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은자 서대문구친환경급식지원센터 센터장

서대문구친환경급식지원센터 전은자 센터장은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부조리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학부모운동을 시작했고, 학부모운동이 경력이 되어 지금의 센터장이 됐다. 서울에는 광역급식지원센터(서울시친환경급식담당관)와 5개의 자치구 급식지원센터가 운영되고 있는데 서대문센터는 그 중 4번째로 설립됐다. 이와 관련 전 센터장은 “먼저 시작한 센터들을 보면서 어렵지 않게 센터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막상 센터를 만들어 오는 과정에서 겪은 일들을 이야기 하는 대목에서는 할 말이 너무도 많았다. 인터뷰는 지난해 12월 28일 서대문구친환경급식지원센터에서 진행됐다. <김규태 기자>



❍ 2012년 9월 19일 센터장 발령
2011년 서울광역센터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서대문구에도 학교급식지원센터를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당시 참교육학부모회 서울지부장을 하고 있었다. 마침 구청(교육지원과) 에서도 학교급식지원센터 구상을 하고 있었다. 12년 3월 구청과 학교급식 관계자들의 간담회에서 TF팀이 만들어지고 9월에 센터를 개소했다. TF팀의 원래 계획은 센터장 포함 계약직 2명과 행정직 1명 등 3명이었는데 개소 후 행정직 1명만 배정 받았다가 1년 후 계약직으로 교체했다.

❍ 서대문센터의 업무체계
물류공급체계에 대한 업무량이 30%, 식생활교육이 60%, 네트워크활동이 10% 정도 된다. 식생활교육에 중점을 두는 이유는 어른들이 갖고 있는 전통음식의 우수성을 아이들에게 이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때만 해도 김장김치, 열무김치, 파김치, 무김치 등 계절음식을 만들어 먹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이런걸 잘 모른다. 그래서 센터를 시작하면서 텃밭과 전통장 사업을 4년째 하고 있다.

❍ 자치구에서 농산물유통까지 하는 건 무리
서대문구 학교는 초중고 40개, 유치원 25개이고 학생수는 3만 4천명이며 무상급식 예산은 29~30억이다. 농산물 수산물 축산물은 서울친환경유통센터를 이용하고 쌀과 김치 공동구매를 추진하고 있다. 농산물은 워낙 가지수도 많고, 부대시설도 갖춰야 할 것이 많아 한개 자치구를 보고 농산물을 한다는 것은 좀 무모한 생각이라고 본다.

서울시 학교가 1300개인데 이들 학교들이 모두 친환경급식을 하게 되면 현재의 친환경유통센터 시스템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서남북 4개 권역으로 유통 거점을 만들고 지역 주민과 학생들이 진정한 소비자로서의 권한 행사와 함께 실질적인 운영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풀뿌리센터를 많이 만들고 유기적으로 네트워크 해야
학교급식지원센터는 어린이집급식관리지원센터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은 예산으로 많은 일을 한다. 어린이집은 몇 억을 들여 영양관리만 하고 있는데, 센터는 몇 천만원으로 학생은 물론 학부모 식생활까지 담당하고 있다. 이와 관련 광역센터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한다.

센터별로 각개전투를 하다보면 행정력에 말려 큰 어려움을 겪는다. 연대와 협업을 통해 정책을 개발하고 공동사업도 구상해야 한다. 각개전투는 너무 소모적이다.

❍ 지역 네트워크 사업으로 지속가능한 친환경급식 기반 다져야
식생활교육 다음으로 집중하고 있는 것이 네트워크 사업이다. 한 마디로 주민 조직사업이다. 가장 기초적인 네트워크 사업은 간담회다. 유치원 원장님들이나 영양선생님들, 텃밭 강사들, 모니터링단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간담회를 통해 친환경급식의 우수성을 공유해 나가고 있다.

모니터링단을 하다가 센터 운영위원까지 하신 분도 있다. 서울시에서 만든 식생활강사들과도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지역에서 식생활강의를 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만들어 주고 있다. 친환경급식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어떤 것이든 함께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급식실은 학생, 학부모들과 소통하는 식당 이상의 공간
급식실이 있어야 하는 이유는 위생도 중요하지만 관계성이라고 본다. 교실 배식을 하는 학교들은 교사와 영양사간 모르고 지내는 사람들도 많다. 서로 이름도 모른다. 따라서 급식실이라는 공간은 영양사와 교사와 아이들이 일체화 되는 공간이다.

급식소위원 학부모들도 급식실에 대해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바쁘게 움직이는 영양사와 조리사들 눈치 보느라 질문도 제대로 못하고 체크리스트에 체크하기 바쁘다. 그래서 작년부터 급식실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급식 없는 날 영양사가 강사가 되어 식재료가 어디서 어떻게 오는지, 어떤 조리 과정을 거쳐 식사가 나오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은 학부모들은 아이들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급식을 먹어야 한다고 교육을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학부모들의 응원으로 급식실이 운영되도록 하는게 목표다.

❍ 소비 주체는 학교굛영양사가 아닌 학생과 학부모
학교와 영양사는 최종 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중간지원조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먹거리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 소비자들은 그만큼 알아야 하고, 학교와 영양사가 중간에서 역할을 해야한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교육청이 학교와 영양사들을 중심으로 급식을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심포지엄이나 교육 등을 통해 교육청과 끊임없이 대화를 해야 한다. 광역센터의 역할이 필요한 대목이다.

❍ 앞으로의 계획
학교급식에 집중하고 싶다.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일을 벌려 반 밖에 안 될 바에는 한 개라도 온전하게 해 놓고 싶다. 크게 욕심 안 내고 초중고만이라도 학교급식 공급체계를 품목별로 온전하게 도농상생구조로 만들고 서울시와 같이 힘을 모아 역할분담 속에서 공급체계를 갖고갈 수 있다면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면적인 부분에선 실제 소비자인 학부모 학생들이 주최가 되어 실제 생산자 농민과 진짜 관계를 맺는 것이다. 한 개 도시와 한 개 농촌이 온전하게 상생구조를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게 바램이다. 학교급식은 먹거리를 통해 문화까지 공유하는 진정한 도농상생이 되어야 한다. 농촌의 따뜻한 정서가 각박한 도심을 뒤덮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