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도 모르는 정체불명의 먹거리가 국민 건강을 위협 하고 있지만 정부는 국민들만을 위한 정책을 펼 수 없고, 따라서 농민들 또한 국민들에게 필요한 먹거리를 맘대로 생산할 수도 없다. 국가는 고도성장과 국가안보에 발목이 잡혀 있고, 농민들은 수입농산물에 발목이 잡혀 있다. 최근 GMO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부는 GMO식품에 대한 표기도 맘대로 하지 못하고 있고, 쌀값 하락으로 농민들이 아우성이지만 정부는 매년 40만톤의 쌀을 수입 하고 있다.

 

UR이 타결되고 1995년 WTO체제가 출범할 때부터 전문가들이 이 같은 상황을 예견하면서 로컬푸드와 학교급식 등 대비책을 주문했지만 기업체 중심의 정부의 농업 정책은 결국 실패했다. 그 결과 농업은 몰락하고 농촌은 폐허가 되면서 우리의 먹거리 자급률은 3%로 떨어져 내렸다.

WTO체제가 출범한 지 20여년이 지난 지금, 또 다시 로컬푸드와 학교급식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수입농산물이 범람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농민들에게는 안정된 판로가 되고, 소비자들에게는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2016년 현재 전국적으로 60여개의 학교급식지원센터들이 설립돼 운영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친환경학교급식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곳은 경기도이다. 경기도는 유치원부터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이들 의무교육 학교를 대상으로 친환경급식 지원을 하고 있다. 친환경급식은 일반농산물과 친환경농산물의 차액을 경기도와 시군이 50:50으로 나누어 분담 하고 있으며, 친환경농산물은 도 차원에서 친환경학교급식 출하회를 선발해 운영해 오고 있다. 경기도는 현재 원예 농산물과 잡곡 등 34개의 출하회와 계약재배를 통해 친환경농산물을 학교급식에 공급해 오고 있으며 계약재배 농민은 1천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와 함께 경기도에는 총 31개 시군 중 15개 시군에서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시군들은 매년 무상급식과 친환경급식을 위해 수백억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학교급식 업무는 주로 농업부서나 교육부서에서 담당한다. 대부분 담당자 1명이 배치돼 있으며 학교에서 신청 내역을 보내오면 분담금을 지급하는 일을 한다. 누가 어떤 식재료를 어떻게 공급하고 있는지는 검토 대상이 아니며 그럴 인력도 없다. 매년 수백억원의 예산을 지원하면서도 이를 점검할 시스템이 없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설립된 것이 학교급식지원센터다. 학교급식지원센터는 민관 협치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중심으로 식자재 생산 및 유통관리, 모니터링, 공동구매, 식생활교육, 현장체험교육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많은 학부모들이 참여해 아이들이 먹는 식재료의 생산에서부터 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을 모니터하고 개선책을 제안한다.

 

그러나 도 단위 유통센터를 통해 친환경농산물을 학교에 공급하고 있는 경기도의 특성상 시군에서 설립한 학교급식지원센터와의 연계가 유기적이지 못하면서 시군단위 학교급식지원센터들은 관내 학교에 공급되고 있는 식재료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알 수가 없는 상태이다.

 

또 급식재료의 유통 과정에서 학교 영양(교)사들과 생산 농민들과의 인식의 차이 때문에 여러 가지 갈등 상황이 발생하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해소할 구조가 없어 효율적인 학교급식의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난 2015년 경기도 내 농민과 영양(교)사, 조리사, 학부모, 시군학교급식지원센터 등 학교급식 관계자들이 광역급식지원센터 설립을 위한 논의를 해 왔지만 마지막 단계에서 경기도교육청의 비협조로 광역급식지원센터 설립이 무산된 바 있다. 그동안 광역급식지원센터 설립에 적극적이었던 경기도에서도 교육청을 핑계로 소극적으로 돌아서고 말았다.

 

그러던 차에 지난 10월 31일 경기지역 급식단체들과 10월 4일 취임한 강득구 경기도 연정부지사가 간담회를 갖고 그동안 중단됐던 광역급식지원센터에 대한 논의를 다시 시작했다고 한다.

경기도 연정 2기 부지사로 취임한 강득구 부지사는 그동안 도의원으로 활동해 오면서 학교급식에 대한 많은 관심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향후 경기도 학교급식의 새로운 질적 도약의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