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호 PDF 파일 지면 3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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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청수초등학교 박정미 영양교사

김포시 청수초등학교는 46학급에 급식인원이 1,500명이 넘는 큰 학교다. 점심 급식이 끝나고 식당이며 조리실을 청소하느라 분주한 와중에 기자를 맞은 박 교사는 20년이 넘는 경력이 무색할 만큼 생생한 동안이었다. ‘친환경 무상급식’에 대한 의견을 묻자‘, 친환경 급식의 딜레마가 고민’이라는 답변으로 얘기가 시작되었다.   <임은경 기자>

“아이들에게 좋은 음식을 먹인다는 취지는 좋은데, 단체급식을 친환경농산물로 운영한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이에요. 한 달쯤 전에 저희 학교에 유기농 브로콜리가 들어왔는데 벌레가 엄청났어요. 밥 먹다가 벌레가 나오면 아이들은 난리가 나요. 학부모와 선생님들에게 ‘친환경농산물은 벌레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면 이해하는 분도있지만 ‘그래도 어떻게 급식에서 벌레가?’라는 식으로 납득을 못하는 분들도 많고요. 식재료를 더 꼼꼼히 씻어내야 하니까 시간 낭비, 인력 낭비도 상당하죠.”

청수초등학교는 시의 보조금을 받아서 김포에서 생산된 ‘김포 금쌀’을 공급받고 있다. 그런데 일부 학부모는 이 김포 농산물에 대한 불신을 표하기도 한다. 김포에 공장지대가 있는데 그 부근에서 생산된 쌀은 아닐까 하는 우려다.

얼마 전 급식물품 검수를 온 한 학부모가 김포 금쌀에 대한 중금속검사 여부를 묻기에, 박 교사는 김포 학교급식지원센터를 통해 시에 중금속검사 관련 요청을 해두었다. 사실 어떤 것은 다른 지역 농산물이 품질이 더 좋을 수도 있는데, 친환경 급식은 되도록 경기도나 김포 지역 농산물을 고집하니까 다양한 선택지가 없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로컬푸드라는 것은 장점이지만, 단점도 있는 것같다고 그는 말했다.

“예전에는 식재료 검수할 때 정말 까다롭게 했어요. 그런데 친환경급식으로 바뀌고 나서는 품질이 좀 떨어져도 친환경이니까 양해를 하고 어지간하면 반품을 안 하려고 해요. 반품을 하면 일반농산물로 대체되거든요. 과일도 일반 농산물보다 당도가 떨어질 때가 많아요. 친환경농산물 책정 단가가 상당히 비싼데 많이 아쉽죠. 영양 선생님들의 기준치를 많이 내려놓게 한 것이 친환경급식 사업인것도 같네요.(웃음)”

맛이 좀 떨어져도 더 건강한 것을 먹는다는 가치는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이 점을 설명해줘야 하는데 그게 녹록치 않다. 영양 수업을 하지만 수업 시수가 학년 당 1년에 2회뿐이라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 귤을 처음 급식했을 때는 ‘껍질이 너무 못생기고 이상하다’며 먹지 않는 아이들이 많았다. 이럴 때는 별도의 교육 자료를 만들어서 ‘급식 전에 아이들에게 설명을 좀 해달라’고 선생님들에게 부탁하는 노력이 추가로 필요했다. 하지만 매번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다. 영양교사들의 업무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친환경 학교급식 어렵지만 소중한 가치도 있어
 “그래도 누구나 똑같은 밥을 먹는다는 것은 친환경무상급식의 최고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서민 가정에서 친환경 농산물을 먹기는 쉽지 않잖아요. 우리나라는 먹는 것으로 차별을 받는 사회라는 생각은 저도 늘 마음속에 있었어요. 부자들은 좋은 친환경농산물 먹고 건강하게 오래 살고, 가난한 사람들은 싸고 농약 많이 친 농산물 먹고 병에 걸리는데 병원에 갈 여력이 없는 불평등. 그래도 학교급식에서만큼은 아이들이 부모의 경제적 상황과 상관없이 다 같이 좋은 밥을 먹는다는 것은 정말 가치 있는 일이죠.”

친환경 급식을 시작할 때 영양 선생님들의 우려와 반대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품질과 위생관리 면에서 단체급식을 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래도 경기도 친환경무상급식은 학교와 교육 당국, 영양선생님들의 협력과 노력 덕분에 지금까지 많은 진전을 이루었다. 영양 선생님의 업무가 여전히 과중하다는 점만 빼면.

