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노력이 시도되고 결실을 맺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그 가운데 가장 공이 크다고 할 수 있는 것은 학교급식지원센터다.

우리나라 처음으로 학교급식지원센터가 설립된 곳은 전남 나주. 그 후 경기도를 비롯 전국 각 지자체에 학교급식지원센터가 설치돼 활동하고 있지만 광역자치단체 차원으로 광역급식지원센터를 차리고 시군급식지원센터를 설립해 가고 있는 곳은 아직 충남이 유일하다.

홍성시 내포신도시에 멋진 현대식 건물로 새로 지어진 충남도청 내 농산물유통과에 자리잡고 있는 충남광역급식센터의 산파역을 맡아 설립 당시부터 민간전문가 자격으로 참여, 충남지역 30만 학생들을 위한 바른 먹거리 지원에 힘을 쏟고 있는 김오열 사무처장(51)을 만나봤다.

김 사무처장은 학교 졸업 후 홍성에서 YMCA활동을 통해 학교급식에서의 바른 먹거리를 위해 먹거리지킴이 활동에 전념해왔다. 친환경농업이 활성화 되고 있는 데도 학교급식 현장에 친환경농산물 공급이 안되고 있는 상황을 안타깝게 여겨 홍성군 학교급식지원센터 설립에 참여했다.

서울에서 홍성 충남도청까지 차로 달려 3시간여. 인터뷰 시간을 맞추기 위해 새벽부터 서둘렀다. 청명한 가을 햇살을 맞으며 쉼 없이 달려간 기자 일행을 김 사무처장이 반갑게 맞아준다.

언뜻 보기에 상당한 동안인 김 사무처장. 하지만 안경 너머로 보이는 김 처장의 눈매는 날카롭다.

<김종훈 기자, 김영찬 기자>

 

 

“충청남도는 2011년 도지사 공약사업으로 지역에서 생산되는 우수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학교급식에 우선 공급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하고 시군별로는 급식에 필요한 식재료 물류기능을 담당할 학교급식지원센터를, 도에는 시군센터를 조정하는 콘트롤타워 기능의 광역센터가 설치됐다. 이에 따라 충남에서 최초로 지난 2011년 3월 당진에 센터가 설립됐다. 이듬해엔 아산에 설립됐고 2014년에는 홍성, 청양 등 도내 4개소, 2015년에는 천안, 공주, 논산, 부여 등 4곳이 추가로 설립됐다. 올해는 설립준비 중인 곳이 3~4곳에 달한다. 도 광역센터는 2012년 12월 13일 센터장에 김호 교수, 13명의 운영위원, 민간전문가인 사무처장으로 설립됐다. 이처럼 충남도가 정책목표로 전 시군에 학교급식지원센터의 설치를 추진하는 것은 로컬푸드 확산과 먹거리에 대한 전 국민적인 관심의 증대에 따라 질 좋은 지역 친환경 농산물을 학교급식에 공급하기 위한 것이다.

급식지원센터의 설립은 학교급식에 필요한 모든 식재료를 생산에서부터 공급까지 일괄 관리하자는 것이다. 센터 설립으로 계약재배를 통하여 물가상승이나 물량부족에 대한 관리가 가능하고 식재료 대량구매에 따른 교섭력을 강화해 식재료 원가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식재료 유통단계를 축소시켜 유통구조를 개선시키고 식재료의 안전성과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다.

급식지원센터는 식재료의 구매계약과 생산농가와의 계약재배, 산지와의 직거래 또는 도매시장을 통한 식재료 조달, 식재료의 가공 또는 소분한 뒤 학교로의 공급 등 급식의 모든 시스템 과정에 참여해야 하고, 특히 식재료의 구입과 공급 등 물류기능이 중요하다. 하지만 각 시군의 지역센터가 이 모든 일을 하기에는 인적 구성에서 전문성이 떨어지고 지역 내 생산되는 품목이 적어 효율적인 운영이 어렵다. 따라서 지역의 센터를 지원하는 광역센터의 필요성이 대두돼 광역센터가 결성된 것이다.

