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영란법으로 농업계가 시끄럽다. 요지는 정치권 등에 고가의 농축산물로 로비를 할 수 있도록 농업분야는 제외해 달라는 것이다.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다. 언제부터인가 농업은 식량산업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해 버렸다. 정부는 경쟁력과 효율성을 강조하며 농업 축소 정책을 펴 왔고, 일부 발 빠른 농민들은 브로커들과 결탁해 눈 먼 정책자금을 빼 먹기에만 바빴다. 그러는 사이 농민들은 몰락하고 농촌은 폐허가 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1980년 농가 수는 215만5000호에서 2015년 108만9000호로 49.5%가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농가 인구는 1082만7000명에서 256만9000명으로 76.3%나 줄어들었다. 1970년 80%를 웃돌던 식량자급률은 2015년 23.8%로 떨어졌다. 그나마 주곡인 쌀을 뺀 자급률은 3% 내외이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대한민국은 만성 식량 부족국가임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아무도 식량을 구입하는데 어려움을 호소하지 않는다. 돈만 있으면 24시간 아무 때나 구입할 수 있는게 먹거리이기 때문이다. 농민은 줄어드는데 식량은 넘쳐난다. 값도 싼 수입 먹거리가 지천이다. 풍년이 들면 농민이 망하는 대한민국 농업의 기막힌 현실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농업을 지켜온 것은 정부가 아닌 민간이다. 정부는 농업을 축소시키는 정책으로 일관해 왔고, 농민과 시민들은 이에 저항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학교급식이다.

1993년 UR이 타결되고 WTO가 출범한 이후 정부의 모든 정책은 WTO의 규정에 종속됐다. 정부는 국가 차원의 지원을 할 수 없다는 WTO 규정에 따라 추곡수매제를 폐지하고 지방정부가 만든 학교급식조례에도 우리농산물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우리농축산물 대신 우수농축산물이란 용어가 탄생한 배경이다. 그 후 2011년 WTO 정부조달협정이 개정되면서 국가차원의 급식조달이 가능하게 됐지만 정부는 아직도 학교급식에 대한 국가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수입농산물이 범람하면서 크게 두 가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건강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가격문제다. 수입산은 값은 싸지만 건강이 걱정이다. 누가 어떻게 생산했는지도 모르고 운송 과정도 걱정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만든 것이 ‘얼굴있는 먹거리’다. 생산자들은 소비자들에게 먹거리가 생산되는 과정을 공개하고, 소비자들은 생산비가 보장되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이를 구매한다. 이러한 과정을 시스템으로 만든 것이 학교급식지원센터의 먹거리 공급 시스템이다.

이제 중앙정부가 나서야 한다. 여소야대가 된 20대 국회에서 국회의원들도 더 이상 핑계를 댈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학교급식법을 개정해 아이들 건강과 농민들에게 희망이 되는 대한민국을 만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