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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영선 이천시 친환경농업인연합회 잡곡쌀출하회장“학생들에게 무농약 쌀로 지은 밥 먹이고 싶어”
[지면68호 8면/친환경]
김종훈 기자  |  mfood11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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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8.15  19: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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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먹을, 내 가족이 먹을 밥을 농약과 화학비료로 범벅이 된 쌀로 짓기는 싫은 청년이 있었다. 청년은 앞으로 쌀값이 계속 내려갈 것으로 보였다. 살 길은 가격 경쟁력 있는 농업뿐. 결론은 친환경 농업이었다.

농약을 안 쓰고 화학비료도 거의 쓰지 않는 친환경 농업으로 일구는 쌀 재배. 수확한 벼는 자체 도정공장에서 도정하고 쌀 전용 저온저장고에 저장해 연중 쌀 직거래 판매를 이어오고 있다. 이제 온라인 쇼핑몰을 개설하고 판매까지 시작, 준비된 꿈을 실현해 나가는 박영선 회장(51)이 주인공이다.

박영선 회장을 만나러 이천시 장호원읍에 소재한 이천샘골-톱라이스영농조합법인으로 간 날은 36도가 넘는 폭염이 쏟아지던 날이었다. 폭염 속에서도 박 회장은 온라인으로 주문받은 10kg들이 소포장 쌀을 택배로 보내기 위한 포장작업에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었다.
지난 8월 5일 박영선 회장 도정공장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종훈 기자>

내 가족이 먹을 쌀 농약 범벅은 싫어

-친환경 농업으로 벼농사 짓기로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 박영선 이천시 친환경농업인연합회 잡곡쌀출하회장
“고등학교 졸업 후 농기계 전문업체인 대동공업에 입사해 직장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집에서는 아버님이 1천평 가량 농사를 짓고 계셔서 아버님을 도와 직장생활하며 농사도 함께 병행했습니다. 우리 가족이 먹을 쌀인데 농약을 치지 않은 쌀을 재배하고 싶었지요.”

직장과 농사일을 병행하던 박영선 회장. 하지만 얼마 후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본격적으로 농삿일에 뛰어들었다.

“1999년 대동공업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지요. 당시 쌀 전업농에 선정된 게 계기가 됐습니다. 쌀 전업농에 선정되면 농지구입자금이 지원됐어요. 지원금을 받아 논 7천평을 장만하고 3만평 정도 임대해서 쌀농사를 지었습니다.”

박 회장은 자기 논에 남의 논 임대도 하고 기계를 이용해 농사대행을 꾸준히 병행하다보니 농사짓는 땅은 점점 늘어나 지금은 20만평이 넘는 논농사를 짓고 있다. 더욱이 농기계 전문회사 출신이라 농기계 수리는 혼자서 척척이다.

“현재 20만평 논농사 가운데 제 소유 논은 전부 우렁이를 이용, 무농약 쌀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모든 논에 무농약 쌀을 재배하고 싶지만 아직까지는 무농약 쌀의 판로가 미흡해 임대해서 짓는 논은 화학비료도 쓰고 농약도 뿌리는 관행쌀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물론 관행쌀에도 최소한으로 농약을 사용하고 있고요.”

친환경 쌀 위해 16명 농부들이 뭉쳤다

친환경 농업에서 유기농은 농약과 제초체, 화학비료도 쓸수 없다. 무농약의 경우엔 화학비료는 일반 농업에 비해 3분의 1 이하, 화학 농약과 제초제는 절대 사용해선 안 된다. 비료는 주로 퇴비를 만들어 사용한다.

박 회장이 이웃 농부들과 뜻을 모아 친환경 농업을 시작한 때는 지난 2006년. 처음에는 7명이 모여 작목반 형태로 시작했다. 2013년에 이르러 회원은 16명으로 늘어났고 이들은 현재 이천샘골-톱라이스영농조합법인을 출범시키고 친환경 농사를 짓고 있다.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를 지으면 수확량에서 얼마나 차이가 있나?

“친환경 첫해는 그동안 뿌린 화학비료 성분이 땅에 남아 있어서 수확량에 큰 차이는 없습니다. 이듬해부터는 일반 관행쌀을 재배할 때에 비해 약 10% 정도 생산량 손실이 있지요.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잡초이지요. 제초제를 쓰지 않으니 잡초 제거가 큰일입니다. 잡초 제거를 위해 오리도 이용해 보았지만 지금은 우렁이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우렁이의 왕성한 식욕 덕분에 우렁이 농법은 큰 효과를 보고 있다. 하지만 우렁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논 바닥을 평평하게 해야 한다.

