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은 헌법에 명시한 데로 의무교육기관의 무상 원칙을 바로 세운다는 본디의 철학과 목적이 분명한 제도다. 주지하다시피 서울의 친환경무상급식은 성북구에서 최초로 실시되었다.
민선5기 지방선거 공약 사업으로서 주민대상 공청회를 통해 초등6학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하기위해 2010년 10월부터 시작한 성북의 무상급식은 명료했다.

국가의무이므로 학부모부담경비인 식품비를 더 이상 학부모가 내지 않게 하고 교육이므로 식재료사용은 친환경을 원칙으로 정한 것이다. 우유 값을 제외한 순수 식재료비를 구가 지원하면서 신뢰할 수 있는 친환경식재료를 사용하도록 계도하고 학생건강증진과 친환경농업 발전을 견인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내겠다는 것이었다.

성북구는 주식인 쌀부터 친환경원칙을 지키도록 정부미와 친환경 쌀의 차액을 지원하고 가급적 모든 식재료가 친환경이 되도록 생산-공급에 대한 공적관리시스템을 정비해왔다. 특히, 학교급식에서 우유는 친환경공급이 어려울뿐더러 유당불내증이 있는 다수의 한국인 체질에 맞지 않는 점과, 젖소 사육시 GMO사료와 성장호르몬제 등으로 인해 아동성조숙증 같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의무배식이 아닌 선택급식이어야 한다는 원칙으로 무상급식에서 배제되었다.

뿐만아니라 우유선택급식은 2010년 당시 330원하던 우유급식비로 농축산물 식재료를 거의 다 친환경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환영받았다. 이러한 내용을 갖고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시장과 교육감, 자치구청장협의회 및 시의회를 설득하면서 실질적 거버넌스를 이끌어 내고 이듬해 새학기부터  서울시 전체 초등학교가 친환경무상급식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당시 곽노현교육감도 이 내용을 1월27일 서울시교육연수원에서 1000여명의 학부모와 학교운영위원들에게 2011년 새학기부터 서울교육의 중요한 역사가 시작된다고 설파하여 모두에게 환영을 받았다.

그런데 서울교육청 친환경무상급식정책연구단이 자치구별 정책담당자들을 따로 모아 급식비운영과 향후 발전계획을 설명하면서 무상급식 경비를 식품비, 인건비, 관리비까지 포함시켰다. 뿐만 아니라 식품비에 우유대금을 포함한다고 발표하였다.

성북구의 친환경무상급식원칙과는 다르게 변질되면서 교육청-시청-구청 50:30:20이란 강제 비율분담이 정착되었던 것이다. 내년도 서울교육청 무상급식 총 사업비는 약 5,050억원이다. 급식비는 올해 대비 초등학교 2%, 중학교 7% 인상되었으나 학생 수 3,600명이 줄어 실제 30억 정도 감액된 예산을 편성하였다. 시교육청은 올해부터 학생 수에 따른 ‘적정비용’을 원칙으로 학생 300명기준 인건비를 고려 5개구간으로 급식비를 차등지원하고 있다.

어찌 보면 매우 합리적인 듯하나 소규모학교에 상대적으로 학생수가 많은 학교는 역차별 지원을 받고 있으며 매년 급식비 인상시 물가상승률을 적용하면서 1%에 불과한 식품비인상에 비해 인건비는 14~25%이상 인상되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꼴이 되었다. 전국에서 유독 서울만 있는 일로, 당초 서울교육청의 정책입안자들이 첫 단추를 잘못 끼운 탓에 빚어진 아노미현상이다.

과거 위탁급식의 시기를 지나 서울시장까지 교체되게 만들었던 친환경무상급식은 지난 2014년 중학교 전체 의무급식으로 완성된 이래 3년의 정착과정을 지나오며 서울은 물론 자치단체마다 정책평가를 통해 급식전환 2.0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때 잘못 끼어진 첫 단추인 순수식재료비에 대한 계획을 반드시 짚어야 한다. 서울시교육감의 공약대로 학교급식에 3無(농약,GMO,방사능)정책이 실현되기 위해서도 내년 순수식재료비계획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교육감과 자치단체장은 원칙대로 무상급식지원예산을 순수 식재료비만으로 계상하고 급식에 필요한 인건비와 관리비 등은 학교예산으로 편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