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닷컴
오피니언들꽃이야기
[73호/이권수]울릉 향나무(거만한 섬의 신성한 나무)[73호]울릉도 농부가 들려주는 들꽃이야기
식량닷컴  |  mfood119@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6.11.24  14:16:04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Kakao Kakaostory 네이버밴드

여객선을 타고 울릉도 항구를 들어서면 언제나 그리고 누구나 느끼게 된다. 깎아지른 기암절벽이 경이로운 이질감과 위압감을 함께 준다. 처음 입구에서부터 그곳에 우뚝 서서 거만하게 부딪혀오는 검은 화산암이 있고, 그 높이의 연장선을 쭉 타고 올라가면 바로 그 곳. 우리가 지금 서있는 자리를 아래로 깔아보며 점잖게 앉아 있는 거만한 나무 한 그루를 만나게 된다.

적어도 2천 년의 거대한 세월을 짊어지고 있는 울릉도의 터줏대감 ‘울릉 향나무’이다. 몇 천 년을 사는 장수목이 어디 그리 흔한가? 그래서 ‘울릉 향나무’는 범상치 않은 나무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쯤 되면 대략 알고 있을 몇몇의 장수목(長壽木)들도 퍼뜩 뇌리를 스친다. 은행나무, 느티나무, 소나무, 주목 등등 떠오르는 이름들이 제법 나서지만 그러나 어찌 몇 천 년을 훌쩍 거슬러가고 있는 이 나무를 쉬이 따를 수 있으랴!

하지만 안타까울 뿐이다. 그 거대한 향나무가 온전한 몸으로만 견뎌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젠 중심가지가 꺾이고, 곁가지까지 상처를 입으면서 그 거만했던 기운마저 옛 것이 아닌 듯 초라해진 작금의 모습이 못내 안타깝기만 하다. 이미 꺾여 버린 그 가지는 결코 되돌릴 수 없는 먼 과거사일 뿐이다.
   
▲ <2천년의 나이로 추정되는 도동 향나무>
예부터 향나무는 말 그대로 향이 좋은 나무이며 잘 썩지 않고, 나무 결이 고르며 부드러워서 조각이나 공예품을 만드는 데는 으뜸으로 친다. 각종 가구나 도구, 필통, 연필, 장난감, 상자 등의 세밀한 공예나 가공품을 만들고 때로는 부자들이나 신분이 좀 높은 사람들의 관도 짰던 나무였다. 그러나 요즘은 주로 관광지의 각종기념품을 만드는 재료로 많이 이용되는데 이젠 우리나라 전국관광지 어디를 가나 그곳의 목 공예품의 주인공이 되어있다.

1970년대 그때 대한민국은 성장을 우선으로 부르짖던 때였기에 범 국가적인 주도아래 선 개발정책으로 모두가 그곳에 온 정신을 몰두하고 있을 즈음이었다. 국민들은 그러한 추세를 맞추느라 몸부림 칠 때였고 바로 그때쯤에 분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주 세차게 불었다. 일본인들이 가르쳐준 그 기술. 축소지향적인 그들(일본)의 솜씨는 자연을 주물러 안방에다 고목나무를 놓아둘 수 있는 대단한 능력이었다. 산수자연이 작은 화분 속에 담겨 멋진 풍경을 연출하며 이쪽저쪽 옮겨 다니는 눈깔 돌아가는 그런 놀라움에 반해 대한민국의 산천은 졸지에 ‘나무 도벌시장’ 이 되고 말았다.

자연이 만들어놓은 잘생긴 나무들은 그대로 “돈이 된다 돈이 돼!” 그 바람이 울릉도에까지 뻗쳤고, 삶의 질곡이 흠뻑 묻은 울릉도의 그 섬 향나무는 실로 수백만 냥짜리의 돈이 되었다! 돈 앞에 돌지 않을 놈 아무도 없는 법이다. 그리고 두 번째 용의자! 바로 행정기관. 지역주민의 편리함을 담보한 개발의 당위성은 환경파괴자들에게 무조건적으로 면죄부를 주어 곧 해변 곳곳이 허물어져 갔고, 그래서 그나마 남아있던 향나무들조차 깡그리 사라져갔다.

   
▲ <울릉도향나무 자생지>
수 백 년 노목들이 그처럼 비운으로 사라져간 사이 그 와중에 운 좋게 살아남은 섬 향들이 아직도 섬 주변 곳곳에 남아 역시 그 맥을 잇고 있다. 사동과 통구미 사이의 섬 향나무군락지(통구미 향나무 자생지는 천연기념물48호, 대풍감 향나무자생지는 천연기념물49호)가 아직도 남아서 밤마다 떠오르는 그 장흥망월(長興望月–사동에 뜨는 달을 묘사함)에 고요히 비추어지고 있으며 섬 외곽 곳곳의 절벽과 여타 작은 섬들인 관음도, 삼선암등에도 적지 않은 군락을 형성하고 있다.

섬 향나무는 살아서도 천 년을 넘기지만 죽어서도 아주 오랫동안 세상에 머무를 수 있는 영물이다. 그것은 아마도 이 존재가 땅의 영기를 머금었고, 신을 부르는 나무이기에 그럴 것이다. 그런데 그런 영물들이 하필이면 왜 울릉도에서 이토록 많은 군락을 이루어 살고 있는 것일까? 적어도 그것은 울릉도가 이 세상 어느 곳보다 신성한 영기(靈氣)를 품을 가장 합당한 곳이기 때문 아닐까?

   
▲ <섬 향나무>

 

 

< 저작권자 © 식량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식량닷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네이버밴드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Kakao Kakaostory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공지사항
제호명(매체명) : 식량닷컴(인터넷신문)  |  등록일 : 2012년 1월 26일  |  발행일 : 2012년 3월 1일  |  발행처 : 주식회사 식량닷컴
<본사>(10016)경기도 김포시 통진읍 대서명로 67-20  |  <서울사무소>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62길 9 산림비전센터 11층 1103호
전화 : 02-761-1448  |  팩스 : 02-761-1449  |  메일 : mfood119@hanmail.net
등록번호: 137-86-32185   |  정기간행물·등록번호 : 경기 아 50341  |  대표이사/발행인 : 한기자  |  편집인 : 한기자  |  청소년보호책임자 : 한기자
구독료 : 1만원/월(12만원/년)  |  구독료·광고비 : 주식회사 식량닷컴 355-0023-2307-53 (농협)  |  제보 및 구독 문의 : 010-5285-7951(이종원)
이사 : 한기자 김원봉 민동욱 박종아 안병권 이원영 정근우 정기환 정승모 정명옥 허헌중 | 감사 : 이래철 장성자
Copyright © 2012 식량닷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food11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