“우렁이는 물에 잠겨 활동하는데 바닥이 울퉁불퉁하면 높은 곳에는 물이 없으니 우렁이가 활동을 하지 못해 잡초가 자랍니다. 따라서 논 바닥을 방바닥처럼 평평하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지요. 논과 논의 경계인 논두렁에 자라는 잡초는 일일이 손으로 제거해 주어야 합니다.” 우렁이의 효과는 제초제 못지않다는 게 박 회장의 말이다.

추수가 끝난 후 논에 남아 있는 우렁이는 어떻게 할까?

“우렁이는 물이 없으면 땅 속으로 파고 들어갑니다. 추수하기 전에 논에 물을 빼기 때문에 우렁이는 보이질 않죠. 벼를 벤 후 땅을 갈아엎으니 다 죽어버립니다. 다음해 농사를 시작할 땐 우렁이 종패를 새로 구입해서 논에 넣어줍니다. 종패값은 시에서 80%를 지원해 줍니다. 농약은 평균 3차례 정도 사용해야 하는데 우렁이는 한 번만 구입하면 되고 그마저도 시에서 지원해 주니 우렁이를 사용하는 것이 비용면에서도 훨씬 경제적입니다.”

친환경 농사의 가장 큰 일은 잡초와의 전쟁이다. 너른 들판에 친환경 농사를 짓는 논과 일반 관행 농사를 짓는 논이 섞여 있다보니 옆집 논과의 경계인 논두렁에는 제초제를 뿌리지 말라고 권유하고 일일이 손으로 잡초를 제거하고 있다.

뙤약볕 아래 잡초 제거의 어려움은 해본 사람만이 아는 일. 박 회장은 잡초 제거를 위한 노하우를 속속 개발해 사용중이다.

“논두렁의 잡초는 먼저 풀을 벤 뒤 부직포 등을 덮어둡니다. 논에는 쌀겨를 펠릿 형태로 만들어서 뿌려두면 햇빛이 닿지 않아 잡초가 자라지 않습니다. 비료 효과도 있고요.”

친환경 농사의 가장 큰 고민은 판로

이렇듯 정성을 들여 지은 쌀이다 보니 시장에서 일반 관행쌀보다 비싸게 팔리는 것은 당연한 일. 비싼값에
   
▲ 저온저장고에 저장된 무농약 쌀
팔리는 데도 친환경 쌀을 재배하는 농부는 많지 않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벼 수매가가 40kg에 6만4천원정도인데 친환경 벼는 7만5천원이니 1만원정도 더 비싸게 가격이 형성돼 있습니다. 그렇지만 판로가 많지 않아 어려움이 많습니다. 벼를 수확하면 돈이 돼야 하는데 판로가 많지 않으니 돈이 급한 사람은 일반 관행쌀로 파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영농법인은 저온저장고를 설치해서 쌀을 보관하며 다음 햅쌀이 나올 때까지 연중 판매를 하고 있지요.”

박 회장의 영농법인 한 해 생산량은 벼 250톤 가량. 이 가운데 찹쌀이 150톤, 유기농 쌀은 50톤가량이다. 쌀값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농협에서는 친환경쌀은 팔기 힘들다고 잘 받아주지 않았다. 그런데 올 초 경기도와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가 학교급식에 찹쌀을 공급하기로 계약하면서 판로에 숨통이 트였다. 멥쌀생산을 찹쌀로 전환한 150톤은 수확
하면 학교급식으로 나간다. 유기농쌀 50톤은 기존 판로인 ‘이천시 한 살림’으로 납품하고 있다. 나머지 50톤이 문제. 아는 지인이나 이천시의 도움으로 강동 로 컬푸드와 연계한 판매를 계산해도 판매처가 더 필요했는데 이번에도 도연합회가 길을 터 줬다. 경기도와 도연합회가 온라인쇼핑몰을 이용한 온라인 직거래 시범사업을 시작한 것. 온라인 판매가는 10kg들이 한 포대에 3만3천원. 이 시도가 친환경쌀의 새로운 판로로 안정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판로에 대한 불안감은 박 회장 뿐만 아니라 모든 농민의 숙제.

“친환경 농업을 살리고 확대시킬 수 있는 방법은 학교 급식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일반 관행쌀보다 비싸기 때문에 학교 급식을 위한 납품은 쉽지 않습니다. 자라나는 어린 학생들에게 좋은 쌀을 먹이고, 친환경 쌀의 판로도 확보할 수 있도록 학교 급식에서의 친환경 쌀 사용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박 회장의 간절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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