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호 PDF 파일 지면 7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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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식지원센터가 생기면서 가장 좋아했던 사람들은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소규모 학교였다. 시장이 작아 업체들이 꺼리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오지 학교들은 급식의 질을 따질 여유는 고사하고 배송업체들의 신경질도 받아내야만 한다. 이 때 등장한 학교급식지원센터는 이들에게 천사 그 자체였다. 그런데 최근 학교급식지원센터를 통한 학교급식에 빨간 불이 켜졌다.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설립해 2011년부터 관내 초중고교에 학교급식을 해 오던 거창군학교급식지원센터가 위법 논란에 쌓이면서 존폐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2008년 전국 처음으로 관내 초등학교 17개교 4300명에 대해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한 거창군은 20억원을 들여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짓고 2011년부터 전체학교에 대한 급식을 실시해왔다.

그런데 지난 6월 경남도 행정사무 감사에서 식자재 구입비가 1천만원 이상일 경우 개별공개입찰을 해야 하는데 수의계약을 체결했다가 적발되면서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거창군학교급식지원센터는 관내 29개 초중고교에 급식을 하고 있는데 이 중 14개 학교가 1천만원을 넘는다고 한다.

경남도의회의 지적을 시정할 경우 거창군학교급식지원센터는 나머지 15개교에 대한 급식 제공만으로는 인건비 등을 감당할 수 없어 문을 닫아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에 국·도비 등 20억원을 들여 경남도 시범사업으로 지은 거창군학교급식지원센터의 존폐 위기가 논란의 대상이 되면서 학교급식법 개정 논의가 일고있다.

이와 관련 지자체에서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학교급식지원센터의 경우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9조 1항에도 불구하고 금액에 상관없이 수의계약을 할 수 있도록 학교급식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와 함께 학교급식지원센터에 대한 올바른 정의가 먼저 확립되어야 한다. 학교급식지원센터는 단순한 물류유통센터가 아닌 학교급식의 전 과정을 관리하는 컨트롤타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업체와 같이 지계법의 저촉을 받아야 한다면 지자체의 업무에 제한을 받게 된다. 따라서 지자체의 계획에 의해 설립된 학교급식지원센터에 대해서는 지계법의 저촉 없이 안전한 식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경남의 경우처럼 지자체장이 마음대로 학교급식을 중단할 수 없도록 의무적으로 무상급식을 하도록 해야하고, 재원도 국가가 50% 이상을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학교급식을 이용한 소모적인 정쟁을 종식시킬 수 있다.

1993년 우르과이라운드 협상이 타결되고 WTO 체제로 전환되면서 학교급식 논의가 시작됐다. WTO 하에서는 중앙정부의 지원이 불법이 되기 때문이다. 농민들로부터 쌀을 비싸게 사서 국민들에게 싸게 공급하던 이중곡가제를 폐기한 것도 WTO 규정 때문이었다.

학교급식 논의가 진전되면서 전국적으로 조례제정운동이 일어났고, 2006년 7월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학교급식법이 개정됐다. 그리고 2016년 현재 전국적으로 60여개의 지자체에서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학교급식지원센터가 당초 목적이었던 우리 농업을 살리고, 아이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관리해 나갈 수 있도록 학교급식법은 반드시 개정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