“학교급식이 발전하려면 영양선생님들 잡무를 줄여줘야 돼요. 서류작업이 너무 많아요. 조리실에서 조리하는 것이나, 아이들 밥 먹는 것을 보러 나가기가 힘들 정도에요. 그렇게 바쁘게 일해도 매일 늦게까지 남은 일 처리하고 토요일에도 종종 나와야 해요. 행정 당국은 자꾸 실적 위주로 가다보니까 처음에는 학생 1인당 얼마씩 주던 친환경 보조금을 지금은 식품별로 산정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어요. 사실상 보조금이 상당히 줄었죠. 그걸로 예산 짜고 급식 진행하는 영양교사 입장에서는 더 힘들어졌고요.” “급식지원센터나 행정당국에서 이런 영양선생님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개선이나 도움을 주실 수 있는 방법을 같이 찾아봤으면 해요. 학생 수에 맞는 영양교사 배치기준이 마련됐으면 좋겠어요. 인원수가 많은 학교는 보조인력도 고려해볼 수 있고요. 그게 결국 학교급식의 질을 높이는 길이 아닐까요.”

정작 영양교사가 해야 할 식단 연구나 아이들에 대한 영양교육에 할애할 시간이 너무도 부족하다. 이렇게 좋은 재료로 급식을 만들었는데, 맛없다고 안 먹고 버리는 아이들을 보면 참 속이 상한다고. 저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치고 이해시켜야 할까. 하지만 머릿속 고민일 뿐, 현실은 하루 종일 바쁘게 뛰어다니면서도 아이들과 접촉할 시간도 내기 어려우니 답답할 뿐이다.

박 교사는 지난 2014년에 개소한 김포시 학교급식지원센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생긴 지 얼마 안돼서 그런지 아직 뚜렷한 결과물은 없지만 정말 열심히 한다고. 그동안 농민과 학부모, 영양교사가 참석하는 급식발전 토론회도 개최했고, 학교 영양교육 교재를 만들어서 배포하고, 한달에 한 번 영양 선생님들 협의회 자리에도 참석해 현장의 애로사항을 들으려는 노력도 보였다.

학교급식은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배려
“저희 연수받을 때 강사비도 지원해주시고, 작년에는 학부모, 학생들과 함께 김포 농장 체험 행사도 열었어요. 특히 조리사 대체 인력 문제를 해결해 주신 것은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조리사님들이 병가 내시거나 하면 대체 인력을 구해야 하는데 참 쉽지 않거든요. 그런데 급식센터에서 김포의 ‘새일 센터’를 연결해 주셨지요. 이제 그쪽에 연락하면 대체 인력을 보내주세요.”

하지만 구성원이 농업인 출신이다 보니 다른 센터들과는 좀 차별성이 느껴진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학교급식을 제공하는 입장보다는 농민의 입장인 것 같다는 것이다. 학교급식이 지역 농업 살리기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센터를 운영한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단다.

그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학교급식을 이해하고 학교급식에 좀 더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센터가 운영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 때가 있다. “학교급식 현장이 정말 힘들고 어렵거든요. 앞으로 여력이 되신다면 식생활교육 전문가나 영양 전문가가 한 명쯤 보완이 되어서 균형을 맞추면 어떨까 하는 것이 제 바람이에요.”

한때는 힘들기만 한 영양사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 때도 있었다고 박 교사는 말했다. 조리원들과 납품업체 등등을 혼자서 다 통솔해야 하는데다, 수많은 사람이 먹는 일이다보니 불만도 심심찮게 들어오곤 한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요즘은 이 일의 가치가 달리 보인다. 이것이 아이들에게 소중한 교육이라는 것을 깨달은 무렵부터다.

“아이들과 친밀감을 형성하고 대화하면서 편식을 고친 경험이 있어요. 식단을 짤 때면 언제나 고민이 들어요. 그냥 아이들 좋아하는 걸로 타협을 할까, 하고요. 나는 열심히 준비했는데 애들은 안 먹고 음식물 쓰레기 잔뜩 나오면 속상하고, 아이들 집에 가서 배고프다고 하면 때로는 엄마들 민원도 들어올 텐데. 늘 갈등의 연속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에 가까운 더 좋은 식단을 제공하고 아이들을 교육해서 이해시켰을 때, 아이들의 태도가 바뀌는 것을 보면 정말 기뻐요. 전에는 브로콜리나 곤드레 나물을 안 먹던 아이들이 ‘이게 맛있는 걸 알게 됐다’면서 변화를 보일 때 정말 보람이 있죠.”

그는 학교급식이 ‘자라나는 아이들에 대한 이 사회의 사랑과 배려’라고 생각한다. 자연이 주는 맛을 아는데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밖에 나가서 돈만 주면 입을 만족시킬수 있는 온갖 음식이 아이들을 유혹하는 세상이다.

조미료에 첨가물이 잔뜩 들어간 음식들. 이 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을 건강한 먹거리로 기를 수 있는 마지막 보루가 학교급식이라는 생각이 박 교사는 요즘에 많이 든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