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숙 안성 내혜홀초등학교 영양교사

이번 호에 만나는 영양교사는 안성 내혜홀초등학교 박성숙 교사다. 박성숙 교사를 만나러 안성으로 가는 날은 가을답지 않게 한 주 내내 미세먼지로 답답하던 날씨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햇볕이 쨍한 날이다. 내혜홀초등학교는 안성시 남안성 인터체인지를 빠져나와 큰길을 따라 조금 지난 곳에 자리하고 있다. '내혜홀'이란 이름이 정겹다. 사전을 찾아보니 '안성'의 옛이름. 고구려 때 이곳 안성을 부르던 지명이란다. 내혜홀은 '낮골', 즉 지역이 낮은 고을이란 뜻이다.
<김종훈 기자, 김영찬 기자>

◆ 맛보다 식습관 제대로 키워주는 것이 중요

박 교사는 일찍부터 아이들의 생활에서 학교급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을 알고 아이들의 급식교육에 힘써 왔다. 박 교사의 지론은 “급식에서 중요한 것은 ‘맛’보다 아이들의 식습관을 제대로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아이들은 주로 접해 본 것만 먹으려는 경향이 많아요. 그래서 학교급식이 아이들의 식습관을 개선하는 데 무척 중요합니다. 그런데도 급식이라고 하면 우선 맛이 있냐 없냐를 따지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많아요. 급식은 단순히 아이들에게 배부르게 먹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좋은 식재료로 다양한 음식을 아이들이 접할 수 있게 해주어야 아이들이 자라나서 성인이 됐을 때 급식에서 접해봤던 음식들을 자연스럽게 먹을 수 있습니다. 급식은 교육이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급식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요즘 아이들은 육류만 좋아하고 채소류는 전혀 먹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 인스턴트 식품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달고 짠 맛만 좋아한다. 학교 현장에서는 급식을 외면하는 아이들과 타협하는 시도를 하기 마련. 저염, 저당이지만 조리법 개발에 힘쓰는 이유다. 하지만 박 교사는 단호하다.

“학교급식이 맛있다는 말은 결코 좋은 말이 아닙니다. 애들 입맛에 맞추려면 매일 고기주고 설탕쳐서 주고 아이스크림 주고 그래야겠지요. 그건 밥장사입니다. 학교급식은 밥장사가 아니니까 교육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그러면 아이들이 바뀝니다. 아이들은 방울토마토 같은 과일도 잘 먹지 않습니다. 제가 이 학교에 온지 4년째인데 처음에는 방울토마토를 급식에서 제공하면 ‘한 개만 주세요’ 하던 아이들이 지금은 많이 먹습니다. 그 만큼 접해보고 식생활 교육을 받다보면 달라지는 것입니다.”

하루 세 끼 가운데 한 끼만 급식을 하는데 아무리 좋은 식재료에 식습관 교육을 한다 하더라도 큰 변화가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아닙니다. 한 끼 급식일지라도 급식은 정말 아이들의 식습관 형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급식은 교육이라는 것이지요. 집에서는 나물이라든지 생선 같은 음식은 아이들이 싫어하기 때문에 어머니들이 만들어주려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학교급식에서 이런 음식을 접해본 아이들은 식습관 자체가 변합니다. 어렸을 때 접해 본 음식은 나중에 커서도 먹을 수 있지만 어렸을 때 안 먹어본 음식은 커서도 입에 대지도 않습니다. 우리 학교에서는 6학년에게 식단을 만들어보라는 숙제를 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6년 동안 급식을 먹어보다보니 제법 식단을 잘 짭니다. 학교급식에서는 생선도 주고 나물도 주고 하니 자연스럽게 몸이 알고 있는 것이지요.”

◆요리실습을 통해 식생활 관심 키운다

박성숙 교사는 아이들이 단순히 급식을 먹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급식의 주체가 되게 하는 데 힘 쓴다. 즉, 아이들이 직접 요리를 접해 보게 하는 것. 아이들이 직접 요리를 해 보며 싫어하던 식재료도 내가 만든 것이니 먹게 돼 편식 교정 효과도 얻게 된다고.

“아이들이 식재료를 직접 접하고 만질 때 훨씬 더 교육적으로 효과가 있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생각해낸 게 요리교실이에요. 요리교실을 개설하니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합니다. 요리교실은 일 년에 한 차례 일주일 동안 2시간씩 방과후에 하는데 올해는 11월 7일부터 11일까지에요. 시설은 한정돼 있고 예산도 빠듯해 원하는 아이들을 모두 다 참여시키지 못하는 게 안타까워요. 어쩔 수 없이 3학년과 4학년 한 학급당 서너명씩 선착순으로 선정해 33명 정원으로 요리실습을 하고 있습니다. 밥 짓는 것만 빼고 칼질도, 불을 이용해 조리하는 것도 웬만하면 아이들이 다 합니다. 메뉴선정은 우리나라 전통음식 가운데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 위주로 선정하고 있습니다.”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현실적으로 요리교실을 개설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시설과 예산이 큰 문제. 박 교사는 농림진흥재단에서 예산을 지원받는 방법으로 시작했다. 박 교사는 요리실습 메뉴 선정도 아침밥 먹기와 연결할 수 있도록 김밥과 주먹밥을, 채소와 과일 많이 먹이기 위해 고구마피자와 오미자화채를, 김치의 우수성을 알려주기 위해 오이소박이 만들기 등을 준비한다. 또한 아이들의 식생활 개선을 위해서는 학부모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보고 학부모를 대상으로도 요리교실도 연다.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요리교실에서는 학교급식 따라잡기를 한다. 학교급식에서는 냉동식품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수제 함박스테이크와 소스만들기를 주로 한다. 요리교실에 참여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서는 1학년 때는 송편을, 5학년 때는 쿠키를 만드는 실습시간을 배정했다. 이렇게 만든 송편과 쿠키는 전교생에게 급식을 통해 제공된다.

◆영양교사는 급식과 교육을 연결시키는 고리

경기도 영양교사회 회장을 역임한 박성숙 교사. 지금은 안성시 관내 학교 영양교사들과 함께 학생들에게 보다 나은 식생활교육을 위한 수업지도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8년 정도 됐어요. 안성시 내 영양교사들이 모여서 수업지도안도 함께 만들고 공개수업도 하고 있습니다. 매달 한 번 만나는데 15명 정도 모이고 있습니다. 공개수업을 통해 서로 평가도 하고 앞으로의 방향도 설정하고 합니다. 올해 비중 있게 다루는 것은 건강간식먹기입니다. 건강간식은 달지 않고 짜지 않고 튀기지 않은 음식을 선택해서 간식으로 먹자는 것이지요. 주로 자연식품, 고구마나 방울토마토 등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그저 영양만 생각해 식단을 만드는 일반 영양사와는 달리 학교 영양(교)사는 급식과 교육을 연결시켜 아이들의 변화를 꾀해야 한다.

“가령 예를 든다면 오늘 점심 메뉴 가운데 연근조림이 있습니다. 그러면 연근에 대한 자료, 즉 연근을 먹으면 몸 어떤 부분에 좋은지 등을 각 학급 선생님들께 보냅니다. 그러면 선생님들이 반 아이들에게 설명을 해 주지요. 먹기 전에 이렇게 교육이 진행되면 확실히 아이들이 먹는 비율이 늘어납니다.”

아이들은 식생활 교육을 받으면 확실히 달라진다고 한다. 문제는 오히려 일부 학부모. 박 교사는 아이들이 급식이 맛 없다고 불평해도 이런 교육적인 측면을 이해하고 지켜봐 주기를 부탁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