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호 PDF 파일 지면 8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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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번에 친환경인증기관에서 필지 검증을 나왔는데 한바퀴 도는데 딱 2시간 반 걸리더라구요” 트랙터 뒤를 따라 우렁이로 재배하는 친환경유기농 논과 경기도학교급식용으로 준비하고 있는 고구마밭, 생강밭, 양파 후작으로 심은 수수밭을 돌아보는데 강원도가 따로 없다. 며칠 전 내린 빗물을 머금은 흙바닥이 미끄러워 자동차가 논두렁에 쳐 박힐까 겁이 난다.

논 1만 2천평, 밭 1만평 그런데 필지가 20군데다. 이 쪽에서 일하다보면 저쪽이 걱정되고 봄엔 왜 그리 풀 자라는 속도가 빠른지 허리 필 새가 없다. 전화 안 받기로 유명한 이유가 있었다. 이 논, 저 논, 이 밭, 저 밭을 돌아 차를 탔다, 내렸다 하다보면 핸드폰을 꼭 놓고 내리게 된단다. 밭으로 나간 집사람이 오토바이를 타고 휙 지나 가길래 통화해 보려니 방금 전 핸드폰을 또 트랙터에 두고 내렸다. 집에서 인터뷰가 마무리 될 즈음, 어둑해져서야 어느 밭에서 긍긍 매고 왔는지 집사람이 들어왔다. “어느 밭에 있었소?”

여주친환경농업인연합회 3대 회장에 이어 4대 회장에 선출된 이방래 회장을 인터뷰했다. 인터뷰는 7월 8일 이방래 회장 댁에서 진행됐다. <한기자 기자, 김영찬 기자>
농사는 언제부터 지었나?
고향은 여주이지만 젊었을 때는 서울 객지 생활을 했다. 20년 전 40살 때 여주읍에서 가정집 보일러용 석유장사를 했다. 장사는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도시가스가 들어오면서 수요가 줄고 보증 서 준것이 잘못되면서 농사를 본격적으로 짓기 시작했다. 그 때 나이가 50살이었다. 그러니 10년 농사를 지은 셈이다. 처음엔 논농사 8천평으로 시작했는데 학교급식을 하면서 밭작물도 한다.

영농규모와 품목, 출하방법은?
논이 1만 2천평이다. 밭 만평에는 고구마, 땅콩, 양파, 감자, 수수를 심었다. 쌀은 무농약일땐 여주영농조합법인으로 냈다. 지금은 유기농으로 한 살림과 식물나라에서 가져가고 있다. 땅콩은 한 살림으로 고구마, 양파, 감자, 수수는 학교급식출하회로 나간다.

친환경농업을 왜 하게 됐나?
논두렁에 제초제를 쳐서 뻘겋게 된 것을 보면 짜증이 난다. 들깨 모가 심겨진 데를 보면 제초제를 쳐 풀을 싹 죽이고 난 그 위에 들깨를 심는다. 그런 것이 농사짓기 전부터 싫었다. 논은 써레질을 해놓고 3일 지나면 풀이 발아되는데 이때 우렁이를 논에 넣고 물관리만 잘하면 벼가 자라는 동안 기분이 좋다. 우렁이 농법에서는 두 가지가 중요한데 우렁이 넣는 시기와 물관리이다. 6월말 7월초에 논의 물을 빼는데 이땐 풀이 발아도 잘 못할뿐더러 벼 그늘 때문에 힘을 쓰지 못한다. 대신 우렁이는 먹을 것이 없어 벼를 먹는다. 그래서 물을 빼면 우렁이가 물따라 나간다. 아까 봤다시피 논에 풀도 없고 논두렁도 뻘겋지 않아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그래서 친환경농업을 한다. 우렁이 농법은 원칙만 잘 지키면 실패하지 않는다. 그래서 여주에서는 친환경인증을 받지 않고도 우렁이 농법을 하는 농가가 많이 늘어났다.

