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호 PDF 파일 지면 7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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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농업 먹거리정책이 국민적합의없이 식량생산 기반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식량자급률이 바닥인데도 이를 높이려는 계획은 세우지 않고 수입할 수 밖에 없는 국제법상의 근거를 찾기에만 혈안이다.

급기야는 하지 않아도 되는 밥쌀용쌀 수입을 강행하면서 가까스로 자급하고 있는 쌀의 자급률마저 위태롭게 하고 있다. 이 모든게 우리나라농업을 담당하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하고 있는 일이다.

이러한 행태는 농식품부 뿐만이 아니다. 먹거리에 대한 안전성을 책임지고 있는 식약처 또한 국민의 먹거리안전과는 정 반대의 정책을 추진하면서 국민들로부터 원성을 사고있다. 식약처는 지난해 쌀의 비소기 준을 높여 행정고시 했다가 국민적저항에 부딪혀 취소했는데, 올해에는 GMO 표시기준을 기업인들의 상행위에 유리하도록 행정고시해 또 다시 국민적 저항을 받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최근 또 다시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번에는 대다수 농민들이 가입돼 있는 농업협동조합법을 뒤로 후퇴시키는 입법예고안이 제출됐다. 농식품부는 '농협중앙회장을 이사회 호선으로 선출한다'는 내용의 '농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을 5월 20일자로 입법예고하여 6월 29일까지 40일간 의견을 수렴한다고 밝혔다.

농협은 대부분의 농민들이 가입돼있는 가장 대표적인 생산자 조직이다. 그런 생산자 조직의 대표를 농민들이 아닌 정부의 입맛대로 선임할수 있도록 하면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농협 관련 운동단체인 좋은농협만들기운동본부와 국회의원, 농협 조합장과 농협중앙회노동조합 등이 농협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를 선언하고 나섰다.

이들은“중앙회장의 이사회 호선은 정부의 농협중앙회에 대한 지배통제력을 강화할 것이 불문가지”라며 중앙회장직선제를 주장했다.

1957년 2월 제정된 농업협동조합법은 농협을 “농민의 자주적인 협동조직을 통하여 농업생산력의 증진과 농민의 경제적·사회적 지위향상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기하기 위하여 설립된 특수법인체”라고 정의하고 있다. 현재의 농협은 1961년 8월 ‘농업협동조합법’에 의거해 발족됐다.

그런데 이러한 농민들의 자주적 조직인 협동조합은 정부의 간섭이 시작되면서부터 변모하기 시작했다. 박정희 정권은 1962년 ‘농협 임원 임면에 관한 임시조치법’ 제정을 통해 중앙회장을 대통령이 임명토록 하고 일선 조합장들은 농림부장관이 임명토록 하면서 농민 조직으로서의 자주성을 훼손했다.

그 후 군부독재에 의해 체육관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선출하던 간선제가 87년 민주화대투쟁을 겪으면서 대통령 직선제로 전환됐다. 이와 함께 1988년 1,100여 조합장들이 직선으로 중앙회장을 선출토록 법이 개정됐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은 2009년 조합장 직선제를 291명의 대의원 조합장 간선제로 농협법을 개악하고, 박근혜정권은 2016년 5월 20일 30여 명의 이사회 호선으로 중앙회장을 선출토록 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다.

이 시점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조합원들은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정부는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 민주주의의 후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개악안을 제출하고 있고, 조합장들은 자신들의 권리 회복을 위해 조합장 직선제를 주장하고 있는데 정작 농협의 주인인 조합원들은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는냐는 것이다.

농협 문제가 해결되면 농업문제가 반도 넘게 해결된다고 한다. 이처럼 농협은 농민과 우리 농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하지만 농협의 주인이라는 조합원들의 민주의식은 아직도 전근대적인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번 농식품부의 농협중앙회장 개악안도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제출된 것으로 보인다. 농협 조합원들의 각성이 요구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