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충남친환경농업인연합회 전진대회에서 처음 만났다. 보통 농민단체의 회장이라면 60대인데 그의 나이는 42살인 것에 놀랐다. 패기가 넘치고 당당한 그는 이미 재선의 임기 4년차 연합회장이었다. 그렇다면 30대에 충남의 친농연 회장을 맡은 것이 아닌가.
충남의 농산물은 충남에서부터 대접을 받아야한다. 내 집 단속부터 해야 한다며 충남에서부터 충남 농산물의 가치를 존중 받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수익적 가치만 본다면 지역 농산물을 사용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돈을 남기려면 수입산 사다 팔면 되는 것 아닌가.
학교급식센터가 적자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농가들에게 생산원가와 적당한 비용으로 가격을 보장하는 것이 맞다. 급식센터의 공익적 기능을 보지 못하고 수익만 따져서 평가하는 시각이 아쉽다고 한다.
그는 충남 급식에서 친환경 사용비율을 높이고 가격 또한 2%가량 올리겠다고 한다. 지역산 사용비율을 높이고 친환경 사용비율을 높이는 것이 지역농업이 발전하고 공익성이 늘어나는 것이므로 지역 농정이 발전하는 비용으로 생각해야 한다. 직접 지원이 아니면 물류비 등 간접지원을 통해서라도 충분한 투자 가치가 있다.
그는 도청과 함께 지난 8월 충남 친환경농업을 대표하는 브랜드 “더 이로운 충남”을 만들어 냈다. 충남 광역친환경브랜드가 필요하다. 충남 친환경 농산물의 특색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한다고 강조한다.
<최재관 자치와 협동 준비위원장>

3농혁신의 첫 번째 성과는 소통

지난 10월 두 번째로 그를 만나 것은 충남 친환경 학교급식관련자 워크숍에서 였다. 학교 영양사와 친환경 농민, 그리고 학부모단체 도청과 교육청의 100여명이 소통을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1박2일 동안 많은 대화가 이루어진다. 친환경 농가들은 영양사의 품질기준이 불만이다. 영양사들은 가격이 불만이고 도청, 시청 급식센터 다 나름의 불만이 있다. 그들이 만나서 서로 소통을 통해 문제인식을 분명히 하고 해결책을 찾게 된다. 그는 충남 도지사가 추진하는 3농혁신의 첫 번째 성과로 소통을 꼽았다. 지난 6년간 농민과 도청, 그리고 급식 관계자들이 많은 노력을 통해 서로 소통을 이루었다고 한다. 그것이 성과다.

지난 2010년 전국적으로 친환경 무상급식의 열풍이 불었다. 각 지역의 학교급식 지원센터들이 만들어 졌다. 그러나 시행 초기에는 농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부족했다. 농민 또한 하나의 농산물 납품이 전부였고 행정은 돈을 지원하는 것이 전부였다. 학교급식은 왜곡되고 있었다. 학교급식에 대한 비전이 없었다. 지역농산물의 사용을 늘리고 지역농산물의 가격을 보장하고 지역농민들이 스스로 참여하는 것이 절실하게 요구되었다. 그는 친환경 농민들과 함께 행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안희정 도지사의 길을 막고 대화를 요청했다. 그리고는 도지사와 마주앉아 농민들의 불만이 무엇인지 개선 방향이 무엇인지 말했다. 3농정책의 실내용이 무엇이냐? 농민들은 들러리냐? 당장 이야기 해 달라 우리는 절박하다 외쳤고 도지사가 미처 알지 못했다며 농민들과 보다 깊은 대화를 지시했다. 그리고는 많은 회의들을 거쳐 지금의 소통이 이루어 졌다고 한다. 그리고 그 소통이 급식발전의 가장 소중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농민의 이야기를 듣고 농민이 필요로 하는 정책을 입안하며 농민들이 실행주체가 되도록 만들어 나가는 것이 농정성공의 요인이 될 것이다. 소통하는 충남이 부러운 대목이다.

충남의 학교급식은 다른 지역과 달리 식재료와 조리종사자 인건비가 분리되어 있었다. 학교급식관련 교육 예산중에서 식재료 관련 비용은 농정국으로 가져오게 했다. 그것은 학교급식뿐만 아니라 앞으로 공공급식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서 조리종사자들의 인건비가 식재료비와 혼재되어 혼란을 겪고 있는 다른 지역보다 앞서 있다.

5학년 2학년 두 남매가 농사지으며 살아갈 수 있는 농촌을 만드는 것이 꿈

지난 10월 세 번째로 그를 만났다. 서산시 음암면 부산리 그의 집으로 갔다. 탁 트인 벌판이 시원하다. 집 앞에는 알타리무가 심겨 있었고 창고에는 벼를 말려서 쌓아 놓고 있었다. 알타리 8천 평, 고구마 1천 평, 옥수수 2천 평의 밭농사에 논농사가 만 천 평이었다. 논은 감자, 콩, 벼, 녹비작물을 번갈아 심는 2년 4기작으로 모두 유기농으로 농사짓고 있다. 아버지가 농부이고 어려서부터 농사를 짓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대학도 충남대 기계공학교육과를 입학했다. 농고 선생님이 돼서 농사를 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1994년 그가 대학에 들어간 그 해는 농민들이 우루과이라운드(UR) 쌀 개방 반대시위가 가장 극심하던 때 였다. 그는 농민의 아들이었고 그 자신이 농업을 직업으로 선택한 사람이었다. 시위의 맨 앞에 서 있었고 그로인해 감옥에 가게 되었다. 그가 감옥에 있던 중 어머니가 위독하시게 되었다. 그래서 어머니 임종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8.15특사로 나오게 되었다. 그리고 감옥을 통해 아내를 만나는 계기가 되었다. 그의 아내는 민가협에서 일을 했다. 민주화운동을 하다 감옥에 가신 분들을 지원하는 단체 성격으로 그를 알게 되었고 편지를 주고받았다. 그가 출소하고 그의 시골집에 놀러오게 되었는데 그 길로 서울이 고향인 부인은 그 자리에 눌러 앉았다. 만난 지 한 달여 만에 결혼을 하였다. 뭐가 그리 좋았냐는 물음에 서산의 풍경이 너무 좋았다고 한다. 가을이었는데 고구마를 수확하고 이것저것 수확하는 기쁨이 너무 좋았다고 한다. 하루 놀러왔다가 서울로 돌아가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아마 봄이었으면 불가능했을 거란다. 가을의 기쁨에 취해 사랑에 취해 지금은 두 아이 엄마 아빠로 그렇게 소설처럼 만나서 살고 있다.

고향에 돌아온 그는 동네 머슴이 되었다. 논도 갈아주고 콩도 털어주고 기계가 없는 농가들의 손과 발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3년간 마을 지도자가 되고 2007년부터 마을 이장을 지금까지 보며 장기집권을 하고 있다.

그의 꿈은 아이들에게 농사를 넘겨주는 것이다. 지금 5학년 2학년의 두 남매가 농사지으며 살아갈 수 있는 농촌을 만드는 것이 그의 꿈이다. 그의 활동은 자신의 아이들이 살아갈 마을의 환경과 일자리를 지키는 일이다. 

▲ 알타리밭

▲ 친환경 벼 저장 창고 앞에서 최재관 자치와 협동 준비위원장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