농가들이 친환경쌀 인증을 받으면 더 비싸게 팔 텐데 왜 인증을 받지않나?
농사 2~3천평 짓는 사람은 인증비용이나 농약잔류 검사 등을 하고 나면 남는게 없다. 적게 하는 사람이나 많이 하는 사람이나 비용이 동일하다. 내 논 관리는 쉬운데 이웃농가 관리가 참 힘들다. 이웃 농가의 농약이 비산돼서 날라 오면 인증취소가 되니까 아예 안하는 농가들이 많다. 그래서 나 같은 경우는 논밭마다 또랑치는 거를 중요시한다. 다른 농지에서 들어오는 물이 흘러들어오지 못하게 돌려 뺀다. 거리도 2미터에서 4미터를 둬야하는데 이렇게 하면 거리도 확보된다. 보통은 차광막으로 벽을 쳐서 비산을 막는다.

농사를 자식에게 물려줄 생각이 있나?
남매가 있는데 아들이 군대 가기 전에 농업경영인을 신청했었다. 수도권 농지가 평당 10만원인데 4만원만 지원한다고 하고 또 그걸 알아보는 과정에서 공무원이 “군대가기 싫어 농사짓는 거 아니냐”고 어린 자존심을 긁는 바램에 군대 부사관으로 입대해 버렸다. 지금은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나는 아직도 자식과 같이 농사지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자식은 그럴 생각이 없는것 같다.

여주친환경농업인연합회 회장 되신지가 얼마나 됐나?
2009년에 여주친환경농업인연합회가 생겼고 김준식 회장님이 초대랑 2대 회장을 했다. 3대 때 회장이 돼서 4대를 하고 있는 거다. 회의가 너무 많아 농사 못 짓는 날이 엄청 많다. 마누라한테 미안하다. 비용측면에서도 회의를 농사의 한 부분으로 생각해 최소비용이라도 지불해줘야 한다고 의견을 냈던 적이 있는데 반대하는 사람이 있더라. 반대입장에서는 돈을 더 모아서 중요한 곳에 써야 한다고 했다.

여주친농연 운영은 어떻게 하나?
작년까지 여주영농조합법인, 학교급식채소출하회, 한 살림, 식물나라 등 4개 단체가 50만원씩 출자를 해서 회의도 하고 교육도 하고 행사도 했다. 단체에서는 회원인데 연합회 회원이 아닌 사람도 있었다. 금년부터 연합회에 가입을 먼저 해야 4개 단체 회원이 될 수 있게 만들었다. 회비도 원칙적으로는 개별회원이 내서 운영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친환경쌀이 남으면 어떻게 해결해 나가나?
여주학교에 들어가는 수요량은 확정돼 있으니까 그건 가격보장을 해주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는 어쩔 수 없이 시장가격으로 책정을 한다. 초창기 친환경쌀 조합원을 모아 생산할 때 공급과 수요가 맞지 않았다. 여주영농조합법인이 수매를 잔뜩 해 놨는데 판로가 없었다. 처음에는 회원들이 이런 상황을 이해 못해 힘들었다. 지금은 수요량을 서로 공유해서 생산량도 조절하고 타시군으로 나갈 때는 가격이 낮아진다는 것을 이해한다. 그러나 쌀 농사가 계속되려면 농사만 짓고 있어서는 안된다. 쌀값이 터무니없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농업예산 중 집행이 안 된 불용액이 1조 3천억, 누구는 뭐뭐 합쳐서 2조라고도 합니다. 친환경을 육성한다면서 인증지원이나 우렁이 보조금은 자꾸 낮춥니다. 그러니 소농들은 농사짓고도 남지를 않으니 친환경을 포기해요. 이런 상황인데 불용액이 왜 생기는 건지 이해가 안됩니다. 작년에 여주에서 일반쌀값이 20kg에 6만원이었어요. 올해 농협에서 건 프랭카드를 보면 4만 9,900원이래요. 만원이나 떨어진 거지요. 이 가격으로는 쌀 생산을 포기해야 합니다. 정부가 이렇게 정책을 쓰니 식량자급률이 자꾸 떨어져 23%밖에 안되지요. 조금 있으면 일반 조생종 벼 수확이 들어가는데 여주 쌀농가사이에서 소문이 흉흉해요. 조생종 쌀값을 내리지 못하도록 데모라도 해야되는 거 아니냐는 거죠” 농사짓는 시간을 자꾸 빼앗기고 집사람에게 미안해도 가만히 있으면 답이 안 나온다며 이방래 회장이 쓴웃음을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