우리 광역센터는 설립 당시 콘트롤타워형으로 할지 물류형으로 할지 검토한 후 우선 물류가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 물류형으로 접근했다. 그러나 물류도 중요하지만 학교급식 전반에 관한 콘트롤 기능이 더 중요해져 현재 우리 광역센터는 지역 농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계약재배와 물류에 대한 계획, 학생과 영양교사에 친환경 농산물과 좋은 식재료에 대한 식생활 교육, 식재료 표준화와 품질기준 마련, 식단 개발, 공동구매 등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충남에는 16개 시군이 있고, 총 30만명의 학생이 있다. 지원센터가 도입되기 전에는 각 학교가 업체와 수의계약으로 식재료 구매계약을 체결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식재료 구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가격이 됐다. 친환경 쌀, 친환경 농산물이 좋다는 것은 알지만 친환경 농산물의 가격이 일반 농산물보다 비싸 학생들에게 공급해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지역에 급식지원센터가 설립되면서 16개 전 시군이 학교급식지원조례를 제정했고, 충청남도도 2005년 12월 ‘충청남도 학교급식 식품비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면서 지역 친환경 및 우수 농산물과 일반 농산물과의 차액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차액지원이 마련되자 학교급식에 지역의 농산물 공급이 확대돼 현재는 지역 농산물의 비중이 전체 식재료 중 70%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지역 농산물의 공급이 확대되면서 지역의 농민들은 농산물 판매가 확대되고 더욱이 계약재배로 인해 판로가 안정돼 농민들의 소득이 안정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급식지원센터가 설립되면 계약재배를 통하여 물가상승이나 물량부족에 대한 관리가 가능하고 식재료 대량구매에 따른 교섭력을 강화해 식재료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 또 식재료 유통단계를 축소시켜 유통구조를 개선시키고 식재료의 안전성과 신뢰도가 높아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초기에는 센터 설립 및 운영과정에서 기존 학교급식 식재료 공급업체와 갈등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그러나 학교급식지원센터는 꾸준히 활동영역을 넓혀가며 갈등을 해소해 나갔다. 현재 지원센터에서는 농산물, 축산물, 수산물, 가공품 등 수천가지의 품목에 대해 운영위원회에서 품질기준에 따라 품목리스트를 정하고 그 품목의 가격을 기준가격과 비교가격으로 검토해 협의과정을 거쳐 정하고 있다. 이러한 식재료 품목리스트를 학교 영양교사가 식단에 따라 선정해 센터로 주문하면 센터는 학교로 물품을 공급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센터에서 식재료를 총괄적으로 관리하며 농산물의 생산, 가공, 가격결정, 수발주를 거쳐 학교로 안전하게 배송된다. 이러한 과정에 생산농민과 납품업체, 영양(교)사, 학부모 등의 관계가 형성되게 됐다.”

 

 

“학교급식은 단순히 한 끼 식사를 해결한다는 의미를 넘어 안전하고 신선하며 영양이 풍부한 식품에 대한 올바른 관점을 정립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학생들과 영양교사 등에게 농어업의 생산 활동과 마을 관계 활동이 이루어지는 지역에서 제철에 맞게 생산되는 농수산물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갖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의식과 식습관 개선의 필요성을 알려주고 우리 전통의 식문화와 식습관을 발전시켜 건강하고 건전한 미래의 주역을 길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들에게 제철식품을 왜 먹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현장체험을 하고나면 급식현장에서 잔반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영양교사들은 얘기하고 있다.

다음으로 친환경 로컬푸드 학교급식을 통해 학생들에게 생명운동의 의미를 가르칠 수 있다. 즉, 친환경농산물은 수많은 생명체가 작용하여 생산된 또 다른 생명체이며, 우리의 생명을 유지시켜 주는 물질로서 인식시키는 것을 통해 인간은 모든 생명체와 더불어 살아가야 하므로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의 존귀함을 깨닫게 해 줄 수 있다.”

 

 

“학교급식지원센터가 설립됐다고 자동적으로 시스템이 가동되는게 아니다. 시스템이 일을 할 수 있도록 컨트롤타워를 만들고 작동시켜야 한다.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을 경우 곧바로 행정에 귀속되거나 정권이 바뀌면서 전문성과는 상관없는 인력이 배치될 수도 있다.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좋은 식재료 확보에 어려움이 많다. 지금은 시도별 기준이 다르다. 전국이 한울타리 내에 있어 광역물류가 이뤄져야 한다.

학교급식에서 쌀 등 친환경 농산물의 공급은 이제 거의 완벽한 수준이다. 하지만 가공식품에 이르면 아직은 멀었다. 얼마 전 도내 영양교사들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1위가 ‘전통 장류’의 공급이었다. GMO 없는 우리 콩으로 만든 전통 장류의 공급이 희망 1순위이다.

두 번째는 현재 충청남도 지역 모든 급식까지의 확대다. 현재 충남은 전 시군에서 학교급식의 전 품목을 지원센터가 관장해 질 좋은 식재료를 생산과 구입, 공급까지 맡아 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 내에 수많은 어린이집과 소규모 기업체 등 학교를 제외한 곳에는 친환경 식자재의 공급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 학교급식에는 조례에 의해 친환경 농산물과 일반 농산물과의 차액을 지원해 주고 있어 질 좋은 친환경 농산물의 구입이 가능하지만 학교를 제외한 곳에서는 가격이 비싸 질 좋은 식재료를 구입하지 못하는 것이다.

무상급식이라는 좋은 정책 때문에 학교에서 출발했지만 학교급식이 정착되면 지역사회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소망이다. 민간 영역까지 지역 먹거리 체계가 순환된다면 농민은 농민대로 급식소비자는 소비자대로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