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고속도로 광주나들목을 빠져나와 양평가는 길로 접어들면 너른 들판에 토마토 재배 비닐하우스가 즐비하다. 교차로 여기저기 토마토 모양 입간판이 세워져 있어 이 동네가 토마토 산지임을 자랑스레 알리고 있다.

길가에는 판매 부스가 줄지어 서 있고, 부스에 붙어 있는 간판에는 토마토문양이 그려져 있고, ‘무농약’ 글자가 선명하다. 토마토 문양 안에는 00호점이, 그 옆에는 00농장이라는 상호가 씌여 있다. 이런 판매 부스가 편도 1차선 좁은길을 따라 끝을 모르게 늘어서 있다. 똑같이 생긴 간판에 똑같은 크기의 판매대를 갖춘 간이 부스. 부스 안 판매진열장에는 바구니 가득 탐스런 토마토가 담겨 있다. 평일임에도 불구 지나가던 차량들은 부스 앞에 멈춘 채 저마다 토마토 구입에 여념이 없다. 이곳 광주에서 토마토 농사를 지으며 광주시 친환경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 안인상 회장(59)을 만나보았다. 안 회장의 판매부스는 99호점 대성농장.
<김종훈 기자>

직판으로 판로 개척 승부수…대박으로 이어져4천5백평 규모의 비닐하우스에서 토마토를 한 해 두 번 2

▲안인상 광주시 친환경농업인연합회 회장

기작으로 재배하며 20년 넘게 친환경 영농을 하고 있는 안 회장은 남다른 전략으로 ‘퇴촌 토마토’를 전국적인 브랜드로 자리잡게 했다. “주말에는 그야말로 차들이 넘쳐 나지요. 토마토가 건강식품으로 유명해지면서 날개달린 듯 팔려나갑니다. ‘친환경 토마토’라 일반 관행 농업으로 수확한 토마토에 비해 2배 이상 가격을 받습니다. 요즘 가격은 5kg이 한박스에 1만5천원을 받고 있지요.

토,일요일이면 하루 150박스는 거뜬하게 팔립니다” 주말 이틀에만 4백만원 매출도 거뜬하다. 쑥스러운 표정이지만 돈 버는 얘기를 하는 안인상 회장의 얼굴은 자부심이 가득하다. 이어지는 토마토 자랑.

“토마토는 혈액순환과 변비 해소에 좋습니다. 여성분들 피부미용에도 좋고요. 요즘에는 항암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그야말로 웰빙, 건강식품입니다.” 친환경 토마토 농사로 대박난 안 회장과 회원들. 광주시 친환경연합회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궁금해졌다. “광주시 친환경연합회는 10년 전에 출범했습니다. 이곳이 상수원보호지역이라 맑은물을 보호하고 유지하기 위해서 농약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지요. 시에서도 친환경 농사로 유도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요. 처음에는 100여명이 참여했는데 지금은 회원수가 350여명 됩니다. 이 가운데 토마토 농사를 짓는 회원은 100명, 벼농사는 100명, 나머지 회원은 엽채류 농
사를 짓고 있습니다. 토마토가 광주시 특산품으로 자리잡게 된 데는 기후와 지리적 여건이 맞아서입니다. 이곳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야간에는 기온이 낮고 낮에는 올라가 온도차가 커서 과일 당도가 높고 맛이 좋습니다.”
광주시 특산품 토마토를 알리기 위한 토마토축제가 해마다 6월 셋째주 열리고 있다. 축제 때에는 판매도 하지만 토마토를 이용한 각종 주스, 요리만들기 등 체험행사도 푸짐하다.

“수정벌과 난황유 활용 명품 토마토 생산”
친환경 농업의 가장 큰 어려움은 방제와 땅심 기르기. 친환경 농업을 위한 병해충 방제는 어렵고 힘들지만 그 노력에 비해 판로가 마땅하지 않아 다른 지역에서 친환경 농업에 종사하는 농부들은 어려움이 많다. 그러나 광주 친환경연합회는 판로는 직판으로, 병충해 방제는 난황유로 해결했다.

특히 벌을 이용한 수정법은 토마토를 더욱 단단하게 하고 장기간 저장을 가능하게 해 명품 토마토를 생산할 수 있게 했다. “벌을 이용한 수정법은 사람이 직접 수정 작업을 하지 않아 일손이 절감돼 경영비를 줄일 수 있지요. 다만 벌이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해 세심한 손길이 필요합니다.”

벌은 너무 덥거나 추운 환경에서는 활동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하우스 내의 기온을 연중 25도 내외로 유지해야 한다. 친환경 농가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병충해 방제다. 효능이 많이 좋아졌다지만 그동안 개발된 친환경 방제약으로는 해충이 잘 안 죽는 게 문제다. 안 회장과 회원들은 이 문제를 ‘난황유’로 해결했다.

“양계장에서 깨진 달걀을 구입해 난황유로 만들어 뿌리면 효과가 아주 좋습니다. 거기에 광주시 농업기술센터에서 무료로 보급해 주는 미생물을 물과 함께 주면 곰팡이를 거의 다 잡을 수 있습니다.”난황유는 달걀 한판(30개, 노른자만 사용)당 식용유와 물, 식소 다를 혼합해 만든다. 시에서 보급해주는 미생물은 효모균, 광합성균, 고초균, 혼합균, KM제, KV제 등 6섯가지. 안 회장은 그 외에도 착색을 좋게 하는 미생물제를 따로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

토양관리도 빼놓을 수 없다. 안 회장의 토양관리는 목초탄을 이용하는 것. 목초탄은 토양에 미네랄을 공급해 주고 토양을 개선하는 데 뛰어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친환경 자재다.

현실에 안주는 금물…인터넷 쇼핑몰 운영과 토마토막걸리 개발
“우리 친환경연합회 회원들이 재배하는 퇴촌 토마토는 널리 알려졌지만 아직까지 판로는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직접 판매하는 것 외에 다른 판로가 별로 없습니다. 학교급식에 납품하는 물량은 전체 수확량의 15% 정도이고요. 따라서 한 해에 두 번 토마토를 수확하지만 판매량에 맞춰 재배물량을 조절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더 많은 양을 재배할 수 있지만 판로문제로 오히려 재배량을 줄이고 있는 형편. 안 회장은 9월 오픈 예정으로 인터넷 쇼핑몰을 개설해 판로 확충에 힘쓰고 있다. 여기에 더해 토마토를 이용한 신상품 개발에도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토마토 재배 농가가 늘어나는 추세라 여기에 안주해서는 희망이 없습니다. 출하가 한꺼번에 몰릴 경우를 대비해 막걸리 제조업체와 토마토 수매 협약을 맺고 ‘퇴촌 토마토 막걸리’ 제조에 나섰습니다. 또 앞으로는 토마토를 건조해 가루로 만들어 판매할 예정입니다. 토마토를 가루로 만들면 저장성이 좋고 주스나 각종 요리에 널리 사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우리 연합회는 회원들의 친목도모는 물론 일년에 여러 차례 농업기술세미나를 열어 새로운 친환경 농약에 대한 의견도 교환하고 학교급식 납품도 농가별로 조절하는 등 여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설립된 햇수에 걸맞는 역할은 아직 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수익사업에도 더욱 신경 써서 전국에서 친환경 농업을 선도하는 연합회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관의 지원도 확대가 필요하고요.”

광주시 친환경연합회가 출범한 지 10년, 5대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안인상 회장은 앞으로도 할 일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