한 활동가들과 20대부터 교제하였으며, 재래시장과 도매시장, 대형마트 유통 현장에서 돈벌이도 해봤고, 북한 협동농장을 왕래하며 민족통일의 꿈도 꾸는 등 그간 지나온 다양한 경험은 모두 자산이 되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청년과 땅을 연결하고, 슬로푸드와 비즈니스를 연결하고, 남한과 북한을 연결하는 것이다. 청년이 땅으로 돌아가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나라, 누구나 좋고 깨끗하고 공정한 음식에 접근할 수 있는 나라, 남한의 먹을거리를 북한에 나눠주는 것이 거리낌이 없는 나라. 한 사람 한 사람의 책임있는 음식 선택만으로도 이런 세상이 올 것이라는 믿음으로 세상을 돌아다니는 것이 나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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