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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만석 양평두물머리출하회 회장 |
첩첩산중. 사방이 울타리처럼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지만 산과 산 사이 제법 실한 평야가 있다. 평야에는 커다란 비닐하우스가 여러 채 늠름하게 서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곳을 찾아오려면 처음오는 사람은 꽤나 고생했을 듯. 그러나 얼마 전 광주에서 원주까지 새로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나들목에서 비닐하우스까지 자동차로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꽤 규모가 큰 비닐하우스는 양평 두물머리출하회 공만석 회장(67)의 하우스다. 이곳은 양평군 일신리. 두물머리출하회 회장이 있는 곳이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가 아니고 산 속 일신리라니. 사연이 많을 것 같다. <김종훈, 김영찬 기자>
■ 대기업 다니다 두물머리로 귀농
“귀농한 사람입니다. 1999년도에 아이들도 다 컸고해서 51살 때인데 아무 연고도 없는 두물머리로 귀농했어요. 브로콜리를 선택해서 처음부터 유기농으로 농사지었습니다. 당시 남양주와 양평이 친환경쪽에 대한 인식과 철학이 발전돼 있었죠. 두물머리에는 1996년인가 친환경 조합을 만들어 친환경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99년도에 와서 2000년에 조합에 가입하고 브로콜리 농사를 짓기 시작했죠.”
서울에서 굴지의 대기업에서 유통업무에 종사하던 공 회장. 공 회장은 농사를 짓기 전부터 친환경에 관심이 많았다. 잘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나서 아이들에게 좋은 먹거리를 먹여야겠다는 생각 하나로 귀농을 결심했다.
“당시 정부에서는 유통근대화사업이라고 해서 재벌들에게 소비자들을 위해 수퍼사업을 하라고 했지요. 그래서 삼풍백화점 내 수퍼를 인수해 친환경 채소를 판매했는데 판매보다 반품이 많더군요. 그때는 친환경이라는 개념이 없을 때였어요. 브로콜리를 선택한 것은 2000년 뉴스위크에 사람에게 좋은 7대 농산물이 소개됐는데 브로콜리가 선정됐지요. 일반 시민들은 브로콜리를 잘 모를 때였는데 앞으로 장래성이 있겠다 생각한 거죠.”
공 회장이 정착한 두물머리는 댐이 조성되면서 퇴적물이 쌓인 하천부지. 그러나 땅이 비옥해 농사가 잘 됐다.
“나라 땅이지요. 점용허가를 받아 양평군에 매년 점용료를 내고 농사를 지었죠. 모두 11농가가 있었습니다. 2명 빼고 나머지는 모두 귀농 농가였어요. 2천300평 정도 땅에 하우스를 8동 지어 브로콜리를 재배했는데 전량 양재동 하나로마트에 납품했어요. 한 팩이 150g인데 하루 700~800팩 나갔어요. 한 팩에 1400원쯤 했으니 하루 100만원씩 번 셈이죠. 품목 선택을 잘 한 덕도 있어 농사가 재미있더라고요.”
■ 양수리에서 쫓겨난 사연 많은 두물머리출하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농사를 못짓게 하더군요. 친환경 농사를 짓는다해도 농사를 지으니 수질을 오염시킨다는 이유였죠. 전국적으로 하천부지에서 농사짓던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쫓겨나게 됐습니다.”
터전을 잃게 된 공 회장을 비롯 출하회 회원 11명은 정부를 상대로 격렬한 투쟁을 벌이게 된다. 투쟁 끝에 쟁취한 토지구입비 대출. 그러나 대출은 처음엔 달콤했지만 대출금 상환이 닥쳐오자 만만치 않은 상황이 됐다.
“당시에도 제가 나이가 제일 많아 대책위원장을 맡았지요.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담판을 지었어요. 이곳을 나가 새로운 땅을 살 돈이 없다. 인근 남양주는 하천부지에서 농사짓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땅을 10년 동안 임대해 주기로 했는데 우리도 땅을 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했지요.
결국 정착자금을 1인당 10억 한도 내에서 대출받게 됐지요. 그래서 각자 땅을 구입해 뿔뿔히 흩어지게 됐습니다. 금리를 저렴하게 책정하고 3년거치 17년 상환이라는 조건이라 처음에는 달콤했지만 상환이 시작되니 만만치 않더군요. “
당시 두물머리 지역의 땅값은 평당 45만원선. 그러나 공 회장은 땅값이 저렴한 곳을 찾아다닌 끝에 지금 이곳에 정착하게 됐다.
■ 출하회 통한 납품보다 체험 위주로 매출 올려
새로운 곳에 정착해서도 공 회장은 브로콜리와 딸기, 방울토마토를 주종으로, 두물머리지역에 남은 회원들은 딸기를 주로 재배하고 있다.
“아마 우리 출하회가 도내 26개 출하회 중 매출은 꼴찌일 겁니다. 출하회를 통한 납품은 학교급식으로 들어가는데 저희 출하회는 100% 유기농이라 급식에서 원하는 제품 크기에 못 미치고, 특히 회원들 각자 체험을 통한 매출이 높다보니 출하회 납품을 위한 생산은 조금 등한시 하는 편입니다. 저는 출하회 납품이 50% 정도 되는데요. 나머지는 개인판매, 로컬푸드 납품을 주로 하고 있지요.
유기농 재배를 10년 넘게 해오다보니 많이 알려진 덕도 있지요. 두물머리 지역에서 딸기를 재배하는 회원들의 경우 서울과 가깝다보니 체험객이 끊이지 않는 편입니다. 출하회 납품보다 체험하는 쪽이 더 이득이 큽니다”
■ 유기농이나 무농약이나 가격에 차이 없어 안타까워
농사 초기부터 유기농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유기농을 고집하고 있는 공만석 회장. 그러나 공 회장은 유기농의 이점을 가격이 뒷받침하지 못해 유기농업에 종사하는 농업인이 줄어드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것 한번 드셔보세요. 모양은 이렇게 조그맣고 못생겨도 무척 달지요? 유기농으로 재배한 방울토마토는 당도가 12 브릭스. 무농약으로 한 것은 8정도, 일반은 7도 안 나옵니다. 유기농으로 재배하면 모양과 크기로 갈 영양분이 그대로 농축돼 당도가 훨씬 높게 나오는 것이지요.
대신 수확량은 30% 이상 떨어지죠. 그런데 시중에서는 유기농이나 무농약이나 다 친환경이라고 가격이 같아요. 무농약이 100을 받는다면 유기농은 150은 받아야 합니다.”
50 넘어 새롭게 일군 인생 2막 농업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공 회장. 공 회장은 친환경에 대한 세간의 오해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한다.
“몇 년 전부터 나오는 얘긴데 친환경이 몸에 해롭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요즘 농약은 길어도 7일 정도면 농약성분이 없어져 세척만 잘하면 몸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런데 친환경은 농약을 안주니까 벌레가 먹는데, 농작물이 자기 방어를 하려고 독소를 뿜어내기 때문에 독소가 포함된 농산물이 몸에 오히려 더 안 좋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토피가 심한 사람도 친환경 농산물을 1년 정도 먹으면 완치되는 것을 제가 많이 봤습니다. 친환경 농산물이 몸에 좋다는 것은 증명된 사실입니다.”
"친환경 농산물이 좋다는 것은 다들 알지만 전체 농산물 소비량에서 친환경이 차지하는 비율은 한 자리 미만일 거예요. 5% 정도 될까. 전체 농산물에서 10% 정도만 친환경 농산물이 생산과 소비가 된다면 우리 국민들이 건강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제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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